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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CEO 책임경영 진단

함영주 회장, '글로벌' 성과에 달린 비계량지표 평가

③하나금융 비계량 중점추진과제 중 가장 큰 존재감…'베트남·인니' 투자·경영 실적 관건

최필우 기자  2024-05-09 16:19:56

편집자주

금융 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대표적 저평가 종목군인 금융주에도 관심이 모인다. 금융지주는 금리 상승 수혜를 입어 수년째 역대급 순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여전히 낮다. 대규모 이자이익, 지지부진한 주가와 함께 CEO의 고연봉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금융지주 CEO는 보수에 대한 책임과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을까. '책임경영'을 키워드로 금융지주 CEO 보수 산정 기준이 되는 재무적·비재무적 성적표와 주가 현황을 분석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수익성, 생산성, 건전성 등의 재무 지표 외에도 비재무성과를 통해 경영 평가를 받는다. 비계량지표 평가는 디지털,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된 중점추진과제에 대한 심의로 이뤄진다. 이중에서도 글로벌은 함 회장의 판단과 전략이 가장 직접적으로 개입되는 영역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중에서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지역에서의 성과가 중요하다.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 투자를 성공 사례로 만들어 새로운 해외 진출 경로를 뚫어야 한다. 인도네시아 법인에서 디지털 뱅크인 '라인뱅크'를 성공시키는 것도 함 회장의 주요 업적으로 남을 수 있다.

◇'글로벌 지분투자' 성공 모델 만들까

하나금융의 2023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비계량지표 중점추진과제는 △'디지털 퍼스트'를 위한 핵심 기반 구축 △글로벌성장전략 A.B.C 추진 △ESG 경영 내재화 등 3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중점추진과제는 비계량지표 평가 항목으로 계량지표와 함께 경영발전보상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함 회장의 성과급 산정에 반영된다.


3개 중점추진과제 중 함 회장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미치는 분야는 글로벌이다. 디지털 역량 강화는 그룹의 디지털·전산 전담 계열사 하나금융티아이가 맡고 있다. ESG경영은 이사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 주도권이 있다. 글로벌은 금융지주 CEO의 주관과 영향력이 직접적으로 개입되는 영역이다.

함 회장 임기가 시작된 직후인 2022년 4월 하나금융은 계열사 하나증권을 통해 베트남투자개발은행증권 지분 35%를 인수했다. 앞서 베트남투자개발은행증권의 모회사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 지분 15%를 인수한 전략의 연장선이다. 경영권 인수보다 소수 지분 투자를 통해 현지 영향력을 강화하는 게 함 회장의 글로벌 전략 기조다.

함 회장은 갈수록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무리한 사업 확장은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있다. 하나은행 중국 법인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봉쇄령으로 2022년에만 972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지분 투자 방식을 택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지분법 평가이익을 얻을 수 있다.

지분 투자 다음 단계를 보여주는 게 함 회장의 과제로 남아 있다. 베트남투자개발은행 지분법 평가이익은 1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지분 매각으로 현금화하지 않는 한 회수가 어렵다. 주주로 자리매김하면서 현지 전문성을 구축해 다른 비즈니스를 도모하거나 단계적으로 지분을 추가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해야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평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지난해 5월 11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소재 대형 쇼핑몰인 Senayan Park에서 열린 「LINE Bank X SAMSUNG」 체험 행사에서 라인뱅크 앱의 대출 연계 간편결제를 경험해보고 있다.

◇인니 라인뱅크, '글로벌·디지털' 성패 시금석

함 회장 체제 글로벌 비즈니스의 또 다른 핵심 전진 기지는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이다. 김승유·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의 경우 중국 시장에 공을 들였으나 현지 불확실성 확대로 함 회장 재임 기간 사업 확장을 도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함 회장은 인도네시아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함 회장이 인도네시아 공략에 자신감을 갖는 배경에는 디지털 경쟁력이 자리한다. 인도네시아는 다수의 섬으로 이뤄진 국가로 오프라인 금융 인프라가 부실하다. 오히려 디지털 친화 고객 유치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에서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 전략과 비슷한 방식으로 인도네시아 법인도 사세를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인터넷뱅크인 라인뱅크를 내세워 현지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 라인뱅크가 하나금융의 글로벌, 디지털 경쟁력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는 셈이다. 또 인도네시아 법인은 하나금융 해외 법인 중 지난해 순이익 규모가 가장 컸던 곳으로 함 회장의 글로벌부문 성과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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