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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분석

삼성 파운드리 손잡은 테슬라, TSMC의 애플 될까

애플-TSMC '윈윈'으로 굳어진 독주체제…삼성, 테슬라 슈퍼컴 '도조'로 반격 도모

고진영 기자  2025-08-01 08:13:35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반도체 파운드리의 요체는 천문학적 자본투자에 있다. 기술을 구매해 줄 고객을 확보하지 않으면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런 산업구조에서 핵심고객과의 연대는 단순한 수요확보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TSMC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주하게 된 배경도 애플과의 결속이다.

TSMC와 애플의 동맹은 반도체뿐 아니라 모든 산업을 통틀어 가장 성공적인 파트너십으로 손꼽힌다. 단순한 공급계약을 넘어 서로 성장을 촉진하고 경쟁자 진입을 차단하는 강력한 공생 관계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밀려난 삼성전자는 설 자리가 위태로워졌다. 기로에서 따낸 테슬라와의 계약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굳어진 시장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아직 미미하긴 해도 가능성의 불씨를 살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TSMC 왕조의 시작, 공생하는 헤게모니

TSMC와 애플 연합의 단초엔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전자가 있다. 2009년 즈음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위한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하면서 삼성 파운드리를 사용했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커스텀 실리콘(맞춤형 칩)이 아이폰의 강점으로 부상하자 스마트폰 라이벌 삼성이 아닌 다른 제조사 모색에 나선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TSMC다.

매년 출시되는 아이폰의 엄청난 판매량은 TSMC에 견고한 현금흐름을 보장해줬다. 경쟁사들이 엄두도 못내는 수준의 연구개발(R&D)이나 설비투자를 TSMC가 단행할 수 있는 원동력도 여기에 있다. 덕분에 TSMC는 첨단 공정에서 앞서갈 수 있었고, 이 우위는 다시 더 좋은 칩을 확보한 애플의 제품 차별화로 이어졌다. 완벽한 윈윈(win-win)의 선순환 구조다.

관계의 정점은 애플이 TSMC의 최신 공정을 먼저 독차지하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실제로 2023년 TSMC가 생산한 3나노 공정 초기물량은 애플이 전부 가져갔고 경쟁사들은 수개월간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2나노 공정칩 역시 애플이 가장 먼저 도입할 전망이다. TSMC 입장에서도 애플의 독점적인 파트너로 대규모 주문을 확보할 수 있다. 두 회사의 공동전선이 라이벌 접근을 막는 ‘해자’를 구축한 셈이다.

이제 TSMC는 애플과 손잡기 전과는 급이 다른 회사가 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점유율 67.6%를 기록, 지난해 동기보다 5.9%p 올랐다. 이 기간 삼성전자 점유율이 3.3%p 줄어 7.7%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투자규모에서도 수배는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투자금을 작년 10조원에서 올해 5조원 수준으로 줄인 것과 달리 TSMC는 300억원(41조원)에서 420억달러(58조원)로 늘렸다. 이제와서 좁혀지긴 요원해 보이는 격차다.


기회잡은 삼성전자, 테슬라 '문샷'에 맞손

그러나 불씨가 죽진 않았다. 삼성 파운드리가 최근 테슬라와 체결한 165억달러 규모의 공급계약이 가능성의 촉발점이다. 웨이퍼 가격을 바탕으로 이번 계약물량을 추정해보면 약 8년 동안 매월 7000~ 8000장 안팎의 웨이퍼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TSMC가 월 10만장이 넘는 웨이퍼를 애플에 공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약한 물량이다.

규모는 초라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테슬라가 상징하는 미래에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가 세기의 혁신가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급진적인 혁신을 추진하는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현재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로보택시, 휴먼노이드인 옵티머스 로봇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될 슈퍼컴퓨터 '도조(Dojo)' 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 도조를 통해 AI 기업으로 변모, 엔비디아와의 경쟁을 모색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도조는 테슬라의 미래를 좌우할 게임 체인저로 지목되고 있다. 수천개의 작은 컴퓨터(노드)로 구성돼 노드마다 CPU와 GPU가 달리는 방식이다. 개발에 성공하면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고 로보택시 같은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길이 열린다. 삼성 파운드리가 테슬라와의 계약으로 생산할 AI6칩이 그저 단순한 차량용이 아니란 뜻이다.

2023년 5월 미국 실리콘밸리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에서 5번째)와 만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왼쪽에서 6번째).

테슬라 계약은 삼성전자가 TSMC 독주체제의 틈을 파고들 절호의 기회다. 더욱이 사실상 모든 팹리스 업계는 삼성 파운드리의 성공에 전략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TSMC의 독주는 고객들에게 가격 협상력 약화와 공급망 리스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퀄컴, AMD 등은 TSMC를 견제할 만한 제2의 공급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파운드리사업 도약을 노렸던 인텔의 경우 고객 확보가 결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인텔은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의 절대 강자인 퀄컴을 고객으로 확보했다고 2021년 발표했었다. 당시 팻 겔싱어 인텔 CEO는 "퀄컴이 2024년부터 제품 일부를 인텔 20A 공정에서 생산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협력은 결국 중단됐다. 비용문제와 기술 로드맵 변경 등이 원인으로 전해진다.

삼성 파운드리 역시 성패는 실행력에 달렸다. 삼성전자가 테슬라 AI6 칩을 2나노 공정에서 약속된 수율과 성능으로 생산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현재 TSMC의 2나노 공정 수율은 60%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도 약 40% 수준으로 알려진 2나노 수율을 양산이 본격화되는 2026~2027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운명적 파트너십은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다. 머스크는 삼성전자와의 계약에 대해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우리는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절말 위대한 무언가(something truly great)를 달성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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