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3년 만에 리더십을 교체한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양종희 회장의 연임 대신 이재근 지주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다. 현직 프리미엄을 안은 회장들의 연임이 이어지며 '연임 대세론'이 굳어진 상황에서 나온 반전 선택이다. 회추위가 세대교체를 택한 배경을 살펴보고 이재근 체제 KB금융의 경영 방향 및 향후 과제 등을 짚어본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3년을 끝으로 물러난다. 현직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지주 회장 '연임 대세론'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깨졌다. KB금융 회추위는 양 회장을 연임시키지 않고 이재근 지주 글로벌·WM·SME부문장을 차기 리더로 세웠다. 양 회장의 연임을 점쳤던 금융권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다.
양 회장이 최대 실적과 주주가치 제고 등 뛰어난 성과를 낸 터라 이번 회추위의 결정은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회추위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 과감한 변화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향한 정부당국의 날선 기류 역시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양종희 연임 실패…회추위 "미래 위한 세대교체"
KB금융 회추위는 지난 11일 지주 회장 후보 3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이 부문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앞서 회추위는 지난달 27일 회장 후보군 1차 숏리스트에 오른 6명 가운데 양종희 회장, 이재근 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 3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이재근 부문장이 14일 오전 KB금융 신관에서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후보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KB금융 회추위의 선택에 업계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금융업계 안팎에선 양 회장의 연임 대세론이 우세한 분위기였다. 지난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을 시작으로 올해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까지 연임에 성공하며 현직 프리미엄이 유효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성과를 놓고 보면 양 회장의 연임 실패는 쉽사리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KB금융은 양종희 회장 체제에서 금융지주 최초로 연간 순이익 5조원을 넘겼다. 취임 당시 5만원대였던 주가는 18만원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KB금융 회추위는 양 회장을 연임시키지 않고 이 부문장을 차기 리더로 선택했다.
KB금융 회추위가 내세운 리더십 교체 명분은 미래를 위한 세대교체였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를 이끌 적임자로 이 부문장을 선택했다"며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이 부문장은 재무·전략·글로벌·WM 등 그룹 내 주요 핵심 직무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준비된 경영진이다. 금융산업이 재편되고 머니무브가 본격화되는 현 상황에서 KB금융의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낼 만한 역량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배구조 향한 연이은 지적 및 개선 작업 속 결정에 의견 분분
회추위가 면접 과정 등을 통해 확인한 양 회장의 청사진보다 이 부문장의 미래 비전 등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추위원들은 회장 자격 요건에서 정하는 '업무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그룹의 비전과 가치관 공유, 장단기 건전 경영에 노력'이라는 5개 항목과 25개 세부 기준을 토대로 후보자들을 검증했다.
다만 지주 회장 자격 요건에 대한 KB금융 회추위의 검증 결과만으로 성공적인 임기를 보내고 있는 현직 회장의 최종 후보자 선정 탈락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한 외부의 의중이나 금융권의 최근 기류가 반영되지 않으면 이런 결과가 나오기 어렵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외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향한 이찬진 금감원장의 '이사회 참호 구축' 비판과 이재명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지적에 이어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안 마련에 나선 만큼 이런 기류가 회추위 결정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회추위가 업계 기류 등을 의식해 선제적으로 변화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독립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금융 회추위 역시 객관적이고 투명한 경영승계절차에 따라 독립적으로 지주 회장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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