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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CEO 책임경영 진단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연봉 2배 뛴 배경엔 '역대급 순익'

①수익성·건정성 지표 악화 가린 압도적 성장성…임기 3년차 '관리 모드' 전환

최필우 기자  2024-05-08 15:35:10

편집자주

금융 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대표적 저평가 종목군인 금융주에도 관심이 모인다. 금융지주는 금리 상승 수혜를 입어 수년째 역대급 순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여전히 낮다. 대규모 이자이익, 지지부진한 주가와 함께 CEO의 고연봉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금융지주 CEO는 보수에 대한 책임과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을까. '책임경영'을 키워드로 금융지주 CEO 보수 산정 기준이 되는 재무적·비재무적 성적표와 주가 현황을 분석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사진)은 그룹을 대표하는 영업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우량 자산을 놓고 벌이는 대형 금융회사 간 과당 경쟁 구도로 재편된 국내 금융권에서 차별화된 성과를 낼 CEO로 기대를 모았다. 그룹이 그를 회장으로 선임한 배경에는 은행업 순이익에서 만큼은 리딩뱅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책임져달라는 요구가 깔려있다.

함 회장은 본인의 장기를 발휘해 임기중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기대에 부합했다. 수익성과 건전성 측면에서는 지표가 악화됐지만 압도적인 성장성 만으로도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보수를 수령할 수 있었다. 올해 임기 마지막 해에 접어들면서는 성장 만큼이나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영업통' 명성에 부합한 순익…업계 최고 보수로 보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함 회장은 지난해 보수로 약 21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집계됐다. 급여로 9억원을 받았고 단기, 장기 성과평가가 반영되는 상여는 13억5100만원을 수령했다. 이는 같은 기간 현직 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큰 금액이다.


함 회장의 CEO 커리어를 놓고 봤을 때도 가장 큰 규모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으로 재직한 기간인 2016~2019년 급여와 상여 합계 기준으로 연간 9~10억원 안팎의 보수를 수령했다. 부회장 직함만 있던 2019년 5억5700만원, 2020년 8억2900만원을 받았고 2021년에는 11억4700만원을 수령해 행장 시절 보수를 넘어섰다.

회장 취임 첫해인 2022년에는 급여 6억8400만원, 상여 3억3900만원으로 총 10억2300만원을 받았다. 2년차인 지난해에는 급여도 9억원으로 인상됐고, 2022년의 성과 반영된 상여도 13억5100만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취임 첫해의 성과가 바탕이 돼 예년의 2배에 달하는 연봉을 수령할 수 있었던 셈이다.

계량지표 평가, 장기성과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게 고연봉 수령으로 이어졌다. 하나금융은 계량지표 평가 항목으로 △수익성(ROE) △주주가치(상대적 주주수익률) △생산성(C/I Ratio) △건전성(고정이하여신비율, RoRWA)을 두고 있다. 장기성과 평가 지표로는 △그룹성과(상대적 주주수익률) △그룹사성과(ROE, 당기순이익) △건전성평가(고정이하여신비율)가 있다.

순이익이 함 회장에 대한 평가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나금융은 2022년 순이익 3조625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을 냈다. 함 회장은 지주 CEO에 취임한 후에도 영업하는 CEO의 면모를 보여줬다. 함 회장이 주요 법인 고객을 직접 만나는 등 영업 일선에서 뛴 게 기업금융 활성화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함 회장은 지난해에도 영업 전문가 CEO로 책임을 다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그룹 순이익은 3조4516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소폭 감소했지만 역대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과의 호흡을 바탕으로 2년 연속 시중은행 순이익 1위를 달성한 게 그룹 순이익에도 기여했다.


◇올들어 고개 든 ROE…RORWA 관리가 관건

함 회장 취임 후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는 다소 악화됐다는 점에서 순이익이 성과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함 회장 취임 전인 2021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89%였다. ROE는 2022년 10.28%, 2023년 8.95%로 하향 조정됐다. 자산 외형 확대를 중시하는 과정에서 수익성과 경영 효율성은 상대적으로 악화된 것이다.

함 회장은 임기 3년차인 올해 관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계 대출을 확대하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고 기업금융 경쟁도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계산이 깔렸다. 조달 비용 상승에 따라 금융권 전반적으로 순이자마진(NIM)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ROE는 지난 1분기 기준 10.44%로 두자리수를 기록했다. 함 회장 취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개선되고 있다. 경영 효율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인 영업이익경비율(C/I Ratio)은 37.4%를 기록해 30%대에 진입했다. 영업이익경비율은 함 회장 취임 이래로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지표다.

고금리 장기화로 심화되고 있는 건전성을 관리하는 것도 함 회장의 과제로 남아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2년 0.3%, 2023년 0.5%, 올해 1분기 0.53%로 우상향 추세다.

리스크와 수익성을 함께 가늠할 수 있는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는 2021년 1.5%, 2022년 1.62%, 2023년 1.35%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대출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에 있어 RORWA 활용을 늘리고 있어 함 회장 임기 마지막 해 주목해야 할 지표 중 하나다. 함 회장이 성장성과 함께 수익성과 건전성도 잡았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RORWA 개선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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