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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쿠팡 운전자본 부담 덜어주는 풀필먼트

②내부거래 비중 큰 물류 계열사서 매출채권 회수 기간 늘려

김형락 기자  2023-07-04 16:21:18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쿠팡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와 물류를 매출 양대 축으로 형성했다. 최상위 지배회사(Coupang, Inc)의 완전자회사 쿠팡이 기업집단 내 현금흐름 거점이다. 쿠팡을 중심으로 물류·자체 브랜드(PB) 담당 계열사 등과 내부거래가 일어나는 형태다. 거래 규모가 큰 물류 계열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이하 CFS)는 매출채권 회수기간을 늘려 쿠팡의 운전자본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 흑자를 달성했다. 순손실 폭이 줄면서 현금흐름이 개선됐다. 쿠팡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전년 대비 1조4950억원 감소한 1292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2629억원 적자였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1조498억원이 유입됐다. 사업 초기인 2014년(269억원) 이후 8년만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했다.

쿠팡은 그동안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돈이 계속 빠져나갔다. 하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 폭은 당기순손실보다 적었다.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잡히지만 현금 유출이 발생하지 않은 감가상각비 등이 현금흐름에 더해지기 때문이다. 물류센터 투자를 지속했던 쿠팡은 2021년과 지난해 각각 영업활동현금흐름 조정 과정에서 감가상각비 5197억원, 6736억원이 가산됐다.


재고자산 등 운전자본 관리도 쿠팡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좌우하는 요소다. 쿠팡은 재고를 직접 보유하고, 이를 고객에게 판매하는 '직매입 판매'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상품을 새벽·익일·당일에 배송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도 쿠팡이 직매입하는 상품 위주로 제공한다.

직매입 판매 비중이 큰 사업구조라 재고자산 부담을 덜기는 어렵다. 매출채권과 매입채무 결제기일을 조정해 운전자본 부담을 줄여갈 수밖에 없다. 계열사와 매입 거래가 빈번한 쿠팡에게 매입채무 관리가 좀 더 용이한 편이다.

CFS는 쿠팡이 가장 큰 비용을 인식하는 계열사다. 지난해 쿠팡의 특수관계자로부터 인식한 비용(6조12억원) 중 33%(2조98억원)가 CFS 몫이다. 그 뒤로는 △23%(1조3569억원)를 차지하는 CPLB(PB 운영) △12%(7300억원)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배송) △12%(7230억원)인 쿠팡이츠서비스(음식 배달 플랫폼) △12%(7107억원)인 쿠팡페이(간편 결제) 등이 있다.


CFS는 쿠팡의 물류를 총괄하는 계열사다. 쿠팡이 설립한 물류센터(Fulfillment Center) 운영을 책임지는 곳이다. 상품 입고, 보관, 포장, 재고관리, 배송, 반품 등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쿠팡이 CFS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CFS의 매출은 대부분 쿠팡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쿠팡향 매출 비중이 99%(2조98억원)다. 쿠팡의 외형이 커지면서 CFS의 매출도 증가했다. 설립 첫해인 2016년 CFS의 매출은 3억원에 불과했다. 2020년부터는 조 단위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2021년과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2%대다. 캡티브 마켓(계열사 내부 시장) 위주로 매출을 올려 수익성은 낮은 편이다.

쿠팡에서 올리는 매출에 비례해 매출채권 인식액도 크다. 기업집단 내 운전자본 관리 전략을 수립할 때 CFS는 빠질 수 없는 계열사다. CFS가 매출채권 회수기일을 늦추면 쿠팡은 미지급금·비용 결제 기간이 늘어나 운전자본 부담이 줄어든다. 실제로 CFS는 2020년 55.5일이었던 쿠팡향 매출채권 회수 기간을 지난해 66.5일까지 늘렸다.

지난해 CFS가 쿠팡에서 회수해야 할 매출채권 잔액은 3759억원이다. 모두 유동자산으로 분류해뒀다. 같은 기간 CFS 다음으로 쿠팡과 내부거래 규모가 큰 CPLB는 쿠팡에서 회수해야 할 매출채권 잔액이 2626억원이다.


쿠팡은 지난해 운전자본에 1275억원이 잠겼다. 재고자산 증가분 4656억원, 매출채권 증가분 1784억원을 현금화하지 못했다. 대신 매입채무·기타채무를 전년 대비 5164억원을 늘려 운전자본에 묶이는 자금을 줄일 수 있었다.

쿠팡과 비용 거래가 큰 계열사들이 운전자본 부담을 나눠서 졌다. 지난해 쿠팡이 CFS를 상대로 인식한 매입채무·기타채무 규모는 전년 대비 449억원 증가한 4030억원이다. 같은 기간 CPLB를 상대로 인식한 매입채무·기타채무 규모도 전년 대비 747억원 증가한 2627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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