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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시총분석

2000억 몸값 와이바이오로직스, 향후 관건 '약속 이행'

공모가, 밴드 최하단서 결정…상장 첫날 주가 상승률 42%

차지현 기자  2023-12-06 13:56:15

편집자주

시가총액이 반드시 기업가치를 대변하는 건 아니다.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바이오업체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상황을 보여주는 좋은 잣대가 되기도 한다. 임상 결과나 기술이전(라이선스아웃) 등이 빠르게 반영되고 시장 상황도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코스닥과 코스피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회사의 시가총액 추이를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 이슈와 자본시장의 흐름을 짚어본다.
항체 신약 개발 기업 와이바이오로직스가 재수 끝에 코스닥 데뷔전을 마쳤다. 최종 공모가가 희망 밴드 최하단에서 결정됐지만 상장 직후 밴드 최상단을 뛰어넘는 주가를 형성해 반전에 이뤘다. 시장친화적 공모구조와 항체 분야서 인정받은 기술력이 호응을 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주가 흐름 관건은 상장 시 제시한 목표 이행 여부다. 내년 예상 매출로 작년의 7배에 달하는 수치를 제시했다. 보유 파이프라인 임상 단계를 진척시키고 추가 기술수출 성과를 내는 게 핵심 과제로 꼽힌다. 상장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한 추자 자금 조달 가능성이 높은 점도 주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밴드하단' 공모가 일반 청약서 반전…상장 첫날 주가 양호

와이바이오로직스는 5일 상장 첫날 공모가(9000원) 대비 약 42% 상승한 1만2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시초가는 공모가의 두 배 이상인 2만3450원에 형성했다. 장중 고가는 164%가량 급등한 2만3800원이었다.

상장 이튿날인 6일에도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전날 종가 대비 2240원(17.5%) 오른 1만5040원에 거래 중이다. 시가총액으로는 2085억원 수준이다.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에서 책정된 몸값이 98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바이오 섹터 투심이 여전히 위축된 데다 '파두 사태'로 기업공개(IPO) 시장 경색 우려가 커진 상황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달 10~16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26.8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총 911개 참여 기관 가운데 88.3%가 희망 공모가 하단 및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최종 공모가를 밴드 최하단인 주당 9000원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의 반응은 달랐다. 일반 공모 청약에서 834.9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합격점을 받았다. 총공모주식 수의 25%에 해당하는 3억1309만6850주가 접수됐다. 이로써 청약 증거금으로 1조 4089억원을 모았다.

시장친화적 공모구조가 호응을 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창업자 등 주요 주주가 상장 후 주식 의무보유 기간을 연장하고 상장 주관사가 풋백옵션을 내걸며 시장 친화적인 공모 구조도 만들었다. 기관투자자 의무 보유 확약 비중을 14.5%로 코스닥 시장 입성한 기업 평균(9.6%)보다 높았다.

항체 분야서 인정받은 기술력도 일반 청약 흥행에 한몫했다. 항체를 발굴하는 자체 개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이제껏 총 5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진행 중인 공동 연구 프로젝트도 12건에 달한다. 이들 요소가 상장 후 주가 형성에도 플러스 요소가 됐다는 분석이다.

◇중장기 주가 흐름 '목표 실적 달성+추가 자금 조달'에 달렸다

향후 주가 흐름은 상장 시 제출한 실적 추정치를 계획대로 달성하느냐가 가를 전망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공모가 산정을 위해 미래 매출 추정 당기순이익을 사용했다. 공모가 뻥튀기 논란을 빚은 파두가 공모가를 산출한 방식과 동일하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와이바이오로직스는 내년 282억원, 2025년 438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세부적으로 2024년과 2025년 기술수출로 각각 211억원과 377억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통해 내년 79억5700만원, 2025년 247억200만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공동 개발 매출을 실적 추정치에 반영하지 않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밸류에이션을 잡았다는 입장이지만 쉽게 달성 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작년 매출은 내년 추정치의 7분의 1 수준인 42억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188억원에 달했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8%가량 줄어든 28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은 63억원이었다. 상장 과정에서 약속한 대로 일 년 만에 흑자전환하기 위해선 보유 파이프라인 임상 단계를 진척시키고 추가 기술수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상장 이후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번 공모로 확보한 자금은 135억원. 9월 말 기준 보유한 99억가량 현금성자산을 합하면 200억원을 조금 넘는다. 내년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을 앞둔 데다 항체-약물 접합체(ADC) 플랫폼은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상장 조달 자금만으론 임상 전략 실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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