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력기기 3사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덕분에 실적 급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금 유입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 호황을 타고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함께 불어나면서 이익 증가분 일부가 운전자본에 묶인 탓이다.
THE CFO 집계 결과 LS일렉트릭과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의 2025년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 합산은 1조7525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17.6%)이나 영업이익 증가율(52.6%)을 감안하면 현금흐름의 개선 속도는 상대적으로 완만했다.
매출과 이익이 가파르게 늘었는데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따라가지 못한 배경엔 운전자본이 있다. 3사 합산 매출채권은 1년 사이 6507억원, 재고자산은 5841억원 늘었다. 매출 호조와 동시에 미회수 채권과 재고도 같이 늘면서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증가분이 운전자본으로 일부 흡수된 셈이다.
특히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3사 중 유일하게 영업현금흐름이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9596억원으로 전년(1조337억원) 대비 7.2%, 741억원 감소했다. 배경에는 세금과 이자 등 현금 유출이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EBITDA는 2024년 7342억원에서 지난해 1조690억원으로 45.6%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자·법인세 지급액도 814억원에서 2808억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커진 만큼 세금 부담 역시 빠르게 불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기저 효과도 작용했다. 2024년엔 미지급금, 충당부채 등 기타 운전자본 항목이 5972억원 감소하면서 현금에 큰 폭으로 기여했었다. 2025년의 경우 기타 운전자본 항목이 4047억원 감소하긴 했지만 기여 폭은 1925억원 줄었고 매출채권(942억원)과 재고자산(1964억원)이 증가한 부담까지 더해졌다.
다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의 절대 규모 자체는 HD현대일렉트릭이 3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매출 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 비율도 23.5%로 3사 중 압도적이다. LS일렉트릭(6.0%)이나 효성중공업(8.3%)의 회수율을 크게 웃돈다.
반면 LS일렉트릭은 3사 가운데 가장 적은 영업현금을 기록했다. 2025년 수치는 2999억원이다. 회수 효율 측면에서도 3사 중 가장 낮다. 매출 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 비율이 HD현대일렉트릭의 4분의 1 수준이다. 비전력사업이 현금 회수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가율만 놓고 보면 전년(2301억원) 대비 30.3% 늘어 3사 중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운전자본 부담이 완화한 덕이다. 매출채권 증가 폭이 2024년 1846억원에서 2025년 1201억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매입채무 증감 효과도 마이너스(-) 191억원에서 플러스(+) 395억원으로 바뀌었다. 매출이 늘면서 자금이 묶이는 속도가 전년보다 완만해졌다.
이 밖에 효성중공업의 경우 2025년 영업현금이 4930억원으로 전년(4121억원) 대비 19.6%(809억원) 늘었다. 영업이익(7470억원)이 두 배 이상(+106.1%) 점프한 것에 비하면 현금 회수 속도가 다소 더뎠다.
이익 개선과 유입 현금의 격차는 운전자본 부담에서 나오고 있다. 효성중공업의 매출채권은 지난해 4365억원, 재고자산은 3124억원 늘었다. 하지만 선수금 등 기타 운전자본 항목이 약 4298억원 규모의 현금 유입 효과를 내면서 부담을 일부 상쇄했다.
해외수주 비중이 70%를 넘는 중공업 사업 구조가 선수금 효과를 키우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중공업부문 수주잔고가 11조9000억원에 달한다. 통상 계약금이 먼저 들어오는 만큼 매출 인식 시점보다 현금 유입이 선행되고 있다. 외형 성장 폭에는 못 미치지만 영업현금이 견조하게 늘어난 배경이다.
5년 추이를 보면 3사 모두 2022년 영업현금이 일시적으로 순유출 상태였다가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2년 -1241억원, 2023년 -224억원으로 두 해 연속 마이너스였다가 2024년 1조337억원으로 단숨에 올라섰다. 지난해 감소하긴 했지만 순유입을 유지했다.
또 효성중공업은 2022년 -671억원에서 2023년 4547억원으로 반등한 뒤 2025년 4930억원까지 회복했다. LS일렉트릭은 2022년 -1454억원으로 3사 중 가장 크게 줄었으나 2025년(2999억원) 5년래 최고치까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