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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 회장 백기사' 라데팡스…'지배구조 재편 지원'

한미사이언스 11.8% '특수관계인' 등극, "사업전략에 적극 의견 제시하겠다"

임정요 기자  2023-05-03 16:51:18
한미약품은 고(故) 임성기 회장이 2020년 별세한지 3년 만에 오너지분을 일부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때문이다. 사모펀드 라데팡스가 오너지분 11.8%가량을 약 3200억원에 인수했다.

한미사이언스는 3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송영숙 회장과 특수관계인인 임주현 경영관리본부 사장이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와 2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라데팡스는 코러스유한회사라는 SPC를 설립해 함께 계약을 체결했다.

라데팡스파트너스 관계자는 해당 딜에 대해 "5400억원의 상속세 중 절반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상속세 조기 완납을 통한 주가 오버행 이슈를 해결하고 그룹경영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함"이라며 "대주주와 김남규 대표간 오랜 신뢰관계를 기초로 했다"고 말했다.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인도청구권(공동보유약정)을 포함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 편입됐다. 한미약품 경영에 건설적인 지원을 적극 제공하는 우호지분이 될 것을 약속했다.

◇상속세율 60% 폭탄, 백기사 필요했다…3200억원 마련

한미약품 오너일가는 상속세를 부담하기 위해 재원 마련이 필수였다. 지난 2020년 8월 임성기 회장이 숙환으로 별안 타계하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지분을 상속받으면서다. 임 회장 별세 3년이 지난 지금도 한미약품 승계는 완성되지 못했다. 미망인인 송 회장이 그룹 정점에 있다. 이후 3남매 중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 미지수다.

고 임성기 회장은 2020년 8월 2일 숙환으로 타계했다. 사망 후 그의 지분 2307만6985주(34.29%) 중 1762만5085주를 송영숙(미망인), 임종윤(장남), 임주현(장녀), 임종훈(차남)이 상속했고 531만7260주는 가현문화재단, 임성기재단에 증여했다. 나머지 13만4640주는 '기타'로 분류됐다.


임 회장 지분에 대해 오너가가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는 5400억원에 달했다. 30억원을 초과하는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 최고 세율(50%)이 적용되는 점을 감안해서다. 고인이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일 경우 세율은 60%로 올라간다.

한미약품 오너 패밀리는 지난 3년간 에쿼티스퍼스트홀딩스코리아에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 근근히 자금을 마련했다.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은 주식을 매도했지만 일정 기간 이후에 다시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조건부 주식매매 형태를 말한다.

상속세라는 급한 불을 꺼도 기간내 다시 주식을 사오려면 현금이 필요한 것은 변함이 없었다. 수천억원의 잔여 상속세를 처리할 뾰족한 방도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우호지분이 되어줄 PEF가 등장했다. 라데팡스파트너스 스스로 "송영숙 회장의 백기사"라고 자칭했다.

금번 송영숙 회장, 임주현 경영관리본부 사장은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에 도합 824만2117주(11.78%)를 넘겼다. 거래 후 송 회장 지분은 11.7%에서 2.6%로, 임주현 사장 지분은 10.2%에서 7.4%로 조정된다. 다만 라데팡스파트너스는 공동보유약정을 통해 이들의 의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거래되는 지분의 가치는 계약체결일인 2일 종가 4만3450원에 대입했을 때 3581억원에 달한다. 라데팡스파트너스는 3200억원에 주식을 매입했다. 상장회사 지분인만큼 20영업일 평균 거래가격에 블록세일에 준하는 할인율을 적용했다.

◇사모펀드 주주맞은 한미 경영구도 어떻게 될까

한미약품 3일 공시에 따르면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됐다.

통상의 PEF는 경영권을 지배하는 '바이아웃(buy-out)' 투자를 하거나, 최대주주에 경영을 맡기고 재무적 투자자로만 수동적으로 역할을 한다. 특이하게 라데팡스파트너스는 거래후 송 회장보다 지분율이 높아짐에도 공동보유약정을 통해 의결권과 철학을 공유할 계획이다.


라데팡스파트너스 관계자는 "사업과 R&D는 최대주주가 집중하고, 사업·지배구조 재편과 재무전략에 적극적으로 PEF가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분담을 할 것"이라며 "김남규 라데팡스파트너스 대표가 한미약품그룹 지배구조 재편과 신성장 동력에 대한 전략적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송 회장과 협의해 추가적인 사업의 인수(M&A)와 통폐합을 포함한 사업재편에 나설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그룹내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주요주주들과 이사회 등에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 12.56% 지분을 보유해 개별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 대해서는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위해서는 신동국 회장을 포함한 모든 주주와 협의 및 협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딜에 임종윤 사장(장남)과 임종훈 사장(차남)이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이 둘은 보유한 자산으로 잔여 상속세 납부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임주현 사장(장녀)의 경우 송 회장에게 대여한 주식의 정리 차원에서 최소한의 금액으로 거래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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