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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현 빠진 카카오 컨콜, 홍은택 '사과'로 시작

이지윤 IR 실장이 공백 대체…"법원서 충실히 소명, 추진 중 사업 차질 없을 것" 강조

이지혜 기자  2023-11-09 15:02:48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 총괄 대표의 공백 여파가 카카오의 3분기 컨퍼런스콜에도 미쳤다. 카카오는 홍은택 대표이사(CEO, 사진)와 함께 사실상 최고재무책임자(CFO)나 다름없는 배 대표가 그동안 컨퍼런스콜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최근 배 대표가 구속되면서 이지윤 카카오 IR 실장이 자리를 대신했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당시 카카오가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로 금감원 등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은 결과다.

이에 따라 홍 CEO는 컨퍼런스콜을 사과의 말로 시작했다. 또 관련 의혹에 대해 법정에서 충실히 소명하는 동시에 경영구조를 다시 고민해 조직적 재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업 리스크 최소화를 우선 과제로 삼는 한편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 등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은택, 3분기 컨콜 시작은 ‘사과’로

카카오가 2023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9일 오전 진행했다. 이날 컨퍼런스콜은 홍 CEO와 함께 IR실을 이끌고 있는 이지윤 실장이 주도했다. 종전까지 홍 대표와 함께 배 대표가 컨퍼런스콜을 진행한 것과 대비된다.

배 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 당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로 10월 중순 구속된 탓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감독원은 수사 강도를 더 높였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해당 혐의 관련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홍 CEO가 컨퍼런스콜을 무거운 사과의 말로 연 이유다.

홍 CEO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부정적 뉴스로 카카오 주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의혹에 대해 법정에서 충실히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각오도 밝혔다. 홍 CEO는 “회사의 성장과 함께 그만큼 커진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회사 경영의 구조틀을 다시 고민해 조직적 재정비를 진행하겠다”며 “사업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주주를 위한 최우선 과제라 생각해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성과를 열거하며 컨퍼런스콜을 시작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만큼 카카오가 당면한 사법리스크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상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과 관련한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금감원은 3월부터 이와 관련해 조사하겠다며 4월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를 압수수색했다. 8월에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했지만 당시에는 카카오의 성과를 소개하는 말로 2분기 컨퍼런스콜을 시작했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 모색, SM엔터와 협력 ‘굳건’ 강조

홍 CEO는 카카오에 덮친 사법리스크로 주가 흐름이 부진한 것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카카오 주가 상황에 대해 경영진이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성장시키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홍 CEO는 “내년에 주주들의 기대와 관심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한층 강화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2021년부터 3년 단위로 주주환원 정책을 짜서 공개하고 있다. 현재 주주환원 정책은 올해까지가 기한인 만큼 내년에 새로운 정책을 내놔야 한다. 이때 주가를 부양할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을 담겠다는 의미다.

이번 컨콜에서 돋보인 지점은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는 일단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실장은 “SM엔터테인먼트의 메가 아티스트 라인업이 추가되면서 멀티 레이블 구조가 한층 탄탄해졌다”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는 북미 통합법인을 중심으로 소속 아티스트의 현지 활동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며 글로벌 K-pop(K팝)의 키플레이어로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는 올 3분기 잠정실적을 집계한 결과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1609억원, 영업이익 1403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매출은 1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 감소했다. 순이익은 64% 줄어든 495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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