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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 '시총 뉴노멀'

쇼핑 넘어선 롯데EM, 화학군 시총 '50조' 뒷받침

지난해 편입, 그룹 이차전지 사업 신호탄…화학 3사 시너지 창출 입증 과제

김동현 기자  2024-04-29 15:42:08

편집자주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 꺼낼 수 없지만 이 말만은 할 수 있다. 쉽게 '대세'가 되진 않았다. 어떤 곳은 여러 번의 '빅 딜' 후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또다른 곳은 적자만 냈지만 기업공개(IPO)의 적기를 제대로 잡아 그룹의 대표 주자에 올랐다. 모든 성장 전략이 다 달랐지만, 어느새 그룹에서도 가장 커져버린 시가총액이 이들의 성공과 새 시대를 주목하게 만든다. 더벨이 갖은 노력 끝에 시장을 사로잡은 주요 그룹 간판 계열사의 시총 그 뒷배경을 들여다본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5위 자리를 포스코그룹에 내줬다. 2000년대 후반부터 주요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롯데그룹은 유통·화학군 등의 국내외 주요 매물을 삼켜 10년 넘게 재계 5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롯데그룹의 공정자산 총액(129조7000억원)이 전년 대비 6.6% 증가하긴 했으나 포스코그룹이 지주사 전환으로 포스코 주식 가치(30조원)를 자산으로 인식하며 5위 자리(132조1000억원)를 탈환했다. 이후 열린 첫 사장단 회의(VCM)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계열사 임원진에게 '기업가치 제고'를 주문하기도 했다.

화학·유통군의 양축이자 롯데 시가총액을 떠받치던 롯데케미칼·롯데쇼핑 등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올 들어 그룹 시총 3위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계열사가 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이 인수한 이차전지 소재 기업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롯데EM)로, 이 회사는 앞으로 화학군의 이차전지 사업 전환을 이끌 연결고리로 평가받는다.

◇저점서 반등한 롯데EM, 그룹 시총 상위 3위로

롯데EM(구 일진머티리얼즈)은 지난해 3월 롯데케미칼이 2조7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동박 회사다. 동박은 이차전지 음극재 소재로, 롯데그룹은 롯데EM을 인수하며 단번에 글로벌 4위(점유율 13%) 수준의 동박 업체로 올라섰다. 해당 거래는 석유화학 사업자인 롯데케미칼의 이차전지 소재 확장을 위한 신호탄으로도 여겨졌다.

매해 마지막 거래일 기준. 2024년은 4월26일 주가 반영. 해당 기간 시총 1조원 미만인 롯데이노베이트, 롯데하이마트 제외.(자료=KRX)

다만 기업가치 측면에선 롯데EM이 그룹 내에서 곧바로 존재감을 드러내진 않았다. 2020년대 초반 전기차 시장의 호조세에 따라 이차전지 업종이 주가에 순풍을 달았던 2021년, 롯데EM의 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그해 말 시총 6조원을 돌파하긴 했으나 이듬해부터 그 흐름이 크게 꺾여 시총이 2조원대까지 내려온 상태였다.

2021년 말 시총 규모만 놓고 봤을 땐 롯데EM은 당시 롯데그룹 시총 상위 3위 업체인 롯데지주(3조1368억원)와 롯데쇼핑(2조4668억원)을 가뿐히 제칠 수 있었다. 석유화학 침체기가 본격화하며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던 롯데케미칼(2021년 말 당시 시총 7조4378억원)을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롯데EM이 그룹에 편입된 것은 이차전지 열풍이 꺾이기 시작한 지난해 3월로, 그해 말 롯데EM의 시총은 1조9390억원 수준이었다. 롯데EM이 매해 마지막 거래일에 시총 2조원을 넘지 못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롯데그룹 계열사가 지난해 전반적으로 부진한 주가 흐름으로 시총이 많이 하락했으나 롯데케미칼·롯데지주·롯데쇼핑 등 기존 상위 3개 계열사 체제는 유지됐다.

롯데EM이 이 체제에 균열을 내고 3위 자리에 이름을 올린 시점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올해 2월 롯데EM 주가가 최저점(장중 3만1000원)을 찍을 때만 해도 시총 2조원 돌파도 요원해 보였지만 전기차 업황 둔화에도 흑자를 유지하는 저력을 보여주며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9일을 기점으로 롯데쇼핑 시총이 2조원선 아래로 떨어지고 반대로 롯데EM 시총은 3월 말 2조원대로 복귀하며 두 기업간 순위 자리가 뒤바꼈다.



◇10조 못미치는 화학 3사 시총, '현재진행' 사업전환

롯데EM 시총이 올해 들어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롯데케미칼은 롯데EM 인수 작업이 완료되기 직전 그룹 화학군을 대표해 2030년까지 화학 3사 합산 시총 50조원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롯데케미칼·EM·정밀화학 3사의 그린사업(수소·이차전지·첨단소재 등) 시너지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었다.

롯데그룹은 크게 식품군(롯데웰푸드·칠성음료·GRS), 유통군(롯데쇼핑·하이마트·코리아세븐), 화학군, 호텔군(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 등으로 나뉜다. 이중 롯데케미칼의 기업가치 규모가 단연 가장 크고 롯데지주, 롯데EM, 롯데쇼핑 등이 뒤따르고 있다. 그룹 기업가치의 핵심 역할을 하는 화학군이 먼저 나서서 구체적인 시총 목표치를 제시한 것이다.

다만 화학 3사의 합산 시총 규모는 현재 10조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때 롯데케미칼 혼자서만 10조원이 넘는 기업가치(2016~2017년)를 인정받았지만 범용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사그라들며 지금은 시총이 5조원대 아래에 형성돼 있다. 올해 4월26일 기준 화학 3사 합산 시총은 7조5000억원대다.

물론 각 사업군 내 상장사의 합산 시총이 2조원대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화학군이 그룹 시총을 이끌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그룹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화학 3사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가운데 3사 모두 이차전지 소재에서 공통점을 찾고 공동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사업 연결고리를 맞춰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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