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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십&스톡

정몽혁 체제 7년, 현대코퍼 실적과 주가는 왜 반대일까

계열 분리 이전보다 PER 8배 하락...신사업 통한 성장 전략 요구

이호준 기자  2023-02-09 14:47:18

편집자주

오너와 주주 사이의 거리가 부쩍 가까워진 요즘이다. 기업 총수를 회장님이라고 존칭하기보다 '형'으로 부른다. 오너의 경영 방식부터 라이프 스타일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만큼 오너의 언행이 기업의 주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오너의 말 한마디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기도, 리스크로 돌아오기도 한다. 더벨이 오너 경영과 주가와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봤다.
2016년은 현대코퍼레이션에 뜻깊은 해다. 당시 정몽혁 회장(사진)은 모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회사 지분을 사들이며 현대코퍼레이션 지배구조 최상단에 올랐다. 정 회장이 '범현대가(家)'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 경영을 시작한 순간이 바로 이때다.

7년이 지난 지금 회사의 사정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 사이 현대코퍼레이션의 매출은 '조 단위'로 뛰었고, 영업이익도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계열기반 거래를 착실히 유지하면서 해외시장 비중을 확대한 것이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현대코퍼레이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93배에 불과하다. 2016년 2만8000원이었던 주가는 2023년 현재 1만600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계열분리 이후 최대 실적 달성

현대코퍼레이션의 전성기는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한해 매출로만 40조원 안팎을 기록하며 국내 주요 종합상사 중에서도 손꼽히는 존재감을 뽐냈다. 거의 대부분의 현대그룹 물량을 트레이딩하며 탄탄한 매출 기반을 쌓았다.

아쉽게도 여기까지다. 2000년대 중반 해외법인 부실 탓에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다사다난한 시절을 지나왔다. 2009년 워크아웃을 졸업할 때까지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했고, 이듬해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되며 새집 살림까지 시작했다.

2016년에는 현대중공업그룹의 구조조정 작업과 맞물려 계열분리 돼 갈라져 나왔다. 이후 '정몽혁 회장→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현대코퍼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고, 당시 정 회장은 "'준비된 100년 기업'의 비전을 마련해가겠다"라고 선언했다.

일단 숫자 자체로는 정 회장의 계획이 순항 중인 것으로 보인다. 2016년 3조5600억원 규모였던 매출액은 2022년 6조1270억원으로 6년 만에 3조원 가까이 성장했다. 같은 기간 300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668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뿐만 아니라 외형도 매년 키워나가고 있다. 또 지난해 확보한 수주잔고가 많이 남아 있고 당분간 원화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도 외형 확대를 이어갈 수 있는 견조한 이익 흐름이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가는 반대로, 성장 동력 마련 관건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시장의 평가다. 실적이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주가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6년 2만8000원에 이어 2018년 중순 5만4000원까지 올랐던 회사 주가는 2023년 현재 1만600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한 기업가치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상사 업종은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PER이 저평가돼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 복잡하고 트레이딩을 통한 마진율이 낮기 때문에 호실적을 온전히 기업가치로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다.

이를 감안해도 아쉬움이 크다. 현대코퍼레이션의 PER은 1.93배 수준에 불과하다. PER은 기업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로 숫자가 낮을수록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계열분리 이전 수준(9배) 보다 하락했고, 종합상사 중 현대코퍼레이션보다 PER이 낮은 곳은 없다.


실적과 주가가 서로 연결되지 않는 건 결국 숫자 너머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성장성의 문제다. 현대코퍼레이션은 트레이딩(중계 무역)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현재 약 90% 이상의 이익이 △철강 △승용부품 △상용에너지 등의 트레이딩에서 창출되고 있다.

지주사 격인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를 통해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는 있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축산물도매업, 포장재생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한다. 지난해 연결 기준 1606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계열분리 직후(1500억원)와 견줘 큰 차이는 없다.

수익 창출구를 늘려 그룹의 성장 전망을 밝히는 것이 숙제다. 정 회장도 이러한 주문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창립 46주년 행사에선 "H2(기존 무역과 연계된 신사업)와 H3(기존 무역과 관련 없는 신사업)를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달 정 회장이 임직원 및 해외 주재원들과 진행한 글로벌 전략회의(GSC)에서는 "기존 사업에 집중한다는 핑계로 신사업에 도전하는 동료의 노력을 방해하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실질적인 성과로 시장을 설득할지 관심이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현재 미국 버섯 사업 을 추진하는 등 식량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또 현대코퍼레이션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프롤로그벤처스를 지난해 설립, 투자의 영역으로 경영 보폭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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