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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올해 7월 29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프로티나는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PPI) 분석에 특화된 바이오벤처입니다. 2015년 KAIST 교수 출신의 윤태영 대표가 교원창업한 기업이죠. 상장 이후 프로티나는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공모가는 1만4000원이었는데 상장 첫날 2만3750원에 거래를 시작했죠. 장중 최고 2만535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공모가 대비 81% 상승한 수준이었죠. 첫날 마감가는 1만7550원으로 공모가 대비 25.4%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상장 직후인 8월 초에는 조정 압력을 받았는데요. 8월 1일에는 1만3800원까지 하락하면서 52주 최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8월 한 달간은 1만3800원~2만원 구간에서 박스권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변곡점은 9월 3일에 찾아왔습니다. 이날 JP모건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지부가 프로티나 지분 5.16%(56만500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게 시발점입니다. 총 투자 금액은 약 87억원, 주당 평균 매수가는 1만5591원이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이 신규 코스닥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건 이례적인 일인 만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이후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9월 3일 1만7950원에 시작해서 2만1400원 고가를 기록하면서 1만9730원에 마감했습니다. 9월 4일에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2만4600원까지 올랐습니다. 9월 5일에는 2만7900원 고가를 기록하면서 2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죠.
하지만 9월 11일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전날 장 마감 무렵 JP모건이 프로티나 지분을 5.16%에서 2.89%로 2.27%p 줄였다는 공시가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2.33% 하락한 2만3100원에 마감했습니다.
그렇지만 프로티나는 주가 곧바로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9월 12일 2만3800원, 9월 15일에는 3만150원으로 3만원을 돌파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건 9월 16일 거래였습니다. 이날 주가는 전일 대비 10.45% 상승한 3만3300원으로 장을 마쳤고 장중 한때 3만5500원까지 치솟아 상장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공모가 1만4000원 대비 약 138% 상승한 수준입니다.
9월 16일 종가 기준 프로티나의 시가총액은 3620억원에 달합니다. 코스닥 242위 수준으로 비보존제약, 툴젠 등과 비슷한 순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프로티나의 핵심 경쟁력은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PPI) 분석에 특화된 기술에 있습니다. 주력 플랫폼 SPID(Single-molecule Protein Interaction Detection)는 단일분자 수준에서 PPI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비정제 시료에서도 작동이 가능하고 매우 높은 민감도와 해상도를 자랑합니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프로티나는 두 가지 주력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PPI 패스파인더(PPI PathFinder)'는 임상용 PPI 바이오마커 개발 솔루션으로 약물의 작용 기전 분석과 환자 반응성 예측, 동반진단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PPI 랜드스케이프(PPI Landscape)'는 항원-항체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항체 서열 최적화와 기존 항체 약물 개선을 지원하고 있죠.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서울대 컨소시엄의 'AI 항체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 과제에도 선정되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도 받고 있습니다.
특히 JW중외제약과 STAT3 저해제 'JW2286'의 임상용 바이오마커 개발 계약을 체결하면서 구체적인 상업화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임상 1상 단계로 삼중음성유방암, 위암, 직결장암 등을 적응증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이벤트로 4분기 집중됩니다. 기존 고객사들과의 PPI 패스파인더 관련 추가 계약들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죠. 또한 연구개발 성과 측면에서 논문 2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AI 없이 빅데이터만으로 항체의 설계 및 최적화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입니다. 특히 동물 유효성 실험 결과까지 포함된 연구 성과로 올 연말 논문 투고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Market View 프로티나의 주가 상승은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서 구체적인 성과들이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9월 3일 JP모건자산운용의 지분취득 공시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프로티나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되었습니다.
비록 JP모건이 9월 11일 지분을 일부 매도했지만 주가가 다시 반등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JP모건 효과를 넘어서 확산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프로티나의 기술이 차세대 신약개발 플랫폼과 동반진단 분야에서 유망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특히 신약 개발 초기단계에서 후보물질 탐색이나 바이오마커 발굴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가능성 때문에 기대가 높습니다. 기술성 평가 통과 등이 이런 기대감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프로티나의 강점은 원천 기술 보유와 상용화 경험에 있습니다. 단일분자 수준 PPI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자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해서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또한 임상용 바이오마커 개발, 항체 최적화 서비스, 동반진단 제품 개발, 제약사와의 신약 공동개발 등 여러 수익원을 확보해 사업 안정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CLIA 인증 랩 인수를 통한 미국 진단 서비스 제공 계획과 동반진단 제품 출시 예정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어서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상장 후 두 달 남짓 기간 동안 보인 변동성은 투자 리스크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보호예수물량 해제가 단계적으로 이뤄지면서 지속적인 오버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보호예수 해제 일정을 보면 5% 이상 주요주주(27.4% 지분)와 1% 이상 주요주주(26.4% 지분)가 상장 후 1~3개월 내에 해제되는 상황으로 현재 이미 해제되었거나 해제가 임박한 상태입니다. 실제로 8월 말에 일부 보호예수 물량이 해제됐죠. 추가 물량도 순차적으로 해제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인 윤태영 대표의 지분(18.17%)과 임원·특수관계인 지분(4.9%)은 3년간 보호예수가 적용됩니다.
◇Keyman & Comments 프로티나의 핵심 인물인 윤태영 대표는 현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그는 물리·생물물리학·생화학 분야에서 막 단백질, 단백질 접힘,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등을 단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는 연구를 지속해왔습니다.
특히 한국연구재단 미래창조과학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 연구단장과 현재 리더연구사업 연구단장을 역임하는 등 학계에서의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비전 제시 능력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구글 알파폴드3를 뛰어넘는 플랫폼'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면서 신약개발 기간 단축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프로티나 IR 담당자는 "기계적인 매도가 나올 수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회사의 펀더멘탈이나 중장기 성장 전략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설령 물량이 나와도 지금의 거래량이라면 시장에서 잘 소화하면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투자자들은 2023년 PPI 패스파인더까지 출시된 상황에서 투자를 결정했지만 이듬해인 2024년 PPI 랜드스케이프가 출시됐기 때문에 자사의 성장성을 본 투자자들은 투자 기간을 재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