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전문기업 모트렉스는 그간 꾸준히 인수합병(M&A)을 단행하며 사세를 확장해 온 기업이다. 2018년 전진건설로봇을 인수하는가 하면 2024년 한민내장·제성내장(현 모트렉스이에프엠)을 사들였고 최근에는 두올의 새 주인으로 올라섰다.
2020년대 들어 모트렉스의 볼트온 파트너로 자주 이름을 올리는 재무적투자자(FI)가 있다. 바로 JKL파트너스(JKL)의 자회사인 JKL인베스트먼트(JKL인베)다. 한민내장·제성내장부터 두올까지 모트렉스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매물을 찾고 실탄까지 채워주며 견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모트렉스와 JKL인베의 첫 협업은 2024년 시작됐다. 당시 모트렉스는 한민내장·제성내장 인수를 추진 중이었는데 거래대금이 2100억원에 달해 단독 인수는 불가능했다. 모트렉스는 매년 영업현금흐름 200억원대~500억원대를 창출하는 우량 중소기업이지만, 딜사이즈에 비해 현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탓이다.
인수 직전인 2023년 말 모트렉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45억원이었다. 같은 시점 단기차입금만 915억원이며 장기차입금 984억원까지 포함하면 약 1899억원에 달했다. 부채비율도 158.6%였다. 인수 자금 전체(약 2100억원)를 단독 조달하려면 1000억원이 넘는 추가 차입이 필요한데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돼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었다.
클로드AI를 통해 생성한 모트렉스 최근 현금 및 단기차입금 규모 표( 2023년부터 2026년 1분기까지).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FI가 JKL이다. 이은상 JKL 대표는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AMP) 수강 과정에서 모트렉스 대표인 이형환 회장과 첫 인연을 맺어뒀다. 이후 신생 자회사인 JKL인베(당시 JKL크레딧) 수장을 맡아 3600억원 규모 모빌리티 펀드를 운용 중이었는데, 모트렉스가 한민내장·제성내장 인수 자금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수하고 이 회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딜에 합류하면 JKL인베는 펀드 목적에 부합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모트렉스는 인수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JKL인베와 모트렉스가 한민내장·제성내장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모빌리스를 설립하고 각각 530억원씩 투입해 지분 50%를 나눠 가진 배경이다. 나머지 1000억원가량의 재원은 인수금융을 일으켜 조달했다.
JKL이 그간 모트렉스가 전진로봇건설을 밸류업하는 과정을 눈여겨봤던 점도 딜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JKL은 2018년 전진로봇건설 인수전에 참여해 모트렉스-웰투시인베 컨소시엄과 경쟁한 바 있다. 결국 모트렉스 컨소시엄이 경영권을 사들였지만 고평가 논란이 있었는데, 이후 비핵심 자회사인 전진씨에스엠 매각 등 성공적인 PMI와 밸류업을 거쳐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키워내는 모습에 신뢰를 얻은 것으로 파악된다.
모트렉스 역시 JKL이 그간 하림그룹과의 팬오션 인수에 이어 HMM 인수를 추진하는 등 긴밀한 협업 관계를 이어가는 모습에 JKL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라는 판단 아래 손을 맞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형환 모트렉스 회장(왼), 이은상 JKL파트너스 대표(오)
양사의 파트너십 체제는 그로부터 2년 후인 올해 또 한번의 공동 투자를 단행하며 보다 단단해지는 모습이다. 양사가 손을 맞잡고 두올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인수 주체는 자회사인 모트렉스이에프엠이다. 모트렉스이에프엠이 두올 주식 1784만4966주(지분율 62.23%)를 1452억원에 취득하는 딜로, 이번에도 JKL인베가 공동 투자자로 나섰다. 모트렉스와 JKL인베가 각각 150억원, 110억원을 책임졌고, 나머지는 인수금융을 활용했다.
한민내장·제성내장 인수 건에서는 모트렉스가 딜소싱 주체였던 것과 달리 두올의 경우 JKL인베가 모트렉스에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파악된다. JKL은 과거 2014년 9월 두올에 270억원을 투자했고, 그로부터 2년 뒤 두올의 IPO를 통해 보유 지분을 구주 매출로 팔면서 성공적으로 엑시트까지 마쳤다. 이후에도 두올과 소통을 이어가던 중 경영권 매각 소식을 듣고 모트렉스에 인수를 제안하면서 또한번 손발을 맞추게 됐다.
양사의 채무적 관계는 내년 일부 정리된다. 모트렉스와 JKL간 맺은 주주간 계약(SHA)에 따르면 모트렉스는 JK가 보유한 지분을 2027년7월부터 2029년7월까지 콜옵션을 행사해 사들여야 한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JKL인베는 모트렉스이에프엠 발행주식 전부를 제3자에게 매각하고 워터폴(Waterfall) 방식으로 수익을 배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클로드AI로 생성한 이미지.
보유 현금 규모는 여전히 크지 않다. 올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11억원 수준이다. 다만 모트렉스이에프엠은 물론 두올 모두 현금창출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자회사 보유 지분을 매각하거나 추가 메자닌 발행, 인수금융 규모 확대를 통한 차환 등 이미 여러 계획을 세워 둔 것으로 전해진다. 모트렉스나 JKL인베 모두 상환 불확실성을 우려하지 않는 이유다.
JKL인베가 모트렉스이에프엠 투자금은 회수하더라도 두올 인수전에 등판한 만큼 협력 관계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그간 JKL인베는 모트렉스와 월간 회의를 열고 모트렉스 및 자회사들의 밸류업과 볼트온 관련해 자문을 제공해 왔다.
이번 두올 인수 인수결정에도 JKL인베가 참여했다. 이은상 JKL 대표와 강선구 JKL인베 부대표가 모트렉스의 이형환 회장, 현상수 모트렉스 기획조정실장과 함께 딜을 진행했으며, 인수금융 등 자금 조달은 박찬우 CFO가 맡았다. 모회사 JKL이 하림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팬오션을 인수한 뒤 각종 재무 자문을 제공하고 HMM 인수에도 함께 도전장을 내밀었던 것처럼 JKL인베 역시 모트렉스를 핵심 파트너로 삼아 SI와의 공동 투자 전략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강선구 JKL인베 부대표
강선구 JKL인베 부대표는 과거 한민내장·제성내장 딜에도 합류하며 모트렉스와 일찍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던 인물이다. 모빌리티 펀드의 핵심운용인력 중 하나로, JKL인베의 현재 수장인 채대광 대표와 손발을 맞춰 2차전지와 자동차 소재 부품 장비 관련해 활발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현상수 모트렉스 기획조정실장의 경우 이형환 회장과 함께 그룹의 M&A 등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해 온 키맨이다.
모트렉스가 두올 인수에 1000억원가량 추가 차입에 나서는 만큼 당분간은 PMI 작업 및 JKL인베의 모트렉스이에프엠 보유 지분 콜옵션 행사로 추가적인 볼트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내장재 산업 특성상 거래처인 완성차 업체의 요구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해야 하는 만큼 3~4년 후 여력이 생기면 또다시 알짜 매물들을 들여다볼 공산이 크다. JKL인베와 모트렉스간 협업이 장기적 차원에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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