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의 평가 수준을 판단하는 척도로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순이익비율(PER)이 활용된다. PBR은 순자산(자본) 대비 주가 수준을, PER은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의미한다. 특히 PBR의 경우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과 함께 주가의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HD현대그룹은 조선과 전력기기 등 최근 호황을 누리는 계열사들의 가치 상승과 개별 계열사들의 밸류업 계획 발표 및 순조로운 이행에 힘입어 상장사들의 PBR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PER의 경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현실화하며 조선계열사를 시작으로 과거 급등기에서 정상화 단계로 접어드는 것으로 파악된다.
◇준수한 밸류업 이행, PBR 상승 원동력 THE CFO는 2021~2025 사업보고서 및 한국거래소 자료를 바탕으로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마린엔진 △HD현대에너지솔루션 △HD건설기계 △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일렉트릭 등 HD현대그룹 상장사 8곳의 연간 PBR과 PER을 조사했다.
PBR은 수정평균주가를 1주당 순자산가치(BPS)로 나눈 값이다.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은 주가가 주당 순자산에도 미치지 못하는 만큼 저평가된 기업으로 여겨진다. HD현대그룹 상장사 8곳 중 HD건설기계(HD현대건설기계 기준)를 제외한 7곳이 2025년 1배 이상의 PBR을 기록했다.
지주사 HD현대는 2025년 PBR이 1.32배로 전년 대비 0.67배수포인트(p) 높아졌다. 지주사 업종은 과거 PBR이 1배를 넘지 못하는 상장사들이 많아 대표적인 저평가 업종으로 여겨졌으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및 잇따른 상법 개정으로 인해 최근에는 정책상의 수혜주로 각광받고 있다. HD현대 역시 업종 단위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기대감만으로 PBR이 높아진 것만은 아니다. 2024년 말 HD현대는 2025~2027년의 중장기 밸류업 계획으로 2027년까지 △ROE(주가수익비율) 8~10% △일회성 손익 제외 별도기준 배당성향 70%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86.7% 등의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순조롭게 이행해 나가고 있다.
ROE는 2025년 10.2%로 전년 대비 3.8%p 높아져 이미 목표에 도달했다. 배당성향은 2025년 97.4%를 포함해 5년 연속 70%를 유지 중이며 지난해의 경우 일회성 손익을 제외한다는 조건을 배제해도 70.3%로 목표를 충족했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지난해 73.3%로 전년도 대비 6.6%p 상승했다.
지주사 HD현대를 제외한 7곳 중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HD현대마린엔진과 HD현대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5곳도 2024년 말 개별적으로 밸류업 계획을 내놓았으며 이를 이행해 나가고 있다.
심지어 최초 발표한 계획 대비 목표를 상향하면서 주주환원에 자신감을 보이는 곳들도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5~2027년 ROE 목표를 28%로 제시했으나 2025년 41.5%로 초과 달성하면서 3개년 목표를 30%로 올려 잡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최소 주당 배당금(DPS)을 기존 3000원에서 올 초 3600원으로 높였다.
이에 지주사를 포함한 상장사 8곳 모두 2025년 PBR이 2024년 대비 높아졌다. HD현대일렉트릭이 2025년 PBR 13.73배로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상승폭 역시 4.57배수p로 가장 컸다. PBR 2위는 10.52배의 HD현대마린솔루션이며 전년 대비 상승폭 2위는 3.53배수p의 현대마린엔진이다.
HD건설기계는 지난해 PBR이 0.95배로 유일하게 1배를 하회했다. 상승폭 역시 0.33배수p로 가장 작았다. 그러나 이는 올 1월 HD현대인프라코어를 흡수합병해 HD건설기계로 출범하기 이전 HD현대건설기계의 수정주가를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다. 합병 기대감이 반영된 지난해 말 기준 주가를 토대로 산출한 PBR은 1.54배다. 자산가치 미만의 주가 저평가를 이미 탈출한 상태다.
◇조선업 PER은 정상화 중, 전력기기·건설장비 기대감은 지속 PER은 수정주가를 1주당 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이다. 업종마다 수익성에 차이가 있는 만큼 주가의 저평가나 고평가의 기준이 일괄적으로 정해지지는 않는다. 다만 주가는 실적 기대를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근거해 PER은 변동 추이를 통해 주가에 반영된 기대의 현실화 정도를 판단하는 척도로 활용된다.
HD현대그룹 상장사들의 PER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먼저 그룹의 주력 산업인 조선업은 2023년 PER이 정점에 이른 뒤 점차 낮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2021년 시작된 선박 발주 호황기에 수주한 선박의 건조가 2023년경부터 본격한 점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대 실적이 현실화하면서 PER도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PER이 2023년 38.59배에서 이듬해 13.76배, 지난해 13.28배로 낮아졌다.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 사업자회사 HD현대중공업 역시 2023년 463.89배로 높은 기대가 반영됐으나 2024년 41.06배, 2025년 32.42배로 PER이 하락했다.
반면 실적 개선 기대감이 여전히 높게 작용하는 곳도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2년 9.43배에서 지난해 38.08배에 이르기까지 연간 PER이 단 한 해도 꺾이지 않았다. HD현대마린솔루션 역시 상장 첫 해인 2024년의 30.44배에서 지난해 32.18배로 상승해 기대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HD건설기계의 경우 2022년 10.99배에서 2023년 7.31배로 PER이 한 차례 낮아졌으나 이후 2024년 11.05배, 지난해 17.53배로 2년 연속 상승했다.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의 침체 속에서도 인프라 재건을 위한 건설장비 수요의 증가 기대가 지속적으로 유효한 데다 건설장비 양대 계열사의 합병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 증권사 연구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주사 HD현대는 2025년 PER이 15.47배로 산출됐다. 2023년 18.91배보다는 낮지만 2024년 12.29배보다는 높다. 2023년 시작된 조선 계열사들의 PER 정상화 영향이 2025년 들어 약해진 사이 HD현대일렉트릭 등 다른 자회사들의 실적 기대는 지속되면서 PER이 반등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