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의 손해보험 포트폴리오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소형 보험사를 자체 육성하려던 시도가 규모와 판매채널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중견사 인수를 통한 도약 필요성이 커졌다. 선제적으로 대형사를 인수한 KB금융은 인수형 성장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우선 생명보험에 집중한 우리금융과 자력 성장을 추진해 온 농협금융도 상황에 맞춰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주요 금융지주의 손보사 현황과 육성 과정, 향후 보험 포트폴리오 재편 가능성을 짚어본다.
하나금융그룹이 손해보험 사업의 성장축을 기존 계열사 육성에 둔 모습이다. 하나금융은 올해 초 예별손해보험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물러난 뒤 하나손해보험에 대규모 자금을 잇달아 투입했다. 소형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출범한 하나손해보험을 장기보험과 대면영업을 갖춘 종합손해보험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선명해졌다.
하나손보는 장기보험을 확대하면서 미래이익 기반을 착실히 쌓는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적자는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 관건은 확충한 자본과 판매 조직을 신계약 확대와 안정적인 이익 창출로 연결하는 일이다. 자체 육성에 무게를 둔 판단의 초기 성과는 내년 흑자전환 목표 달성 여부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인수전 이탈 직후 이어진 대규모 자본 수혈
하나금융은 최근 하나손보의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출자를 완료했다. 지난달 29일 하나손보가 발행한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전량 인수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추가 자금을 투입했다. 하나금융이 한 달 새 하나손보에 지원한 자금은 총 3000억원에 이른다.
하나금융그룹 전경. 출처: 하나금융
연이은 지원은 하나손보의 자본 여력을 보강해 장기보험 확대와 흑자전환 계획을 뒷받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은 보완자본으로 반영돼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2000억원 유상증자는 기본자본까지 보강한다는 점에서 자본의 질을 한층 끌어올린다.
잇단 자금 지원은 하나손보가 추진하는 영업 구조 전환과도 맞물려 있다. 하나손보는 올해 초 전속영업추진실을 신설한 데 이어 최근에는 회사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대면 상담을 수행하는 직영 TC 조직을 출범했다. 텔레마케팅(TM) 중심이던 전속채널에 대면 기능을 더하고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과 병행해 장기보험 판매 기반을 넓히려는 구상이다.
업계는 하나금융이 하나손보에 자금을 지원한 시점에 주목한다. 예별손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뒤 하나손보 지원을 확대한 만큼 당장의 전략 무게가 추가 M&A보다 기존 계열사 육성에 실렸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은 올해 1월 예별손보 예비입찰에 참여하며 M&A를 통한 손해보험 사업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본입찰에는 응하지 않았다.
하나손보의 자체 성장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외부 손보사 인수로 계약 규모와 판매 기반을 단번에 확보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시장에 나온 매물 중 하나손보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인수 가격과 추가 투자 부담까지 충족할 만한 곳은 많지 않다. 당분간은 외형을 새로 사들이기보다 하나손보의 자본과 채널을 보강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쪽에 우선순위를 둔 셈이다.
◇디지털 색채 걷고 장기·대면 중심 재편
하나손보는 하나금융에 편입된 뒤 내세웠던 디지털 손보사 전략을 사실상 장기보험 중심 성장전략으로 전환했다. 디지털·자동차보험 중심의 기존 구조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속채널과 자회사형 GA인 하나금융파인드를 동시에 키우는 투트랙 구조도 이 같은 전환의 연장선에 있다. 상품과 채널 모두 비대면 중심에서 장기 보장성보험과 대면 판매를 결합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새로 꾸린 직영 TC 본부는 회사가 선별한 고객 DB를 활용해 대면 보장 컨설팅을 수행한다. 기존 텔레마케팅 조직이 비대면 판매를 담당하고 TC가 현장 상담을 맡는 하이브리드 영업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회사가 직접 관리하는 조직을 확대하면 판매 통제와 계약 유지율 측면에서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장기보험 확대와 맞물려 미래이익 기반도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하나손보의 보험계약마진(CSM)은 3049억원으로 전년 동기 2264억원 대비 34.7% 늘었다. 대면채널 구축과 신계약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에도 장기보험 CSM을 늘리며 중장기 손익 기반을 쌓고 있다.
올해 상반기 손익은 계리가정 변경의 영향을 받아 표면적으로 악화됐다. 하나손보의 지주 연결 기준 순손실은 711억원으로 전년 동기 194억원보다 517억원 확대됐다. 일회성 계리가정 변경 영향 약 505억원을 제외한 순손실은 207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장기보험 매출과 CSM이 늘고 있지만 기초 손익이 뚜렷한 개선세에 들어섰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하나손보는 내년 장기보험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흑자전환을 목표로 한다. 하나금융의 연이은 자본 지원으로 성장전략을 추진할 재무 여력은 한층 보강됐다. 내년 흑자전환 여부는 예별손보 인수 대신 자체 육성에 무게를 둔 판단의 성패를 가를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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