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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핵심 계열사 3곳 CFO 연쇄 이동...배경은

한화솔루션·에어로·시스템 재무실장 인사…CFO 순혈주의 고수

조은아 기자  2023-09-20 08:10:40
윤안식 부사장이 한화솔루션으로 돌아왔다. 2019년 당시 갓 상장사가 됐던 한화시스템의 재무실장으로 이동한 지 4년 만의 친정 복귀다. 친정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도 윤 부사장에게 한화솔루션은 특별한 곳이다. 지금의 한화솔루션이 만들어지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크게 일조했기 때문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바뀐 곳은 한화솔루션뿐만이 아니다. 한화그룹은 주력 계열사 3곳의 CFO를 교체했다. 이달 초 이뤄진 대표이사 교체가 최소한에 그친 만큼 CFO 교체를 통해 조직 쇄신을 이루려는 것으로 보인다. CFO가 바뀐 계열사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으로 각 회사마다 재무적 고민을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4년 만에 한화솔루션 돌아온 윤안식 부사장

20일 한화그룹 등에 따르면 윤 부사장은 19일부터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재무실장으로 근무 중이다. 기존 재무실장이던 신용인 부사장의 후임이다. 한화그룹에는 CFO라는 직책을 따로 쓰진 않는다. 재무실장이 곧 CFO다.

윤 부사장은 1964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룹 내 베테랑 재무통으로 손꼽힌다. 2009년 한화솔루션의 전신인 한화석유화학(2010년 한화케미칼로 사명 변경)에서 상무보로 승진해 이듬해부터 2년 동안 자금운영 금융팀에서 임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있다가 2017년 말 전무 승진과 함께 한화케미칼 재경부문장으로 복귀했다. 이때부터 현재의 한화솔루션이 탄생하기까지의 '대작업'이 시작됐는데 윤 부사장은 이 과정에서 합병 전략과 자금 운용 전략을 총괄했다.

윤 부사장은 한화솔루션 출범 직전인 2019년 말 한화시스템 CFO로 이동했다. 당시는 한화시스템에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던 때다. 한화시스템은 2019년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 때 987억원의 자본이 확충됐다.

이후에도 신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2021년 이뤄진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대표적이다. 당시 유상증자는 미국 항공기 개발업체 오버에어(Overair), 미국 위성통신업체 카이메타(Kymeta), 영국 위성통신업체 원웹(OneWeb)에 대한 지분 투자 등 자금 소요에 대응하는 선제적 자본 확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부사장이 매번 재무적 이슈가 있는 계열사로 이동해 해결사 역할을 했던 만큼 이번 한화솔루션 복귀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실적이 나쁘지 않지만 현금흐름은 좋지 않다. 현금흐름이 순유출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벌어들인 돈보다 시설투자(CAPEX)로 나간 현금이 더 많다. 부족한 현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면서 차입금도 몰라보게 늘고 있다.

2021년까지만 해도 6조원대였으나 2022년 RES프랑스 지분 100%(9843억원)를 인수하면서 7조원대로 늘었고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8조3700억원까지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이자부담도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770억원에 불과했던 이자비용은 현재 1700억원으로 불어났다.

앞으로 대규모 투자도 남아있다. 미국 태양광 통합생산 단지 '솔라허브' 구축에 3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만큼 앞으로도 자금 조달이 핵심 과제다.


◇한화그룹 주력 계열사 CFO 연쇄 이동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과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의 CFO도 교체했다. 윤안식 부사장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한화시스템 재무실장에는 기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재무실장이었던 전연보 전무가 이동했다. 전연보 전무의 후임으로는 ㈜한화 지원부문의 박지철 전무가 이동했다. 계열사간 연쇄 이동이다.

계열사간 이동은 한화그룹이 기존에도 CFO 인사에서 주로 써왔던 용인술이다. 전략 쪽에선 외부인사 영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지만 재무 쪽은 여전히 순혈주의를 고수하면서 내부 순환 배치를 선호한다. '믿을 사람만 믿고 중용한다'는 기조다. 그룹 차원에서 재무 전략을 공유하는 동시에 노하우가 확산되는 효과도 있다.

특히 앞서 9월 초 이뤄진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에서 '안정'에 방점을 찍은 만큼 CFO 인사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이루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대표이사 인사에선 전체 계열사 가운데 한화갤러리아만 대표 교체가 이뤄졌다. 지난해 사업 재편과 신규 사업 진출에 맞춰 계열사 9곳의 대표이사를 교체한 것과 비교하면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번 인사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의견이 가장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다. 이 가운데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CFO가 바뀌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CFO는 ㈜한화 출신이 이동해 맡았다.

과거에도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은 재무담당 임원의 연쇄 이동이 연거푸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전연보 전무 역시 한화솔루션 재경부문장을 지내다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재무실장으로 이동했고 이번에 다시 한화시스템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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