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경쟁에서 격차를 만든 건 배당보다 자사주였다. 지난해 배당성향은 우리금융이 32.0%로 가장 높았지만 총주주환원율은 36.8%로 가장 낮았다. 반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52.4%, 50.2%로 나란히 50%를 넘어섰고 하나금융도 46.8%까지 올라왔다.
차이는 자사주 매입·소각에서 벌어졌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지난해 각각 1조4800억원, 1조2500억원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투입했다. 하나금융도 7541억원을 집행했다. 우리금융은 1500억원에 그쳤다. 배당에 자사주를 얼마나 더하느냐가 총주주환원율의 격차로 이어진 셈이다.
올해는 후발주자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하나금융은 3분기까지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약 7000억원으로 늘렸고 우리금융은 연간 규모를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3500억원으로 확대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먼저 넘어선 50%선을 두고 4대 금융지주의 간격이 좁아지고 있다.
◇50% 가른 건 배당 아닌 자사주 지난해 총주주환원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KB금융이다. 현금배당 1조5778억원과 자사주 매입·소각 1조4800억원을 합쳐 총 3조578억원을 주주에게 돌려줬다. 총주주환원율은 52.4%로 4개 지주 가운데 가장 높았다.
신한금융도 50%대를 넘겼다. 현금배당 1조2460억원에 자사주 매입·소각 1조2500억원을 더해 총 2조4960억원을 환원했다. 총주주환원율은 50.2%다. 신한금융의 주주환원율은 2022년 30.0%에서 2023년 36.0%, 2024년 40.2%로 꾸준히 높아졌고 지난해 처음 50%를 돌파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현금배당 1조1178억원과 자사주 매입·소각 7541억원 등 모두 1조8719억원을 주주환원에 사용했다. 총주주환원율은 46.8%로 올라 50%에 한층 가까워졌다.
우리금융은 상대적으로 배당에 무게가 실렸다. 현금배당은 9985억원으로 배당성향이 32.0%에 이르렀다. 4개 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소각은 1500억원에 머물면서 총주주환원액은 약 1조1485억원, 총주주환원율은 36.8%에 그쳤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현금이 주주에게 직접 지급되는 배당과 달리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당 지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한금융의 유통주식수는 2024년 4억9886만주에서 지난해 4억7716만주로 4.4% 감소했고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EPS)은 8791원에서 1만220원으로 16.3% 증가했다. KB금융도 2025년 말 3억5859만주였던 유통주식수가 올해 6월 3억5339만주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 EPS는 1만669원으로 전년 동기 9032원보다 18.1% 증가했다. 순이익 증가에 자사주 소각에 따른 유통주식수 감소가 더해지면서 주당 지표도 개선됐다.
◇하나·우리 자사주 확대…50% 향해 간격 좁힌다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가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3분기 누적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약 7000억원으로 늘어난다. 현금배당도 함께 확대하면서 연내 총주주환원율 50%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2분기 주당배당금(DPS)은 1155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5% 증가했다.
하나금융은 장기적인 환원 기준도 한 단계 높였다. 기존에는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을 50%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기업가치 제고계획 2.0에서는 이후 50%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을 연계한 새로운 주주환원 프레임워크도 도입했다. 이익을 얼마나 내느냐뿐만 아니라 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얼마나 사용할지를 함께 고려해 환원 규모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우리금융도 자사주 정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총 3500억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150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를 웃도는 규모로, 4대 지주 가운데 가장 낮았던 총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릴 여력을 키웠다.
KB금융과 신한금융도 주주환원 규모를 한층 키우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총주주환원액을 3조7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3조578억원보다 6000억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1조2000억원을 완료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7000억원을 추가한다.
신한금융의 경우 올해 10월까지 예정된 자사주 매입 규모는 1조4000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1조2500억원을 이미 넘어서는 수준이다. 여기에 예상 실적과 자본적정성을 고려해 4분기 추가 매입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간 DPS도 전년보다 14.3% 늘리는 방향을 제시했다.
주주환원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KB금융은 보통주자본(CET1)비율의 일정 수준 초과분을 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하나금융은 ROE와 RWA 성장률을 연계한 환원 체계를 도입했다. 단순히 배당과 자사주 규모를 늘리는 것을 넘어 수익성과 자본적정성, 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함께 따져 환원 여력을 결정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