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언스는 전자결제대행(PG)업의 대표적 강자로 꼽힌다. 문제는 이커머스 거래액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결제망을 제공하고 소액의 수수료를 떼어가는 톨게이트 역할로는 폭발적 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회사는 남의 돈이 오가는 길목을 지키는 게 아니라, 현금을 직접 융통해주는 금융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온라인 셀러의 매출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선정산 사업으로 수익기반 확대를 노리고 있다.
◇선정산 잠재수요 연간 18조… 경쟁력은 '금리' KG모빌리언스는 24일 열리는 주총에서 선정산 서비스사업 진출을 위한 사업목적 추가를 안건에 올린다. 매출채권 중개업과 전자상거래 관련 채권 팩토링업 등이다. 신사업 확대에 맞춰 사명도 'KG파이낸셜'로 바꾸기로 했다. 현재 임원 대부분이 신사업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산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커머스 시장의 구조적 정산 시차에 있다. 오픈마켓 셀러들은 물건을 판 뒤 대금을 정산받기까지 평균 40일 안팎, 길게는 60일 남짓 걸린다. 판매가 늘어도 다음 상품을 매입할 현금이 묶이면서 자금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여기서 생기는 잠재 선정산 수요를 연간 18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회사 측은 선정산을 ‘팩토링’으로 설명한다. 은행권 대출이 여신 이력을 바탕으로 자금을 빌려준다면, 선정산은 셀러가 당일 플랫폼에서 발생시킨 확정 매출채권을 회사가 할인 매입(팩토링)해 현금을 먼저 지급한다. 이후 정산일에 대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신용보단 그날 발생한 매출 흐름과 채권회수 구조에 무게를 둔 서비스로 볼 수 있다.
이런 선정산 업체는 이미 시장에 여럿 진출해 있지만 KG모빌리언스는 금리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존 중소형 핀테크업체는 자금 조달의 한계로 셀러들에게 연 10~13% 수준의 이자율을 적용해 왔다. 반면 KG모빌리언스는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만큼 경쟁사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선정산 서비스를 사용할 대상들이 모빌리언스의 기존 고객이라는 점에서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금리를 검토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금리를 밝히기 어렵지만 매우 좋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선 금리를 낮추더라도 선정산이 기존 PG사업 수익성은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 중이다. 내년 선정산 취급액 5000억원을 달성해 이익 확대를 본격화하고 2028년엔 1조원을 돌파, 업계 3위권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건은 리스크, 보험료 '학습비용' 감수 관건은 리스크 관리로 보인다. 선정산 사업의 핵심변수는 셀러의 부도나 악성 반품 등에 따른 대손 위험이다. KG모빌리언스는 사업 초기엔 SGI서울보증보험을 통해 선정산 한도 전액에 대한 보증을 붙이고 원금 손실 가능성을 최대한 낮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증보험료는 초기 신용평가모델을 안전하게 세우기 위한 학습 비용으로 보고 있다.
초기 타깃도 신중하게 잡았다. 쿠팡 로켓배송처럼 직매입 구조라 채권 안정성이 높은 영역, 또는 3PL(판매자 로켓)처럼 반품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채권부터 우선 공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처음부터 전면 확장보다는 회수 가능성이 높은 채권부터 다뤄 경험치를 쌓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KG모빌리언스는 20여년간 휴대폰 결제사업을 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금융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Thin Filer)들의 통신비 납부 패턴, 채권 관리 노하우를 선정산 신용평가모델에 접목할 계획이다. 추후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 우량 셀러가 선별되면, 보증보험 의존도를 낮추거나 없애 수익성 증대를 노린다.
단순 선지급 서비스를 떠나 통합 가상계좌 시스템도 구상하고 있다. 셀러 명의로 가상계좌를 발급하고, 여러 마켓의 정산계좌를 일원화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플랫폼에서 판매대금이 입금되면 선지급한 선정산 원금과 수수료를 먼저 공제하고 남은 금액만 셀러 계좌로 넘긴다. 셀러 입장에서는 흩어진 정산 일정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셈이다.
락인 효과도 꾀할 수 있다. 가상계좌를 이용하는 셀러에게 KG모빌리언스나 모회사 KG이니시스의 PG 수수료 할인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산 편의성과 수수료 절감이 결합되면 현재 두 회사가 보유한 22만개 가맹점을 별도의 마케팅 비용 없이도 KG 생태계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밖에 선정산을 통해 성장한 우량 셀러를 그룹 내 KG캐피탈과 연계해 추가 여신을 공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아마존 등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한 국내 벤더 대상의 선정산과 해외진출 지원 서비스 등도 염두에 뒀다.
유승용 KG모빌리언스 대표는 최근 인베스터데이에서 “20년간 PG서비스 하나로 여기까지 오면서 금융서비스 사업을 개발해왔다”며 “회사 이름을 KG파이낸셜로 바꾸고 점점 키워가면서 모든 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예측가능한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