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2022년 셀트리온은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금융감독원의 감리 절차에 들어갔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홀딩스를 통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통해 서정진 회장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형태다. 셀트리온제약만 셀트리온의 종속기업으로 분류되며 수직화하고 있었다.
금융당국이 들여다보고 있는 의혹은 '내부거래'에 기인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재고자산 평가를 제대로 했느냐는 결국 셀트리온으로부터 매입해 쌓아올린 재고가 적정했느냐를 따지는 일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중심의 그룹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의사결정으로 해석된다.
셀트리온그룹의 핵심은 셀트리온과 헬스케어, 제약이다. 셀트리온이 개발 및 생산한 램시마 등의 의약품을 헬스케어와 제약을 통해 해외와 국내시장에 유통한다. 셀트리온의 매출이 곧 헬스케어와 제약의 매출이 된다.
국제회계기준(IFRS) 하에서는 연결재무제표 작성시 내부거래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셀트리온그룹은 내부거래를 제거할 유인이 없었다. 서 회장이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회계상 내부거래로 인식되지 않았다.
지배구조상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같은 그룹 안에 있어도 지분관계가 얽혀있지 않은 전혀 다른 회사였다. 상호간 유의미한 지배력이 없다는 판단 하에 연결재무제표 작성 의무도 없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판매제품이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으로 모두 셀트리온이 개발 및 생산한 제품이지만 셀트리온으로부터 쌓은 매출을 제거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상 그룹에서 발생한 매출은 셀트리온 매출이 대부분이지만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발생한 매출까지 더해지면서 회계적으로 부풀려졌다는 게 업계의 오랜 지적이다. 2020년 기준 셀트리온의 별도매출은 1조6898억원,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셀트리온그룹의 전체 매출은 총 4조1308억원이다. 해외법인 실적을 포함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연결 매출이 1조6276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사 실적이 그룹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내부거래로 인한 매출 과대계상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됐지만 회계기준 및 지배구조를 제재할 순 없었다. 그러나 내부거래 의혹은 재고자산이 적정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2020년 기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에서 매입한 재화는 총 1조3632억원이다. 매출원가가 총 1조6137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셀트리온으로부터 받은 재화를 거의 그대로 판매한다고 볼 수 있다.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10년 간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매출대비 재고자산은 물론 셀트리온으로부터 매입한 재화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게 드러난다. 2011년 매출액은 316억원에 불과했지만 재고자산은 4030억원, 셀트리온으로부터 매입한 재화는 2862억원 규모였다. 3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면서 이보다 10배 이상의 재화를 셀트리온에서 매입하며 재고자산을 쌓아올렸다.
2014년 매출액이 1670억원에 불과했지만 재고자산은 1조1739억원으로 늘었다. 이 때도 셀트리온으로부터 2775억원의 재화를 매입했다.
금융당국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제약이 셀트리온으로부터 이렇게 매입한 재화를 적정하게 평가했는지 여부를 들여다 봤다. 재고자산 평가는 매년 감사 때 의무적으로 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반영했는지 여부가 관건이었다.
재화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내용연수가 완료되면 이를 재고자산손실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손실을 감추면서 셀트리온으로부터 계속 재화를 매입하며 재고자산을 쌓았다는 의혹이 분식회계를 좌우할 쟁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