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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효성그룹, 지주사 주가만 오른 이유는

저PBR 종목으로 묶여 다른 지주사와 동반 상승

정명섭 기자  2024-02-02 11:04:16
효성그룹의 지주회사 ㈜효성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냈음에도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화학, 효성티앤씨 등 주요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가 실적발표 이후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을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지주사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효성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4367억원, 영업이익은 9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7.6% 줄었고 영업이익은 45.4% 증가했다. 계열사 효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0% 증가하면서 ㈜효성의 수익성이 개선됐다.


다만 시장의 눈높이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증권가 컨센서스는 970억원이었다. 매출 컨센서스는 3조5470억원으로 실제 매출과 약 1000억원 이상 차이가 났다.

작년 4분기 실적만 떼어보면 상황은 더 어둡다.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80억원이었으나 실제 영업이익은 195억원으로 괴리가 컸다. 효성화학과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씨 등 지분법 대상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112억원 규모의 손실이 반영됐다.

그러나 ㈜효성의 주가는 상승세를 그렸다.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9일 6만1900원(종가 기준)이던 주가는 30일 6만24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지난 1일 6만5700원까지 올랐다. 나흘 만에 주가가 약 6% 오른 셈이다.

반대로 효성화학과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티앤씨 등 다른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는 하락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주요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이익 성장률을 보였지만 주가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실적발표 당일 18만500원이던 주가는 1일 16만2200원으로 10.1% 하락했다.

최근 일주일간 ㈜효성 주가 흐름

㈜효성 주가가 사업회사들과 반대로 움직인 건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PBR이 낮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달 중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PBR·ROE(자기자본이익률) 등 투자지표 비교 공시, 기업가치 개선계획 공표 권고 등이 골자다.

PBR은 시가총액을 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자산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는지 보여준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자산을 다 팔아도 기업가치에 못미칠 정도로 저평가됐다고 본다. 지주사와 금융사 등이 PBR이 낮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실제로 ㈜효성 외에도 SK㈜와 ㈜LG, ㈜한화, 삼성물산, 롯데지주, CJ, 삼양홀딩스, 동국홀딩스 등 국내 주요 지주사들의 주가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모두 PBR이 1배를 하회한 기업들이다. ㈜한화는 1일 하루에만 주가가 10% 이상 올랐고 삼양홀딩스도 9% 가까이 올랐다.

다른 지주사의 주가 상승세를 보면 ㈜효성은 부진한 실적이 상승 중인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효성 IR 부서 관계자는 "최근의 주가 상승 흐름은 ㈜효성이 저PBR 종목으로 묶인 결과"라며 "작년에 호실적을 기록했다면 주가는 분명 더 많이 뛰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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