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3년 만에 리더십을 교체한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양종희 회장의 연임 대신 이재근 지주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다. 현직 프리미엄을 안은 회장들의 연임이 이어지며 '연임 대세론'이 굳어진 상황에서 나온 반전 선택이다. 회추위가 세대교체를 택한 배경을 살펴보고 이재근 체제 KB금융의 경영 방향 및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본다.
이재근 KB금융 글로벌·WM·SME부문장이 차기 지주회장 후보로 선정된 것은 '현직 프리미엄'이 유효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나온 예상 밖의 결정이다. 다만 이번 결과가 단순한 이변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KB금융이 그간 다져온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주도 독립적 승계 절차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앞선 승계 과정에서도 KB금융 회추위는 '보이지 않는 손' 등을 의식하기보다 당대 조직이 필요로 하는 리더십에 무게를 둔 인선을 해왔다. 이번 인선에서도 지난 리더 선택 기조가 이어진 셈이다. '이사회 참호 구축' 비판이 제기된 상황에서 회추위가 독립적인 승계 절차를 거쳐 인선의 정당성을 스스로 입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KB 사태 이후 자리 잡은 독립적 승계 원칙
KB금융 회추위는 차기 대표이사 회장 최종 후보로 이재근 부문장을 선정했다. 우세가 점쳐졌던 양종희 회장의 연임 대세론을 뒤엎은 결과다. 지난해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올해 신한금융, 우리금융, BNK금융까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현직 프리미엄이 유효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단순한 이변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KB금융이 지난 10여 년간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회장 선임 과정의 독립성을 꾸준히 강화해 온 흐름 위에서 나온 결정이기 때문이다. KB금융 회추위는 현직 프리미엄이나 외부 영향에 좌우되기보다 당대 필요한 리더십을 선택해 왔다.
양종희 회장 취임 후 선임된 회추위원(왼쪽부터 차은영·이명활·김선엽·서정호 사외이사).
물론 과거 KB금융 역시 순수 민간 금융회사임에도 고위층 인선에 정부와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왔다. 이런 흐름이 바뀐 건 2014년 KB 사태 이후다. KB 사태로 회장과 행장이 물러나고 새 리더를 뽑을 때다.
당시 인선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었다. 특히 임기가 남은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이례적으로 KB금융지주 회장직에 출사표를 내밀면서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금융위원장 등 정관계 인맥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회추위가 낙점한 인물은 하 행장이 아닌 윤종규 KB금융 전 부사장이었다. 갈등 수습 및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고 안팎에서 신망이 높은 내부 출신 인사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윤 전 회장 선임은 직원들에게 그동안 내재했던 CEO 리스크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느낌을 줬다"고 말했다.
이후 9년 뒤 2023년 회장 선임 절차에서도 양종희 부회장이 예상을 깨고 사외이사 전원의 선택을 받았다. 당시 양 부회장과 함께 후보로 선정된 허인 부회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학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자 대결 구도가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회추위는 비은행 강화가 필요하다며 양 부회장을 차기 리더로 세웠다.
◇이어진 회추위의 리더 선택 기조
KB금융 회추위는 이번 인선에서도 지난 리더 선택 기조를 지켰다. 회추위는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를 이끌 적임자로 이 부문장을 선택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둘러싼 정부당국의 '이사회 참호 구축' 비판 등을 의식해 보다 엄격한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추위원 과반수가 양 회장 취임 이후 선임된 인사인 만큼 인선 결과에 따라 회추위의 독립성과 선임 과정의 투명성이 도마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KB금융 회추위는 조화준 위원장을 비롯해 최재홍·차은영·이명활·김성용·김선엽·서정호 이사 등 사외이사 7명으로 꾸려졌다. 이 중 과반이 넘는 4명(차은영·이명활·김선엽·서정호)이 양 회장 취임 이후 합류했음에도 연임에 무게를 실어주지 않았다. 최종 회장 후보 선임에는 5명 이상의 찬성을 요구한다.
회추위 선택과 별개로 양 회장 스스로도 인선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양 회장은 이전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 승계 절차를 조기 개시해 3개월 넘게 후보들을 검증하는 등 회추위가 외부 후보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불리함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를 감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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