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 규모를 찍었다. 다만 전체 수익성이 개선됐다기보다 SK하이닉스 한 곳의 압도적인 이익이 그룹 숫자를 끌어올린 모습이다.
반면 SK하이닉스를 제외했을 때의 영업이익률은 1% 밑으로 떨어졌다. 정유·화학 업황 둔화와 배터리 투자 부담, 소재 계열사 부진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그룹의 이익 구조가 하이닉스에 쏠리는 형태가 강해졌다.
◇약진하는 SK하이닉스, '주춤'한 비반도체 지난해 SK그룹의 합산 영업이익은 48조3000억원, 영업이익률은 22.0%로 집계됐다. 지주사인 SK의 연결 실적과 여기 포함되지 않는 SK하이닉스 연결 실적을 합친 기준이다.
2024년 영업이익이 25조5000억원, 영업이익률 13.4%였는데 1년 새 수익성이 크게 올랐다. 합산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도 70조5000억원에 달해 마진율 32.1%를 기록했다. 그룹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영업이익은 1조998억원, 영업이익률은 0.9%에 그친다. 영업이익률이 4년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전체 영업이익의 98%를 지탱한 셈이다.
SK하이닉스의 2025년 연결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으로 전년 23조4673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고 영업이익률은 35.5%에서 48.6%로 13.1%포인트 상승했다.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수익성 개선의 핵심 동력이다.
반대로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비반도체 부문 수익성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EBITDA를 꾸준히 창출하고 있지만 감가상각비와 이자비용이 이를 잠식 중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눈에 띈다. 2025년 연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699억원으로 전년 231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2024년 11월 진행한 SK E&S와의 합병으로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순이익으로 보인다. 2025년 당기순손실은 5조4364억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영업적자 규모보다 순손실이 훨씬 많은 이유는 자회사 SK온 관련 자산손상과 금융비용 부담 탓이다. SK온은 지난해 배터리 공장 가동률 부진으로 유형자산손상차손이 4조7000억원을 넘겼다. 본업의 현금 창출력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후폭풍이 여전한 모습이다.
◇SKC, 신사업 수익화 지연…지주사는 일회성 반등 SKC 역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2025년 연결 영업이익은 -3050억원을 기록해 전년(-2768억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EBITDA마저 -1183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감가상각비가 없어도 현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핵심 원인은 이차전지 동박 자회사인 SK넥실리스에 있다. 전기차 캐즘으로 수요가 둔화한 가운데 동박 가격이 약세를 보였고, 말레이시아 신공장의 초기 고정비 부담까지 더해졌다. 기존 캐시카우인 필름이 약해진 상태에서 신규사업의 수익화가 지연되면서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안정적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SK텔레콤도 지난해에는 수익성이 크게 흔들렸다. 연결 영업이익은 1조732억원으로 전년보다 41.1% 줄었고 영업이익률도 10.2%에서 6.3%로 떨어졌다. 유심 해킹 사태 관련 비용과 요금 인하 영향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다. 결국 SK텔레콤마저 비반도체 포트폴리오 전체의 안전판 역할을 예전만큼 하진 못했다.
SK네트웍스의 경우 지난해 수익성 지표 변화는 본업 악화라기보다 사업구조 재편의 영향을 받았다. 영업이익은 863억원으로 전년보다 24.2% 줄었고, 영업이익률도 1.5%에서 1.3%로 낮아졌다. 그러나 더 눈에 띄는 것은 EBITDA 마진 하락이다. 2024년 8.7%였던 EBITDA 마진은 2025년 3.7%로 5.0%포인트 떨어졌다. 절대 규모도 6655억원에서 2467억원으로 63% 급감했다.
주된 배경은 2024년 8월 SK렌터카 지분 매각이다. 렌터카 사업 특성상 차량자산에 대한 대규모 감가상각비가 EBITDA에 반영됐었다. 이 사업을 떼어내 감가상각비가 사라지면서 영업이익 감소폭은 제한됐지만, EBITDA는 상대적으로 크게 줄었다.
렌터카를 제외하고 본업인 정보통신 유통과 트레이딩을 보면 수익성은 낮지만 안정적인 편이다. 다만 매각을 통해 재무 부담을 낮춘 대신 고수익 자산까지 함께 줄어든 셈이어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축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지주회사인 SK 별도 실적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나타난다. 2025년 영업이익은 8132억원으로 전년보다 18.5% 감소, 영업이익률은 26.9%에서 22.5%로 하락했다. SK 별도 영업이익은 자회사 배당수익과 IT서비스 매출로 구성되는데, SK텔레콤이 배당을 줄이고 SK이노베이션의 합병 후 첫 배당이 옛 SK E&S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배당수익이 감소했다.
반면 순이익은 마이너스 7459억원에서 1조344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전년 손상차손의 기저효과가 있었고 SK스페셜티 지분 매각이익 등 비경상 요인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즉 영업에서 수익성은 후퇴했는데 순이익은 일회성 요인으로 반등한 구조다.
이밖에 SK스퀘어는 별도 영업수익이 3576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대부분이 SK하이닉스 배당에서 나왔다. 반면 별도 순손익은 오히려 적자로 돌아섰다. 종속회사 11번가와 SK플래닛 관련 손상차손,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반영된 탓이다. 결국 이익의 방향이 하이닉스 실적과 자산매각 여부 등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