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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현금 64조, 리밸런싱 궤적 뚜렷…매각·합병·긴축

⑦[유동성]SK에코, 환경사업 매각해 2조 회수…SK이노, E&S 합병으로 현금 방어

고진영 기자  2026-04-23 14:25:37

편집자주

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기업의 영업·투자·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집계하고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에서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그룹의 재무적 변화를 살펴본다. 그룹 뿐만 아니라 업종과 시가총액 순위 등 여러 카테고리를 통해 기업의 숫자를 분석한다.
SK그룹의 리밸런싱(사업 재편)이 역대 최대 보유현금이라는 뚜렷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영업으로 불어난 현금이 사실상 SK하이닉스에 몰려 있는 구조적 한계도 함께 관찰된다.

나머지 계열사들의 현금은 자산을 팔거나, 투자를 줄이거나, 합병으로 편입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성공적 리밸런싱은 앞으로의 영업체력 개선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현금 증가분 94% '싹쓸이'

지난해 말 기준 SK그룹의 현금성자산은 63조6613억원으로 집계됐다. SK와 SK하이닉스의 연결 재무제표를 단순 합산한 수치로, 전년 말(41조6083억원) 대비 53%22조530억원)가 급증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5년 새 3.2배로 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계열사는 물론 SK하이닉스다. 2025년 말 현금성자산이 34조9423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그룹 전체 현금 증가분의 94.3%를 SK하이닉스가 책임졌다. 다만 차올해 투자 규모가 연간 30조원 중반대 수준까지 확대될 예정이고, 5년간 총 14조원 규모의 미국 AI 밸류체인 투자계획도 발표한 만큼 앞으로 현금 축적 속도는 다소 조절될 수 있을 전망이다.


◇팔고 합치고 줄인 비반도체

이밖에 리밸런싱 과정에서 가장 뚜렷한 현금 변화를 보인 계열사론 SK에코플랜트가 있다. 지난해 말 현금이 1조7720억원에서 3조1967억원으로 80% 남짓 뛰었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이후 환경·에너지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차입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치자 환경사업을 매각하고 반도체 소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단행했다.

폐기물·에너지 자회사 3곳(리뉴어스, 리뉴원, 리뉴에너지충북)을 글로벌 사모펀드 KKR에 1조7300억원 받고 팔았고, 미국 블룸에너지 잔여 지분도 처분해 약 3800억원을 회수했다. 이 전략적 전환이 보유 현금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 효과를 톡톡히 봤다. SK이노베이션의 현금성자산은 16조3450억원으로 SK 연결 내부 현금의 57%를 차지한다. 규모 자체는 전년보다 1.5% 증가하는 데 그쳐 제자리지만 구성은 크게 달라졌다.

가장 큰 이유는 2024년 11월 진행된 SK E&S와의 합병에 있다. 가스·발전 사업과 함께 SK E&S의 보유 현금이 SK이노베이션 연결로 편입됐고, 동시에 배터리사업 투자규모도 대폭 줄였다. 순이익은 5조원대 적자를 냈지만 합병과 긴축 경영 덕분에 현금을 유지할 수 있었다. 리밸런싱이 없었다면 현금은 크게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회사인 SK온의 현금성자산은 5조1533억원으로, 전년(3조9414억원)보다 31%가량 늘었다. 분사 이래 현금이 이 정도 규모로 증가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리밸런싱 과정에서 CAPEX(유·무형자산 취득)를 60% 넘게 삭감하면서 유동성 유출이 축소됐다.

리밸런싱과 무관한 외부 변수로 현금이 움직인 곳도 있다. 안정적 캐시카우였던 SK텔레콤은 지난해 대규모 유심 정보유출 사태에 따른 보상과 과징금 여파로 현금이 6709억원 감소했다. 다만 유심 사태가 일회성 이벤트라는 점에서 2026년 이후 현금 유입의 정상화가 기대된다.

또 SK에너지는 정유 업황 부진이 현금을 깎아먹고 있는 경우다. 현금성자산이 2024년 말 3조8239억원에서 2025년 말 2조7499억원으로 1조740억원(28.1%) 줄었다. SKC는 이 기간 현금이 7278억원에서 1조473억원으로 43.9% 늘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7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영업에서 현금이 빠져나가는 구조인데 현금이 늘었다는 것은 외부 차입으로 충당했다는 뜻이다.


◇컨트롤 타워 SK, 리밸런싱 '부담'

이밖에 리밸런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지주회사 SK의 경우 별도 기준 현금이 5157억원에서 3203억원으로 줄었다. SK는 지난해 자금 공급원 역할이 두드러졌다. SK스페셜티 지분 85%를 한앤컴퍼니에 약 2조6000억원, 베트남 빈그룹 보유 지분(6.05%)을 약 1조1000억원에 각각 매각해 총 3조700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 매각대금은 곳간을 채우는 대신 두 갈래로 빠져나갔다. 우선 차입금 상환에 투입돼 총차입금을 2조원 줄였고 SK이노베이션, SK시그넷 등 자회사 출자에도 5450억원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올 2월에도 SKC에 5397억원 수혈을 결정했다. 지주사 특성상 리밸런싱의 자금흐름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자산 매각이나 투자 축소 등 사업 재편이 현금 지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면서도 "이 현금 여유가 영업적 개선으로 이어져야 리밸런싱 효과가 완성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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