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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만큼 조직의 운영 방향을 잘 보여주는 게 없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전략 역시 인사에 모두 담겨있다. 최고경영자(CEO) 개인의 생각이 가장 많이 반영되지만 올해 금융권 인사는 유독 '대동소이'하다. 이들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비슷한 만큼 조직개편과 인사에서 보여주는 지향점 역시 닮았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생산적 금융 확대'와 '소비자보호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공통점이다. 더벨이 각 금융지주 및 은행 인사에서 키워드를 찾아봤다.
금융권 인사가 지난해 연말 일단락됐다. 우리금융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 금융지주 대부분이 연말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 지주 임원인사, 은행 임원인사를 순차적으로 마무리했다. 세대교체, 안정 혹은 변화 등등 늘 비슷한 키워드가 등장하지만 올해는 유독 전체 금융권을 관통하는 인사 키워드가 몇몇 눈에 띈다.
금융지주와 은행 대부분 올해 경영환경에 대비해 인사 폭을 최소화했다. 정부 기조에 발맞춘 인사와 조직개편도 빼놓을 수 없다. 거의 모든 금융회사에서 생산적 금융 그리고 소비자보호를 내세웠다.
◇지주·은행 리더 대부분 그대로…경영진 변화도 소폭
지난해 말 KB·신한·하나금융에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가 마무리됐다. 대표이사 진용이 확정된 이후엔 지주와 은행 경영진 인사와 조직개편도 발표됐다. 이제 막 임종룡 회장의 연임이 결정된 우리금융만 계열사 대표 인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4대 금융의 계열사 대표 52명 가운데 지난해 말로 임기가 종료되는 인물은 28명이다. 인사가 마무리된 KB·신한·하나금융의 인사 대상은 모두 18명인데 이 가운데 13명이 연임에 성공했다. 단 5명만 교체됐다.
대표가 바뀐 회사 중에서 존재감이 큰 회사는 찾기 어렵다. KB금융에선 KB증권, 신한금융에선 신한라이프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 규모나 그룹 기여도 등이 미미한 회사들에서 대표가 바뀌었다. 우리금융은 조만간 계열사 대표 인사를 발표한다. 모두 11명의 임기가 만료되지만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등은 이번에 교체 대상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올해 4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뿐만 아니라 각 계열사를 이끄는 대표 대다수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24년 말 많은 곳에서 새 대표를 맞아 아직은 물러날 때가 아니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지만 각 회사들이 처한 환경도 무관치 않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2곳에선 이제 막 회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2기를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기존 경영진과 호흡을 맞추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그룹 차원의 쉽지 않은 과제가 놓여있다는 점 역시 올해 안정을 선택한 이유로 풀이된다.
이같은 기조는 회장을 직접 보좌하는 지주사 경영진 인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에선 신한라이프로 이동한 천상영 전 부사장 재무부문장(CFO) 정도를 제외하면 주요 경영진이 모두 자리를 지켰다. 고석헌 전략부문장(CSO)와 이인균 운영부문장(COO)은 진옥동 회장이 취임했을 때부터 그를 보좌해온 인물들이다.
KB금융에서도 기존 2명의 부문장이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이재근 부문장과 이창권 부문장은 기존의 역할에 더해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다. 재무와 리스크관리 등 핵심 부문을 이끄는 경영진 인사도 교체보다는 승진으로 신뢰를 보였다.
◇'생산적 금융'과 '소비자보호' 강조…AX에도 방점
'유지'에만 방점이 찍힌 건 아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금융권의 최고 화두는 단연 '생산적 금융'이다. 주요 금융지주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로 확대해봐도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조직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조직개편을 상당 부분 찾아볼 수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9월 다른 금융지주보다 먼저 '미래동반 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5년간 생산적·포용 금융에 8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금융이 100조원, NH농협금융이 108조원,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110조원 규모의 계획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5곳에서만 5년 동안 508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이 단행된다.
같은 맥락으로 '증권맨'의 약진도 두드러지는 추세다. 정부는 자본시장이 가장 생산적인 금융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김성현 전 KB증권 대표가 KB금융의 CIB마켓부문장으로 이동해 그룹의 머니무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소비자보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금융권에서 화두인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금융사는 물론 정책적으로도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과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지주와 은행들도 발빠르게 이같은 움직임에 호응하고 있다. 대부분 조직에서 소비자보호를 책임지는 경영진의 직급을 격상하고 조직도 확대했다.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인공지능) 전환도 화두다. KB금융은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전략부문'을 만들었다. 그룹의 AI 전환을 책임지는 곳이다. 하나금융은 디지털 전담 조직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했다. 그룹 내 AI 컨트롤타워를 둬 AI 역량을 결집한다는 방침이다. 임종룡 회장은 연임이 결정된 직후 낸 입장문에서 "AI 중심의 경영시스템을 확고히 뿌리내리겠다"고 밝혔다.
대동소이한 영업환경 속에서 해외 사업을 통해 활로를 뚫으려는 노력도 지속된다. 주요 은행에서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는 부행장이 대부분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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