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의 자금 조달 창구가 좁아지면서 재무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지속된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 펀더멘털이 하락하면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구하기 더 어렵게 되면서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말 만기 예정된 회사채를 전액 상환할 예정이다. 회사채 투자 수요가 부진하자 차환 대신 전액 상환을 선택했다.
그동안 롯데케미칼은 회사채와 금융권 차입을 적절히 섞어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러나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의 조달이 힘겨워지면서 금융권 차입 비중이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비교적 만기가 긴 회사채에 비해 단기 위주 금융권 차입을 늘리면 그만큼 자금 운용의 안정성은 저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롯데케미칼의 재무전략에 있어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채 현금상환 선택한 롯데케미칼…시장 수요 부족이 원인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만기 도래하는 총 5450억원 규모 회사채를 전액 현금 상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세부적으로 이달 28일 1000억원을 시작으로 8월 29일 2750억원, 9월 5일 1700억원 등이다.
통상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만기 시점에 차환을 통해 계속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이번에는 전액 상환을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업황 부진으로 인한 실적 저하로 롯데케미칼 회사채 투자 수요가 없어 신규 발행이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
특이 이번 만기 도래 회사채는 지난해 11월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자 롯데타워를 담보로 내놓으며 봉합한 채권이다. 지난해 큰 고비를 넘기며 위기설을 진화했지만 올해는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번 회사채 전액 상환은 롯데케미칼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저하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30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일제히 롯데케미칼 신용 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롯데케미칼의 상황은 안갯속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전 세계 수요 침체의 여파로 업계 전체가 저성장 국면을 맞았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시장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별도 기준 2022년 6081억원을 시작으로 2023년 2121억원, 2024년 4622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도 1분기 별도 기준 4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자회사 매각으로 유입된 현금 활용…단기차입 위주 자금조달 전략 롯데케미칼을 그동안 축적한 현금성자산 등을 활용해 우선 급한 불을 끈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유입된 현금과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을 회사채 상황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재무상황을 살펴보면 이번 회사채 현금 상환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지난 3월 말 별도 기준 롯데케미칼의 보유현금은 1조8031억원 수준이다. 현금및현금성자산 1조7499억원과 단기금융상품 532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는 9월 초까지 총 545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하면 약 1조2581억원 가량의 보유현금이 남을 전망이다.
그 이후가 문제로 지목된다. 롯데케미칼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입된 자금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 이후 사업을 정리해 유동성을 확보해왔다.
세부적으로 롯데케미칼은 올해 파키스탄 소재 자회사 LCPL의 보유 지분을 매각해 약 979억원을 확보했다. 이어 일본 레조낙 지분 4.9%를 2750억원에 정리했다. 인도네시아와 미국 법인 지분 일부에는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맺어 6500억원을 확보했다. 또 지난달에는 수처리 분리막 생산 공장을 정리해 수천억원을 확보했다.
이렇게 유입된 현금으로 현재까지 롯데케미칼은 펀더멘털 하락을 최대한 방어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회사채 상환으로 5450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가면 재무구조도 영향을 받는다. 여전히 순차입금이 4조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차입 구조가 단기 차입금 위주로 재편됨에 따라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올 3월 말 별도 기준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은 5조58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보유현금 1조8031억원을 제외하면 순차입금은 3조7860억원에 달한다. 차입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기 차입금이다.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 가운데 금융권 단기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3월 말 별도 기준 65.45%로 집계됐다. 회사채 비중은 34.55%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단기 차입금 비중이 2.02% 포이트 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오는 9월 초 회사채 상환이 이뤄진 이후를 추정해보면 금융권 차입금 비중은 72.60%로 상승할 전망이다. 반면 회사채비중은 27.4%로 더 내려간다. 다른 차입금 규모가 그대로 이고 올해 만기 도래하는 545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하다고 가정해 산출한 추정치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그동안 회사채를 통해 안정적으로 장기 자금을 조달했고 금융권 직접 차입으론 단기 위주 자금을 수혈받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회사채 차환에 실패하면서 당분간 단기 자금을 계속해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만큼 자금 조달과 집행에 있어 주기가 짧아 안정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올해 만기 도래하는 채권은 전액 상환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내년 금융시장 상황과 자금조달 전략에 맞춰 다양한 바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