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전력기기 3사의 합산 매출이 처음으로 15조원을 넘어섰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전력 인프라 장비 수요가 외형 성장으로 반영된 결과다.
다만 호황을 흡수한 속도는 회사별 사업 구조에 따라 갈렸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 중심 사업구조 덕분에 북미 수요가 그대로 실적에 반영된 반면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은 전력사업 성장세에도 불구 건설, 자동화 등 비전력 부문이 전체 증가율을 일부 눌렀다.
◇변압기값 49% 껑충…'공급자 우위' 두각 THE CFO가 LS일렉트릭과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전력기기 3사의 2025년 연결 매출을 단순 합산한 결과 총 15조138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12조7692억원) 대비 2조2446억원, 17.6%가 늘었다.
최근 5년간 흐름을 보면 2020년 합산 매출은 7조1980억원에 불과했는데 그새 2배 이상으로 불었다. 성장률의 경우 2023년 24.9%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13.7%로 한 차례 둔화했다가 지난해 17.6%로 다시 올라섰다.
전력기기 수요는 글로벌 차원에서 급증하고 있다. 미국 송전선의 70% 정도가 25년 이상 지나 노후화한 데다 AI 데이터센터 한 곳이 100메가와트(MW) 넘는 전력을 쓰면서 변압기·차단기 등 고부가 설비가 공급 부족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통계 기준 변압기 수출단가는 2021년 1분기 톤당 8177달러였는데 작년 4분기엔 1만2219달러로 49% 뛰었다.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만큼 공급자 우위가 강해졌다는 뜻이다.
회사별로는 효성중공업이 매출 5조9685억원을 기록해 3사 중 1위를 지켰다. 전년(4조8950억원) 대비 21.9% 늘어난 수치다. 2위 LS일렉트릭은 4조9658억원으로 9.1% 증가하는 데 그쳤고 HD현대일렉트릭은 4조795억원으로 22.8% 증가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 중심 사업 구조 덕분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사업부문 분해...전력만 떼면 성장률 역전 매출 증가율을 보면 HD현대일렉트릭이 가장 높았고, LS일렉트릭이 홀로 한 자릿수에 그쳐 가장 더뎠다. 하지만 전체 사업부문에서 전력사업만 따로 떼어 계산할 경우 수치가 달라진다.
현재 효성중공업은 연결 실적에 건설이 함께 잡히고, LS일렉트릭은 자동화·금속·IT 사업을 같이 영위하고 있다. 다른 사업을 제외하고 전력사업만 추릴 경우 효성중공업의 매출 증가율이 1위를 차지했다. 2025년 4조1493억원을 기록해 전년(3조988억원)보다 33.9% 늘었다. 다음으론 LS일렉트릭(5조234억원)이 전년(4조676억원) 대비 23.5% 성장했고, HD현대일렉트릭(22.8%)이 뒤를 따랐다.
LS일렉트릭의 전력사업 매출이 20% 넘게 점프했는데도 회사 전체 성장률이 10%를 밑돈 이유는 비전력 사업의 정체와 연결조정 효과 때문이다. LS일렉트릭은 사업을 전력과 자동화, 금속, IT 4개 부문으로 운영하고 있다.
자동화 부문 매출은 지난해 5792억원으로 전년(5902억원) 대비 1.9% 줄었다. 자동화는 산업용 PLC, 인버터 등으로 구성되는데 국내 설비투자 부진의 직격타를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속부문은 6435억원으로 4.2% 증가에 머물렀으며, 클라우드·AI 솔루션이 들어간 IT부문은 1369억원으로 16.9% 늘었으나 매출 규모가 작아 영향이 크지 않았다.
연결 조정도 작용했다. LS일렉트릭의 부문별 매출을 합산할 경우 지난해 6조3830억원으로 전년(5조3926억원) 대비 18.4%(9904억원) 증가했다. 그런데 부문 간 내부거래 등을 차감하는 연결조정 규모가 이 기간 8408억원에서 1조4172억원으로 5764억원 늘어나면서 매출 증가분을 깎아 먹었다. LS파워솔루션을 자회사로 편입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효성중공업도 비슷한 구도다. 중공업부문이 33.9% 점프하는 사이 건설부문 매출은 1조7865억원으로 전년(1조7655억원)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효성중공업의 건설부문은 '해링턴 플레이스' 브랜드를 운영하는 주택사업과 토목·SOC 등으로 구성된다. 국내 주택경기 부진과 미분양 누적으로 주춤한 상황이다.
반면 HD현대일렉트릭은 사실상 전력 중심 단일 사업에 가깝다 보니 호황이 가장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연결 매출 4조795억원 가운데 변압기·고압차단기 등 전력기기가 69.5%, 회전기기 14.4%, 배전기기 외 16.1%를 차지했다. 회전기기와 배전기기 외까지 포함해도 모두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 안에 있는 제품군이다.
특히 북미 매출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2024년 1조원에서 지난해 1조6120억원으로 61.2% 늘었고, 총 매출 증가분의 80.8%를 차지했다. 주요 매출처로는 사우디전력청, 익셀에너지(Xcel Energy), 넥스트에라에너지(NextEra Energy) 등이 거론된다.
3사 합산 매출에서 전력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82.1%에서 지난해 88.3%까지 상승했다. 외형 성장을 전력기기 호황이 이끄는 모습이다. 전력사업만 합산할 경우 3사의 매출 증가율 역시 전체 외형 성장률보다 더 가팔라진다. 2024년 10조4888억원에서 지난해 13조2522억원으로 26.3%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