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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

'찢었다' 삼양식품의 모멘텀 불닭면

주가상승 파죽지세, '해외영업총괄 김정수 부회장 복권+밀양공장 증설'…키워드 '글로벌'

이우찬 기자  2023-08-29 14:07:19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삼양식품 주가는 무더위를 잊은 듯 합니다. 30도를 크게 웃돌았던 지난 8월 14일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종가는 17만 6900원입니다. 올해 1월 2일(12만 3500원) 종가와 비교하면 43.2% 상승했습니다. 현재 주가는 역대 최고가입니다. 8월 14일 이후에도 주가 상승 흐름은 지속되는 양상입니다. 8월 25일 종가는 19만원에 근접한 18만 9000원입니다. 장중 19만 3000원까지 터치했습니다.

주가는 최근 3년 살펴보면 박스권에 갇혔었습니다. 8만원~10만원에서 시세를 형성했습니다. 최근 10년으로 시계열을 넓히면 이 가격도 크게 상승한 수치이긴 합니다. 10년 전 삼양식품 주가는 최저 2만 50원을 기록했습니다. 작년 4월 10만원선을 뚫은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주가 상승은 지속되는 양상입니다.

시가총액도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8월 28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 4147억원에 달했습니다. 1년 전인 작년 8월 26일 시가총액 8588억원과 비교하면 64.7% 증가했습니다. 경쟁사 오뚜기(시가총액 1조 4869억원)를 추월하기 직전입니다. 삼양식품과 오뚜기의 올해 예상 매출은 각각 1조 650억원, 3조 5700억원입니다. 시장은 삼양식품에 대해 매출 3배의 오뚜기와 비슷한 평가를 하는 셈입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삼양식품의 시장 평가를 살펴볼 수 있는 수치입니다. 8월 28일 기준 2.77배입니다. 장부가보다 3배에 달하는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입니다. 경쟁사 농심과 오뚜기는 각각 1.12, 0.68배입니다. PBR 1배는 기업의 장부가치와 시장가치가 같다는 뜻인데요. 고 PBR은 높은 수익성·성장성 등이 요인으로 꼽힙니다.

어쨌든 식품업계에서 상한가를 찍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식품기업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런데 매출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대부분 발생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가 폭등의 비결은 '해외'로 요약됩니다.


◇Industry & Event

8월 14일 상한가에는 두 가지 큰 힘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오너 리스크 제거와 밀양공장 증설 투자입니다. 두 이슈를 관통하는 공통 키워드는 바로 '해외'입니다.

먼저 오너가 일원이자 전인장 회장의 배우자인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입니다. 상한가를 기록했던 당일 윤석열 정부의 3번째 특별사면인 '광복절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 2018년 계열사에서 납품받은 자재를 페이퍼컴퍼니에서 납품받은 것처럼 꾸며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2020년 1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김 부회장은 이번 특사로 복권됐습니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의 해외영업을 총괄합니다. 직접 발로 뛰며 해외사업 강화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복권에 따라 자사 핵심 제품인 '불닭면'의 글로벌 침투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에도 긍정적인 흐름이 포착된 것이죠. 집행유예 기간이 도래해 특사 이전에도 경영활동 제약은 사실상 없었으나 이번 복권에 따라 리스크를 소멸시킨 것으로 평가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이 안정화됐다는 시장의 평가"라고 말했습니다.

불닭면의 해외 흥행은 김 부회장의 현장 경영이 한몫했는데요. 2011년 초 명동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장면은 김 부회장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고 합니다. 마케팅 부서,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 등을 탐방했습니다. 여러 국가의 다양한 고추를 연구하며 한국식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강렬한 매운 맛을 라면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의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2012년 출시된 불닭면은 2016년부터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적 유행으로 번진 'Fire Noodle Challenge(불닭볶음면 먹기 도전 영상)'을 계기로 수출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삼양식품은 불닭면을 앞세워 수출 기업으로 도약했습니다. 2016년 연결 매출은 3553억원입니다. 해외비중은 26.2%입니다. 작년 매출은 9090억원입니다. 해외비중은 66.6%입니다. 올해도 순항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309억원, 67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창사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 부회장의 사면복권 명단 발표 3일 전인 8월 11일에는 실적 발표와 증설 투자 공시가 있었습니다. 1590억원을 투자해 밀양에 2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라면 생산능력은 기존 18억개에서 20억개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규 생산 5개 라인 등을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해외사업 드라이브에 브레이크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올해 인도네시아에 판매법인을 설립한 바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미국, 일본, 중국 등에 이어 4번째 현지법인입니다. 올초 조직 개편으로 기존 6개 본부 85개 팀이 8개 본부 86개 팀으로 확대됐습니다. 해외지역별 영업마케팅본부와 해외물류 전담조직이 신설된 게 핵심입니다.

◇Market View

시장은 삼양식품 주가 추이를 어떻게 볼까요. 김 부회장의 사면 복권이 있던 당일 증권사 4곳에서 일제히 리포트를 냈습니다. 목표가가 무색하게 삼양식품이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목표가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4곳중 한곳만 목표가가 현재 유효한 상황입니다.

우선 리포트 제목이 꽤나 자극적입니다. '긴 말 필요없지'(한화), '메이저로 가는 불닭볶음면'(DS), 2Q23 Review: 찢었다(이베스트) 등입니다. 물론 '증설 결정, 수출 모멘텀 강화 기대'(IBK)라는 드라이한 제목도 있습니다.

리포트의 제목은 다양한데 키워드는 역시 '해외'로 귀결됩니다. 해외에서 승부를 보는 삼양식품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식품업계의 최대 난제는 인구 절벽이죠. 먹는 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수기업은 버티지 못합니다. 삼양식품은 불닭면이라는 해외 공략의 무기를 발굴했고 시장에서는 삼양식품의 모멘텀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가 음식료업주 최선호주라고 분석했습니다. 한 연구원은 "중국은 대형마트 채널과 CVS 입점 확대가 예상된다"며 "2021년 8월 법인 설립 이후 본격적인 영업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미국 법인은 올해 6월 코스트코 매출 발생에 이어 하반기 중 월마트, 코스트코 이외 주요 메인스트림 입점으로 고성장이 기대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5개의 생산라인 증설 계획을 감안했을 때 증설 완료 시 추정되는 생산수량과 매출액은 기존 20억개, 1조 4000억원에서 26억개, 1조 8000억원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최고가를 기록하는 주가와 시장의 장밋빛 전망에도 삼양식품은 마냥 웃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주가가 너무 올라도 고민인 것 같습니다. 주가 자체에 관한 언급이 민감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주가 급등과 관련해 기업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추가 배경이나 설명을 요구하는 물음에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해외영업을 총괄하는 김 부회장의 넥스트를 묻는 질문에도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다만 주주친화 정책을 지속해서 펼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사실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에는 불닭면의 흥행이 바탕에 있지만 CFO(최고재무책임자)의 적극적인 시장과의 스킨십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CFO가 최근 교체되면서 과도기인 상황이지만 먼저 장재성 전 대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CEO와 경영지원본부장의 CFO를 겸직했던 장 전 대표는 IBK투자증권 M&A본부장(상무) 출신으로 2021년 3월 영입됐습니다.

첫 회사채 발행을 주도한 장 전 대표는 분기별 IR자료 제공과 IR설명회 등을 개최해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는데 역점을 뒀습니다. 삼양식품의 IR 조직 확대도 주도했습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업설명회 개최 공시는 최근 10년내 딱 두 차례 뿐이었는데 모두 장 전 대표 영입 이후의 일이죠. 창사 첫 자사주 매입과 중간배당 도입도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힙니다.

이달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영입된 위메프 출신의 장석훈 CFO 역할은 어떻게 될까요. 장 전 대표 지휘 아래 진행된 IR 강화 작업을 고도화하는 게 될 것 같습니다. 수출기업으로 변모한 상황에서 모멘텀을 유지하고 외부 투자 유치 등을 위한 적극적인 IR은 필수적입니다. 경영 측면에서 원가 혁신 작업을 통한 효율화 작업은 장 CFO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주가와 관련해서 영향을 주는 직접적인 언급은 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 관계자는 "다만 경영 효율화로 회사 가치를 높이고 주주들에게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기업의 목표이자 영속성을 가져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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