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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 '시총 뉴노멀'

지주 효과 입증한 효성, 실적 따라간 자회사 시총 경쟁

2018년 지주 체제 전환…계열사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 치열

김동현 기자  2024-04-30 14:46:17

편집자주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 꺼낼 수 없지만 이 말만은 할 수 있다. 쉽게 '대세'가 되진 않았다. 어떤 곳은 여러 번의 '빅 딜' 후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또다른 곳은 적자만 냈지만 기업공개(IPO)의 적기를 제대로 잡아 그룹의 대표 주자에 올랐다. 모든 성장 전략이 다 달랐지만, 어느새 그룹에서도 가장 커져버린 시가총액이 이들의 성공과 새 시대를 주목하게 만든다. 더벨이 갖은 노력 끝에 시장을 사로잡은 주요 그룹 간판 계열사의 시총 그 뒷배경을 들여다본다.
올 하반기 ㈜효성과 효성신설지주(가칭) 등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예고한 효성그룹은 분할 배경 중 하나로 주주가치 제고를 들었다. ㈜효성이 기존 화학, 중공업 사업을 담당하고 효성신설지주가 미래 첨단소재를 맡는 등 양대 지주사가 독립 경영체제를 가져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설명이다.

실제 효성그룹은 과거 지주사 ㈜효성을 출범하며 이러한 효과를 경험한 적이 있다. 효성그룹은 ㈜효성 안에 섬유·산업자재·화학·중공업 등 대부분의 사업을 두고 있다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각 사업부문을 개별 회사로 독립시켰다.

이후 각 계열사의 합산 시총은 분할 전 ㈜효성의 기업가치 규모를 넘어섰다.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받던 효성그룹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내린 결정이 결과적으로 그룹 전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셈이다.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실적 변화로 그룹 시총을 이끄는 계열사는 시기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분할 전 5조원대 시총, 계열사 체제 완비 후 7조원 이상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판덱스 자체 개발에 성공한 ㈜효성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시총 규모가 2조원대 수준에 머물렀다. 스판덱스를 포함한 섬유뿐 아니라 건설, 산업자재, 화학, 무역 등 여러 사업이 한데 묶여 있다 보니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웠다. 2011~2014년 ㈜효성 주가는 5만~7만원대에서 정체했다.

매해 마지막 거래일 기준. 2024년은 4월29일 주가 반영. ㈜효성, 효성티앤씨·중공업·첨단소재·화학·ITX, 신화인터텍, 진흥기업, 갤럭시아머니트리·에스엠 등 10개사 합산.(자료=KRX)


그러던 중 2015년 들어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섬유 사업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화학, 산업자재 등 다른 영역에서도 고른 실적을 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5000억~6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내던 회사가 2015년 1조원에 육박한 9502억원의 수익을 냈고 이듬해에는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덕분에 주가도 10만원선을 돌파해 시총도 4조~5조원대까지 올라갔다.

단일 회사에 혼재한 각 사업의 가치를 인정받을 준비를 마친 효성그룹은 2018년 6월 중공업·건설(효성중공업), 산업자재(효성첨단소재), 화학(효성화학), 섬유·무역(효성티앤씨) 등을 분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했다. 존속회사 ㈜효성은 지주사로 자회사 투자·관리에 주력하고 각 자회사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꾸리는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분할 후 재상장을 마친 2018년 말 ㈜효성을 비롯한 신설 4개 법인의 시총 총합은 2017년 말(㈜효성 4조8989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깎인 2조7904억원이었다. 이때까진 아직 ㈜효성 중심의 지주사 체제가 완전히 정비되지 않았던 상태로, 본격적인 기업가치 증대가 시작된 시점은 2020년부터다.

주력이던 스판덱스 사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증한 레깅스 수요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고 효성티앤씨의 기업가치도 1조원에 가까워졌다. 효성티앤씨가 사상 최대 실적(영업이익 1조4237억원)을 거둔 2021년에는 ㈜효성과 효성티앤씨 모두 시총 2조원선을 넘어섰다. 그해 말 기준 효성그룹 5개사의 합산 시총은 7조8000억원에 이른다.

마지막 거래일 기준. 2024년은 4월29일 종가 반영. 위 기간 시총 1조원 미만의 효성ITX, 신화인터텍, 진흥기업, 갤럭시아머니트리·에스엠 제외(자료=KRX)

◇그룹 시총 경쟁, 효성중공업도 가세

그동안 그룹 시총을 견인하던 효성티앤씨는 코로나19의 엔데믹 이후 실적이 점차 하향 안정화하는 흐름을 보였고 주가도 실적을 따라 내려갔다. 2조원을 넘나들던 시총도 2022년을 기점으로 1조5000억~1조6000억원대 내에서 움직였다.

이후 효성티앤씨를 대신해 그룹 시총 1위 자리에 오른 곳은 효성첨단소재와 효성중공업이다. 기존에도 효성티앤씨 뒤를 바짝 뒤따르던 효성첨단소재는 그룹 신성장동력인 탄소섬유 증설 계획을 앞당기며 어느 계열사보다 빠르게 미래 사업을 준비했다. 기존 사업인 타이어코드도 타이어 교체 수요와 맞물려 실적을 뒷받침했다. 2020년 말 6675억원이었던 효성첨단소재 시총은 지난해 말 1조7897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는 효성중공업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데이터센터 등 전력기 수요에 따른 변압·차단기 사업(중공업 부문)의 호조세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재 해당 부문의 수주잔고만 4조원이 넘는다. 이는 해외법인 수주량을 제외한 별도기준 수치로 미국·인도 등 수주잔고까지 더해지면 그 수치가 더 올라갈 수 있다.

효성중공업의 주가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며 효성중공업 시총은 지난해 상반기 말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도 성장세가 이어지며 올해 3월 시총 2조원선까지 넘으며 현재는 3조원대를 넘보고 있다. 효성그룹 5개사의 합산 시총은 7조6789억원(4월29일 기준)으로 이중 40%를 효성중공업이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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