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장기 CP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올해 앞서 단행된 두 차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기록했지만 금리가 엇비슷한 상황 속 조달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략한 CP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롯데쇼핑은 회사채와 CP로 이원화해 조달 경로를 구성해온 만큼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1.5년물의 장기 CP를 발행하면서 차입 구조 자체를 장기화시켰다는 평가다. 올해 들어 공격적인 자본적 지출을 단언한 만큼 투자 확대와 동시에 차입 관리에도 속도를 내며 재무 안정성 확보를 병행하고 있는 양상이다.
◇1.5년물 2000억 CP 발행, 회사채와 조달경로 구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10월 2000억원 규모의 1.5년물 기업어음(CP)을 발행한다. CP는 통상 1년 미만 만기가 일반적이지만 만기를 그 이상으로 가져갈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갖게 된다. 회사채와는 달리 발행액에서 이자를 할인해 조달하는 방식으로, 3%의 할인율과 발행제비용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유입되는 금액은 1906억원이다.
롯데쇼핑은 종종 장기 CP를 조달 전략으로 활용해 온 이력이 있다. 2017년과 2020년 각각 1500억원, 2000억원을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를 발행해 조달했다. 2017년에는 사법리스크,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둔화로 회사채 발행여건 악화된 점 등이 장기 CP 선택 이유로 꼽혔다.
이후 2024년 롯데쇼핑은 한 차례 더 장기 CP로 자금을 조달했다. 2024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이미 공모채를 발행했고 투심도 양호했다. 회사채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투자자들이 장기 CP 형태를 선호했다고 전해진다. 과거와 장기 CP 조달 배경이 한 차례 바뀌게 된 시점이다.
이번 장기 CP 역시 회사채 발행에 부담을 느낀 영향은 아니라는 평가다. 지난 9월 올해 두 번째 회사채를 발행했고, 1500억원 모집에서 970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수요예측에 흥행했다. 이에 발행 한도를 3000억원까지 증액하기도 했다. 여기에 롯데쇼핑은 회사채와 CP를 구분하고 조달 경로를 세팅하는 모습이다. 회사채 차환 목적의 조달은 회사채로 충당하고 CP를 차환하기 위한 조달은 CP를 통해 단행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는 시장성 조달을 해야 하는 조달 전략이고, CP는 어음으로 투자자 모집 없이 절차상 비교적 간략하게 찍을 수 있는 장치”라며 “롯데쇼핑의 경우 회사채와 기업어음으로 이원화해 조달 경로를 구성하고 있다는 특징도 있다”고 말했다.
◇단기CP 상환에 투입, 차입 구조 안정화 작업 지속 롯데쇼핑은 이번 CP 발행을 통해 조달한 1906억원을 모두 차입금 상환에 투입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11월 만기가 도래하는 CP 500억원, 12월 만기 도래 CP 1000억원과 내년 1월 만기인 CP 500억원이 상환 대상이다.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 CP들을 모두 1년 반짜리 장기 CP로 차환하며 차입 구조를 보다 장기화시킨 셈이다.
롯데쇼핑이 만기 구조 안정성 확보에 방점을 두기 시작한 건 올해 2분기부터다. 1분기까지는 CP 등 당기물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주력했다. 다만 2024년 말 자산 재평가로 재무구조가 일부 개선되며 신용평가 하방 압력이 완화됐고 이를 계기로 조달 창구도 다시 넓어졌다. 지난 4월 공모채 발행에서는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며 투자자 신뢰를 확인키도 했다. 이를 토대로 3분기에도 공모채를 추가로 발행하며 차입 구조 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말 기준 롯데쇼핑의 총차입금은 1조4730억원으로 2024년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단기차입금은 2조4997억원으로 2024년 말 대비 7.9% 증가했다. 이와 함께 롯데쇼핑은 지속 성장을 위한 리뉴얼 등 자본적 지출을 지속하고 있고, 올해에만 65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약 3820억원에 그쳐 유형자산 투자와 이자비용 등을 모두 충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에 선제적으로 차입 구조를 관리하면서 투자 집행과 더불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는 단계로 풀이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CP를 차환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며 “장기 CP를 발행한 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