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은 최근 부채비율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재무 위기가 아니라 성장을 증명하는 조짐이다. 이어 터진 조단위 수주가 선수금을 늘리면서 장부상 부채가 불어났다. 회계상 착시를 걷어내고 보면 LIG넥스원의 재무 체력은 흔들림 없었다.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LIG넥스원의 부채비율은 404.9%를 기록했다. 2023년까지만 해도 200%대를 유지하던 부채비율이 2년 만에 수직 상승했다. 이 기간 총부채가 2조7600억원 수준에서 약 5조9000억원수준으로 2배 넘게 급증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부채는 어디서 생겼을까. 세부 항목을 보면 6조원에 가까운 부채총계 가운데 이자를 내면서 갚아야 하는 실질적인 빚은 일부 뿐이다. 9월 말 기준 LIG넥스원의 총차입금은 리스부채를 포함해 9000억원에 불과했다. 부채의 15% 수준이다.
부채를 끌어올린 원인은 차입금이 아니라 3조5220억원, 총부채의 60%에 이르는 계약부채에 있다. 4년 전만 해도 8000억원대였는데 4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가운데 프로젝트와 관련한 선수금만 3조4136억원에 이른다.
방위산업은 조단위 자본이 투입되고 무기 개발부터 양산, 납품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특수한 수주 산업이다. 이 때문에 정부나 해외 국가 등 발주처에선 무기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계약 체결과 동시에 상당한 금액을 선수금 명목으로 먼저 지급한다.
하지만 회계 기준상 고객으로부터 현금을 미리 받았더라도, 무기를 완성해 인도해 수익(매출)을 인식하기 전까지 이 돈은 모두 갚아야 할 의무가 있는 계약부채로 장부에 기록된다. 이후 무기가 단계별로 인도되거나, 진행 기준에 따라 가치가 소비될 때마다 계약부채를 감소시키고 매출로 인식하는 구조다.
LIG넥스원의 경우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약 4조3398억원), 이라크(약 3조7134억원) 등 중동 지역에서 천궁-II 수주를 연이어 따내면서 수주 잔고가 26조2300억원까지 확대됐다. 덩달아 선수금도 같이 불어났다. 영업이 잘돼 돈을 미리 받은 결과가 부채비율 상승으로 이어진 셈이다.
실질적 재무 건전성을 따져보면 회사의 견고한 체력은 더 분명해진다. 발주처로부터 받은 선수금은 통장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무기를 계약대로 완성하기 위해 하위 협력업체와 부품사들에 자금을 내려보낸다. 선급금 명목이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LIG넥스원이 지급한 유동·비유동 선급금은 2조1110억원 남짓을 기록했다. 장부상의 선수금과 협력사에 지급한 선급금을 상계해 실질적인 재무 부담을 계산해보면, LIG넥스원의 조정 부채비율은 163.3%로 뚝 떨어진다.
실제로 총자산 대비 외부 차입금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 의존도의 경우 2025년 9월 말 기준 12.3%에 불과했다. 매년 부담하는 이자비용 역시 연간 100억원대로 미미한 규모다. 작년의 경우 3분기까지 발생한 이자가 58억원. 연환산해도 77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자비용이 적은 이유엔 LIG넥스원의 장기성 차입금(2550억원) 상당 부분이 정부의 방산육성자금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 한몫한다. 방산육성자금은 이율이 2~3%대 초반으로 낮기 때문이다. 2025년 9월 말 기준 일반 및 시설대 방산육성자금은 1117억원을 나타냈다.
현금이 충분한데도 LIG넥스원이 올 2월 공모채 발행에 나선 것 역시 수주 확대와 궤를 같이한다. 제10-1회 2200억원, 제10-2회 1200억원 등 총 3400억원어치를 찍었다. 빠르게 불어나는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레버리지 활용으로 볼 수 있다.
회사 측은 “조달 자금은 중동 등 수출 사업을 이행하기 위한 원자재 구입비용과 물류 운송비용으로 2000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통합 대공·무인화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등 운영자금으로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