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토스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지배회사 비바리퍼블리카(이하 비바)의 내부거래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정 규모 이상 내부거래에 대해 이사회 사전 의결과 공시 의무가 생긴 만큼 이사회 운영 방식 변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현행 법령 상 비바가 내부거래와 관련해 당장에 이사회 조직을 바꿀 의무는 없다. 하지만 추진 중인 상장계획이 성사된다면 이사회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내부거래 공시의무…이사회 사전 의결 필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토스그룹을 100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시켰다. 토스그룹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 26조를 중심으로 한 여러 법령들로부터 내부거래에 관한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됐다.
제 26조의 핵심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회사는 일정 규모 이상의 내부거래를 하기 전에 반드시 의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며 추후 그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억원 또는 자본금·자본총계 중 큰 금액의 5% 이상(그 금액이 5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5억원)인 규모의 거래를 대상으로 한다.
공시 시기는 이사회 의결 후 상장법인은 3영업일 이내, 비상장법인 및 공익법인은 7영업일 이내이다. 이미 공시한 내부거래의 주요내용(거래대상, 거래상대방, 거래금액 및 조건 등)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에도 미리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공시해야 한다.
비바는 계열사들과 이미 일정 수준의 내부거래를 하고 있다. 계열사들의 재무 상황에 대해 공시할 때 ‘내부거래를 제거하기 전’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최근 채용 공고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드러난다. 토스는 현재 공정거래·기업집단 규제 대응을 담당할 법률 전문가(Legal Counsel)를 채용 중이다. 계열사 간 거래 구조 검토와 내부거래 공시, 공정위 대응 등을 맡는 자리다.
다만 내부거래 공시 의무가 생겼다하여 당장에 이사회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제 26조는 전체 이사회(풀보드)가 내부거래 안건마다 사전 의결만 하면 된다고 규정한다. 현재 비바 이사회는 이승건 창업주를 포함한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돼 있다. 7명이 내부거래 안건마다 매번 모여 의결만 거치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는 구조다.
*공정거래법 제 26조는 일정 규모 이상 내부거래에 대해 이사회 사전 의결을 의무로 규정해 두었다. (출처: 케이스노트)
◇ “당분간 풀보드가 의결”, 상장 이후엔 위원회 신설 불가피 전망
물론 이 과정을 더 용이하게 하는 방법은 있다. 제 26조의 5항에는 상장회사인 경우 상법상 이사회 내 위원회 조직이 풀보드 의결을 대신(대리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그 위원회는 사외이사 3인 이상에 사외이사 과반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내부거래를 원활히 할 수 있게 해주는 대신, 그 통제권을 사외이사들이 쥐라는 취지다.
공정위는 위 조항에 대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외이사들에 의한 견제를 유도하는 한편 공시를 통해 시장에 의한 자율 감시를 가능 하게 함으로써 부당내부거래 등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대부분 상장사는 이 5항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사 수가 많은 이사회의 경우 매번 풀보드가 모여 의결을 하면 내부거래 의사결정에 신속성을 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기업 이사회를 종합해 보면 ‘내부거래위원회’, ‘지속가능경영(ESG)위원회’ 등의 위원회를 통해 내부거래를 대리 의결하고 있다.
토스그룹은 현재 상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성사될 경우 비바 이사회 역시 신규 위원회 설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리 의결 위원회 설치가 의무는 아니지만, 제반 사정과 경영 효율성을 고려해서다.
현재 비바 이사회에는 경영위원회와 감사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이 중에서 통상적으로 감사위원회는 역할이 많아 대리 의결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 남은 위원회는 경영위원회 뿐이나, 현재 전원 사내이사 3인으로 구성돼 있어 관련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일단 상장 전까진 비바 이사회는 풀보드 형태로 내부거래를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비바 관계자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 따라 토스 역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하여 사전에 이사회 승인 및 공시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상장회사의 경우 이사회 내 위원회를 통한 사전 심의 절차를 운영하는 사례도 있으나,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내부거래는 이사회 의결 사항으로 당사 역시 관련 법령에 따라 이사회(풀보드)에서 직접 심의·의결을 진행할 예정”이라 말했다.
다만 비바 이사회는 7명으로 풀보드로 매번 움직이기에는 덩치가 큰 편이다. 사외이사 역시 4명이 있어 대리 의결 위원회를 꾸릴 조건도 이미 갖춰져 있다. 물론 이 경우 내부거래 결정에 대한 경영진의 주도권을 내려놓아야 하지만 그만큼 의사결정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게 된다. 상장 이후에는 이사회의 업무가 더욱 바빠질 수밖에 없는 만큼, 내부거래에 있어서는 위원회에 권한을 위임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2025년도 말 삼성전자 이사회 내부거래위원회 관련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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