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이끈 전력 인프라 투자가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와 초고압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앞세워 압도적 마진을 보였고, 효성중공업 역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LS일렉트릭은 상대적으로 아쉬운 모습이다. 전력 부문 성장에도 자동화, 신재생 등 비전력사업이 수익성 개선 폭을 낮췄다.
THE CFO가 LS일렉트릭과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 3사의 연결 영업이익을 집계한 결과 2025년 합산 수치는 2조1687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1조4212억원)과 비교해 52.6%(7475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합산 매출이 15조138억원으로 17.6%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외형보다 이익이 훨씬 가파르게 불어난 셈이다. 합산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4.4%로 전년(11.1%)보다 3.3%포인트(p) 올랐다. 전력기기 업황이 단순한 물량 증가를 넘어 판가와 제품 믹스 개선 단계로 들어섰다고 풀이된다.
수익성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곳은 HD현대일렉트릭이다.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이 9953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영업이익률도 24.4%로 3사 가운데 유일하게 20%선을 넘겼고 1년 전보다 4.3%p 상승했다.
수익성 점프의 동력은 사업 구조의 집중도에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매출에서 변압기·고압차단기 등 전력기기가 69.5%, 회전기기 14.4%, 배전기기 등이 16.1%를 차지한다. 모두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에 해당하는 만큼 LS일렉트릭이나 효성중공업처럼 다른 사업이 마진을 희석시키지 않는다.
또 단가 상승률이 가장 가파른 변압기 등 전력기기 비중이 70%에 달한다는 점이 높은 수익성에 한몫하고 있다. 변압기의 톤당 수출단가는 2021년 1분기 8177달러에서 작년 4분기 1만2219달러로 49% 뛰었다.
북미 매출이 1년 새 61.2% 늘어난 점도 마진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지난해 HD현대일렉트릭은 전체 매출 증가분의 80% 이상을 북미가 견인했다. 북미는 단가가 높은 시장인 데다 알라바마 현지 공장을 통해 미국 관세 부담을 덜 받을 수 있다.
효성중공업의 경우 수익성 개선 폭이 3사 중 가장 극적이었다.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이 7469억원으로 전년(3625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7.4%에서 12.5%로 5.1%p 뛰었다.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역시 4353억원에서 8329억원으로 급증했다. 절대 마진 수준은 HD현대일렉트릭보다 낮지만 상승 폭은 훨씬 가팔랐다.
다만 전사 수익성이 HD현대일렉트릭만큼 높아지지 못한 이유는 건설 부문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은 전력기기뿐 아니라 주택과 토목 등 건설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 건설부문의 낮은 마진과 공사대금 회수 부담, 책임준공 관련 리스크가 전사 수익성을 끌어내리는 상황이다.
이 밖에 LS일렉트릭은 3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률이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렀다. 2025년 영업이익이 4264억원으로 전년(3897억원) 대비 9.4% 늘었는데, 매출 증가율(9.1%)과 거의 같았다. 영업이익률은 8.6%로 전년과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EBITDA 마진도 11.3%로 HD현대일렉트릭(26.2%)의 절반에 못 미쳤다.
LS일렉트릭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이유는 효성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사업 포트폴리오 때문이다. 매출에서 전력인프라가 약 50%, 전력기기가 약 30% 안팎을 차지하며 자동화 10%, 신재생이 8% 등을 채운다. 이 중 자동화 사업은 국내 설비투자 부진으로 성장 탄력이 약했고, 신재생 부문은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미국 관세 변수도 남아 있다. LS일렉트릭은 국내 생산 후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 비중이 적지 않아 상호관세와 철강 파생제품 관세 등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공급자 우위 시장 덕분에 일정 부분 판가 전가는 가능하겠지만,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춘 HD현대일렉트릭보다 수익성 방어가 비교적 어려운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