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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차입금 38조로 급감…투자 줄이고 자산 팔았다

⑤[차입 규모]1년 새 47% 축소…하이닉스 현금 20조↑, SK온 CAPEX 62%↓

고진영 기자  2026-04-21 15:38:17

편집자주

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기업의 영업·투자·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집계하고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에서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그룹의 재무적 변화를 살펴본다. 그룹 뿐만 아니라 업종과 시가총액 순위 등 여러 카테고리를 통해 기업의 숫자를 분석한다.
SK그룹의 순차입금이 1년 새 큰 폭으로 줄었다. 현금성 자산이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자산 매각과 배터리사업 투자 조정 맞물리면서 재무부담이 완화된 모습이다.

다만 차입금 감소 자체보다는 유동성 축적과 사업 구조 조정의 영향이 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현금 창출과 사업 구조 재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SK그룹의 2025년 말 순차입금은 38조240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주사인 SK의 연결 재무제표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SK하이닉스의 연결 재무제표를 단순 합산한 수치다. 2024년 말(71조 9521억원) 대비 47% 가까이 급감했다.


2020년 이후 매년 불어나던 그룹의 순차입금 규모는 2년 전부터 감소세로 전환한 상태다. 하지만 총차입금이 줄어든 폭은 정작 크지 않다. 2025년 한 해 동안 그룹 합산 총차입금은 113조5604억원에서 101조9013억원으로 11조6591억원(10%)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전체 차입규모가 크게 달리지지 않았는데도 순차입금이 대거 줄어든 이유는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에 있다. 2024년 41조6083억원에서 지난해 63조6614억원으로 22조원 넘게 점프했다. 이 대부분인 20조원 이상은 SK하이닉스가 쌓은 현금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를 빼고 봐도 지난해 말 순차입금은 48조4245억원으로 전년보다 12조원(20%)가량 감소했다. 비핵심 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조정, 투자 긴축 효과를 봤다.

구체적으로 차입금 축소의 핵심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우선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이 투자를 대폭 축소했다. CAPEX(유·무형 자산취득)가 9조3750억원에서 3조5855억원으로 62% 급감했는데, 투자를 줄인 만큼 외부에서 돈을 빌려올 필요도 줄었다.

그간 SK온은 SK그룹 차입금 팽창의 진원지였다. 2021년 분사 당시 순차입금 3조원 수준에서 시작해 2024년 말엔 20조원을 넘겼는데, 지난해 비로소 증가세가 꺾여 15조6346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113.4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무거운 빚 부담을 안고 있다. 다만 지난달 말 블루오벌SK 유상감자가 마무리된 만큼, 올 1분기 재무제표에선 켄터키 공장 자산과 관련 부채가 연결 범위에서 빠지면서 5조4000억원 규모의 차입이 추가로 제거됐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은 2026년 경영 최우선 과제로도 재무건전성 확보를 내세우고 있다.


그룹 차입이 축소된 또 다른 원인은 지주사 SK(별도)의 자산 매각이다. SK는 SK스페셜티 지분 85%를 한앤컴퍼니에 약 2조6000억원에 매각했고, 베트남 빈그룹 보유 지분(6.05%)을 전량 정리해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 매각 대금이 차입금 상환에 투입되면서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11조417억원에서 8조9450억원으로 2조967억원(19%) 줄었고, 순차입금도 10조5260억원에서 8조6247억원으로 1조9013억원 감소했다. 내부순현금흐름이 2조47억원 플러스를 기록한 것 역시 자산매각 대금 유입 덕분이다. 배당수익은 줄었지만 자산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한 구조다.

이 밖에 SKC의 경우 순차입금이 2024년 말 2조8562억원에서 작년 말 2조6907억원으로 1655억원(5.8%) 줄긴 했지만 미미한 변화에 그쳤다. 주목할 부분은 이 기간 총차입금이 오히려 늘었다는 점이다. 3조7380억원으로 1540억원(4.3%) 증가했다.

SKC가 빚을 줄이지 못하는 것은 EBITDA가 3년째 적자이기 때문이다. 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폴란드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초기 운영자금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 영업에서 현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만큼 차입을 줄일 여력은 빠듯한 상황이다.

주요 계열사 가운데 지난해 순차입금이 늘어난 곳은 사실상 SK텔레콤이 유일했다. 순차입금이 8조4172억원에서 8조6962억원으로 2790억원(3.3%) 늘었다. 총차입금은 3900억원 정도 줄었지만 현금성자산이 1조6767억원으로 6709억원 감소한 탓이다.

현금이 줄어든 이유는 지난해 유심 사태에 따라 피해 보상과 고객 이탈 방어를 위한 마케팅비 확대, 과징금 등으로 지출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EBITDA 대비 순차입금이 1.9배에 불과해 여전히 그룹에서 가장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유심 사태가 일회성 충격으로 끝나면서 현금 유입도 정상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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