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으로는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분기(영업이익 2조8900억원) 흑자적환에 성공한 이래 △2분기 5조원대 중반 △3분기 7조원대 초반 △4분기 8조원대 초반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0%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선수금 없이도 HBM 투자를 단행할 수 있게 됐다. 올 1분기 역시 7조4405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면서 계약부채가 더 줄어든 것이다. 예상대로 2분기까지 호성적을 거둔다면 계약부채는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
이면에는 AI 반도체 판도 변화가 있다. 빅테크를 비롯한 업계 전반이 엔비디아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공급망 다변화 또는 AI 가속기 자체 개발을 추진하는 곳이 늘었다.
반대로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에 물량을 몰아주기보다는 마이크론 등으로 다각화하려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 역시 복수의 빅테크와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아마존, 구글 등과 대규모 HBM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단짝으로 여겨진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간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5세대 HBM(HBM3E)까지는 SK하이닉스가 공고한 위상을 이어가겠으나 6세대 HBM(HBM4)부터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 3월 HBM4 샘플을 엔비디아에 납품했으나 정식 계약은 아직이다. 뒤이어 마이크론이 제공했고 올 하반기 중 삼성전자도 샘플 공급을 앞두고 있다. 3사 경쟁을 부추겨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동맹이 끈끈하겠지만 내년, 내후년에 접어들면서 판도가 바뀔 수 있다"며 "마이크론과 삼성전자가 얼마나 빠르게 차세대 HBM 완성도를 높이느냐가 관건"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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