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최근 몇년간 조달 방식이 간접금융 중심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통상 거대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채권시장 중심으로 자금을 끌어오는 것과 대조적이다.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은 여전히 회사채 중심으로 차입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SK온이 배터리투자를 위해 현지 대출을 확대하면서 조달 무게중심을 은행 대출 쪽으로 끌어당겼다. 만기 구조가 짧아진 데도 SK온의 영향이 컸다.
◇총차입금 102조, 65%는 금융기관 차입 지난해 말 기준 SK그룹의 총차입금은 101조9013억원을 기록했다. 지주사 SK와 SK의 종속법인에 포함되지 않는 SK하이닉스 연결 재무지표를 합산한 수치다. 구성을 살피면 금융기관 차입금이 64.5%( 65조7618억원)로 사채(35.5%)를 크게 앞서고 있다. 그룹 총차입금의 40%를 차지하는 SK이노베이션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SK이노베이션의 연결 총차입금은 2025년 말 기준 41조1818억원이다. 금융기관 차입금이 23조5738억원으로 57.2%를 채워 가장 많고, 사채(원화+외화)가 15조2821억원으로 37.1%, 리스부채가 2조3259억원으로 5.6%를 차지한다.
금융기관 차입금이 절반을 넘는 이유는 자회사 SK온 때문이다. SK온의 배터리 공장 건설 자금이 대부분 금융기관 차입으로 조달되면서 은행 의존도가 높아졌다.
실제로 SK온은 그룹에서 SKC 다음으로 은행 의존도가 높다. 사채는 약 20%뿐이고 금융기관 차입금이 약 16조4000억원으로 79%에 이른다. 해외 배터리 공장 건설에 자금을 투입한 영향이다. 생산 거점이 주로 해외에 있다 보니 미국 에너지부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정책금융 등 현지 통화 조달이 대거 투입됐다. 환리스크와 금리 리스크는 통화스왑, 이자율스왑으로 관리하고 있다.
유동성장기부채의 급증도 눈에 띈다. 2024년 말 1조117억원이었는데 2025년 말 4조5385억원으로 불어났다. 영업현금흐름이 작년에서야 처음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환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SKT, 직접금융 80%…우량 신용도로 조달 비용 절감 반대로 SK텔레콤은 조달 구조가 직접금융 중심이다. 총차입금 10조3728억원 가운데 사채가 8조2139억원으로 79% 이상을 차지한다. 금융기관 차입금은 6331억원(6.1%)에 불과하고 나머지 1조5258억원(14.7%)이 리스부채다.
AAA(안정적)라는 신용등급을 보유한 만큼 유리한 조건으로 사채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SK텔레콤이 2025년 9월 발행한 제91회 무보증사채의 표면금리는 3년물 2.673%, 5년물 2.821%, 10년물 3.060%로, 같은 시기 A등급 기업들의 발행 금리 대비 100~150bp 이상 낮았다.
리스부채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특징이다. 총차입금 대비 리스 비중이 14.7%로 그룹 내에서 가장 높았다. 5G 기지국 장비, 통신 인프라 설비, 데이터센터 등이 리스 형태로 운용되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시장성 조달이 15조5021억원(62.6%)으로 총차입금(24조7578억원)의 절반을 넘는 조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채 중에선 교환사채(EB)를 주목할 만하다. 2023년 17억달러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는데 1.75%의 낮은 이율에 조달이 이뤄졌다.
현재 EB 잔액은 7억3840만달러로 상당 부분이 주식으로 교환된 상태다. 발행 당시 주가는 8만~9만원대에 머물렀지만, 이후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주가가 교환가액을 크게 웃돌면서 대량 교환이 이뤄졌다.
◇자산 매각으로 숨통 틔운 SK 또 지주사 SK(별도)의 경우 AA+(안정적) 신용등급을 활용해 채권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사채가 6조554억원으로 총차입금(8조9450억원)의 67.7%를 차지한다.
지난해는 총차입금이 전년 대비 2조967억원(19.0%) 줄었는데 지분 매각 영향이다. SK스페셜티 지분 85% 매각(2조6000억원), 베트남 Vingroup 지분 매각(약 1조1000억원) 등으로 대규모 유동성이 유입됐다.
다만 PRS(주가수익스왑) 계약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SK는 SK이노베이션 보통주에 대해 작년 7월 PRS 계약을 체결했다. 올 2월에도 SK바이오팜 지분 13.94%에 대한 PRS 계약(계약금액 1조2500억원, 3년 만기)을 추가로 맺었다. 차입금으로 잡히진 않지만 주가 하락 시 정산금 지급 의무가 발생할 수 있어 실질적인 우발부채 성격을 띤다.
◇만기 구조 단기화 원인은 SK온·SK에코플랜트 만기 구조의 경우 그룹 합산 기준으로 단기성 차입금은 2021년 24%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6% 수준으로 4년 새 약 10%p 뛰었다. 단기성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SK에코플랜트(57.4%)로 나타났다.
SK에코플랜트는 총차입금 5조4187억원 중 3조1127억원이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온다. 보유 현금과 미사용 여신한도를 합쳐도 1조6000억원 안팎이어서, 차환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다음으론 SK온의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40.2%(8조3643억원)로 높았는데, 규모만 따지면 SK에코플랜트의 두 배를 웃돈다.
그 정반대가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다. SK텔레콤의 단기성 비중은 16.0%로 그룹 주요 계열사 중 가장 낮다. 사채 만기를 3년·5년·10년으로 분산 발행하면서 매년 1조~3조원의 차환을 균등하게 관리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단기성 비중이 35%(약 8조7000억원)지만, 순현금 10조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보니 대응 여력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