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류기업 페르노리카 그룹의 한국법인인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소비둔화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급감했다. 동시에 배당금으로 인한 순유출이 확대되면서 현금성 자산은 전년대비 반토막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매출·영업이익 각각 31%, 71% 역성장, 위스키 열풍 한풀 꺾여 10일 페르노리카코리아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54억원)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감소한 수치다. 현금성 자산이 200억원을 밑돈 건 2018년 6월 이후로 약 7년 만이다. 기말 현금성 자산은 연초 현금성 자산에 영업활동현금흐름과 투자활동현금흐름, 재무활동현금흐름을 가감해 도출된다. 페르노리카는 6월 결산법인으로 회계연도가 직전연도 7월부터 당해연도 6월까지다.
일차적인 원인은 실적이다. 영업활동을 통한 캐시 창출력이 둔화한 상황 속 재무활동현금흐름으로 대규모 현금이 유출되면서 곳간이 작아진 모습이다. 2025FY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7억원으로 전년 동기(409억원)대비 큰 격차를 나타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글로벌 주류기업 페르노리카가 1992년 세운 한국법인이다. 주요 브랜드로는 발렌타인을 비롯해 아벨라워, 제임슨, 로얄살루트 등이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영업적자였는데 팬데믹과 맞물려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거리두기로 홈술족이 증가한 가운데 단순 위스키를 넘어 논스카치, 진, 샴페인 등 라인업을 다각화한 게 주효했다.
2020 회계연도 매출액은 915억원, 2021FY 1204억원, 2022FY 1598억원, 2023FY에는 1852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61억원, 269억원, 394억원, 51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흐름이 꺾인 건 이듬해부터다. 2024FY 매출액은 1751억원, 2025FY에는 1207억원으로 감소했다. 전년대비 31% 역성장했다. 2021FY 수준으로 회귀했다.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2024FY 영업이익은 53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는데 2025FY에는 71% 줄어든 150억원을 기록했다.
◇400억 넘는 배당으로 재무활동 순유출 확대, 신임 대표 분위기 전환 재무활동 순유출이 전년대비 확대된 것도 현금성 자산이 줄어든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배당금’ 영향이다. 2025 회계연도 한해에만 408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6억원을 배당한 것과 비교하면 21.4% 늘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지분은 아시아 사업 법인인 Pernod Ricard Asia가 100% 보유하고 있다.
2024 회계연도에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배당금 절댓값 자체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최근 수년간 배당성향(배당액÷당기순이익) 1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기말배당은 다음 회계연도에 현금으로 지급되는 구조다 보니 실적 악화와 겹치면서 타격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달부터 신임 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분위기 반전을 도모하는 모양새다. 기존 프란츠 호튼 대표 후임으로 영업 전문가인 파딜 타쉬긴(Fadil TASGIN) 신임 대표를 임명하면서 실적 반등에 사활을 걸 전망이다. 파딜 타쉬긴 신임 대표는 유니레버(Unilever)와 다논(Danone)을 거쳐 2012년 페르노리카 영업 총괄로 합류했다. 2019년 페르노리카 오스트리아 대표, 2021년 필리핀 대표, 2023년 필리핀&인도네시아 대표 등 아시아 사업을 책임졌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업계가 전반적으로 상황이 안 좋아도 그나마 페르노리카는 선방했는데 경기침체는 피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경쟁력 있는 라인업을 구축하고 어떻게 차별화하느냐에 따라 실적이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