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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현금 3년 새 2배…지주도 첫 1조 돌파

③[현금성자산] 밥캣이 절반 이상, 에너빌리티 영업현금 마이너스

안정문 기자  2026-05-07 08:29:54

편집자주

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기업의 영업·투자·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집계하고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에서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그룹의 재무적 변화를 살펴본다. 그룹 뿐만 아니라 업종과 시가총액 순위 등 여러 카테고리를 통해 기업의 숫자를 분석한다.
두산그룹의 현금성자산이 3년 만에 두 배 넘게 불어 5조원 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현금 증가분(1조1876억원)과 차입금 증가분(1조418억원)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금성자산은 영업으로 일부 보강되긴 했지만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차입에 의존했다.

현금의 내용도 뜯어봐야 한다. 연결 기준 5조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현금은 두산밥캣이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 두산도 별도 현금 1조2000억원대를 기록했다. 두산이 이전까지 1조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을 연말에 쌓아둔 적이 없었다. 지주사 두산은 지난해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한 조달로 현금성자산을 늘렸다.

◇현금과 차입금 증가분 비슷

지주사 두산의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은 2025년 말 5조103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조9160억원) 대비 1조1876억원(30.3%) 늘었다. 2022년 말 2조2685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가 2023년 3조8569억원, 2024년 3조9160억원에 이어 지난해 5조원을 돌파했다.

외형만 보면 유동성이 개선됐다는 해석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반대편을 함께 들여다보면 결론이 달라진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9조847억원에서 10조1264억원으로 1조417억원 늘었다. 현금 증가분(1조1876억원)과 차입금 증가분(1조418억원)이 1500억원 이내 차이로 거의 일치한다.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구조가 더 명확해진다. 영업활동에서 9819억원이 들어왔다. 전년(3078억원)의 3.2배로 늘어난 수치다. 투자활동에서는 CAPEX(유형자산 취득 5701억원)와 무형자산 취득(3282억원) 등으로 4304억원이 순유출됐다. 영업과 투자를 합친 현금흐름은 5515억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재무활동에서는 7000억원이 순유입됐다. 두산그룹은 단기차입금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2025년 연결기준 단기차입금 순증가는 9256억원이다. 2024년 1조4483억원과 비교하면 줄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규모다.

만기가 1년 이내로 줄어든 장기차입금까지 더한 단기성 차입금 합계는 5조7567억원으로 현금성자산의 112.8% 수준이다. 현금성자산이 만기 1년 미만 차입금을 밑돌고 있긴 하지만 미사용 여신한도와 에너빌리티 수주잔고 기반의 선수금 유입 가능성을 감안하면 단기 유동성 위기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주사인 두산의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2344억원이다. 두산의 별도 현금성자산은 2024년 말 2042억원에서 2025년 말 1조234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증가한 현금 대부분은 단기차입금에서 나왔다. 두산의 별도기준 단기차입금은 2022년 1750억원, 2023년 2280억원, 2024년 5380억원, 2025년 1조671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두산은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을 활용했다. 지난해 12월 두산은 두산로보틱스 주식 1170만주를 기반으로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체결했다. 주당 가격은 8만1000원으로 총 조달규모는 9500억원이다. 6월에는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담보로 5500억원을 조달했다. 두산은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를 통해 두산에너빌리티 지분(30.39%) 절반가량인 14.4%의 지분도 장·단기차입금 담보로 제공했다.

두산이 별도기준으로 1조원이 넘는 현금을 연말에 보유하고 있었던 사례는 없다. 지난해 주식담보 등을 활용해 유동성을 강화한 것은 대규모 딜을 대비한 것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은 2025년 12월 SK실트론 지분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에 대해 "인수대금은 두산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며 인수 과정에서 추가적인 외부 자금조달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봤다.


◇두산밥캣 현금 풍부

연결과 별도기준 차이 3조8692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현금은 두산밥캣이 보유하고 있다. 두산밥캣의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2조26억원으로 그룹 내 가장 두둑한 현금을 쌓고 있다. 밥캣은 순현금(총차입금 차감 후) 2901억원으로 그룹 내 유일하게 순현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현금성자산도 소폭 늘었다. 별도기준 두산에너빌리티의 현금성자산은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2020년 3993억원, 2021년 8705억원, 2022년 3919억원, 2023년 8056억원, 2024년 6945억원, 2025년 802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늘어난 현금은 영업에서 벌어들인 것이 아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별도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517억원, 밥캣을 제외한 해외종속회사 등을 포함한 관련 부문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178억원이다. 대형 프로젝트 공정이 진행되면서 기존에 수령한 선수금이 소진되고 운전자본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투자활동에서는 두산비나 매각 등으로 288억원이 순유입됐고 재무활동에서 4078억원을 차입으로 조달해 현금을 방어했다. 그 결과 밥캣을 제외한 두산에너빌리티와 그 종속기업의 현금은 2024년 말 1조415억원에서 2025년 말 1조869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두산로보틱스의 현금은 상장한 2023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023년 -272억원, 2024년 -478억원, 2025년 -173억원으로 적자로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CAPEX로 2023년 91억원, 2024년 82억원, 2025년 154억원이 쓰였다. 그 결과 현금성자산 규모는 2023년 3820억원에서 2024년 2752억원, 2025년 1971억원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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