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의 재무구조는 일반 지주사와 결이 다르다. 차입금이 한 푼도 없지만 정작 부채 변동성은 작지 않다. 자회사의 자금조달 과정에서 맺은 주주간계약(SHA) 때문이다.
별도 부채의 거의 전부가 주주간계약에서 생기면서 손익구조를 좌우하고 있다. 분할 출범부터 재무를 총괄해온 오중석 재무담당에겐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다.
지난해 말 SK스퀘어의 총차입금은 별도 기준 0원을 기록했다. 2022년부터 무차입을 유지 중이다. 총부채가 3144억원, 부채비율이 5%에 그친다. 눈에 띄는 점은 부채의 90%를 넘는 2840억원이 주주간계약에서 생긴 파생금융부채라는 데 있다.
가장 무거웠던 SHA 부담은 11번가에서 나왔다. 2018년 발행한 5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동반매각청구권이 따라붙으면서, SK스퀘어 장부에는 7년간 3810억원의 SHA 파생금융부채가 잡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1번가 매각이 종결되면서 이 부채는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이어 원스토어 관련 SHA도 정리됐다. SK스퀘어는 지난해 9월 이사회에서 PRS(주가수익스왑) 계약 체결을 결정하고 10월 말 거래를 마쳤다. 기존 원스토어 FI(재무적투자자)가 보유하던 지분 17.0%를 특수목적법인(SPC)이 약 1500억원에 인수한 구조다. SPC는 보유 기간 중 고정 수익을 받고, 추후 매도 시 공정가치와 계약금액의 차액을 SK스퀘어와 정산한다.
이에 따라 FI의 엑시트 통로가 'IPO 성사 후 동반매각'에서 PRS 정산으로 전환됐다. PRS 특성상 지분가치 변동에 따른 정산부담을 SK스퀘어가 안고 있다. 결국 기존 주주간계약 파생금융부채 949억원은 사라졌으나, PRS 관련 파생금융부채 1209억원이 새로 장부에 들어왔다. 결과적으로 관련 부채는 260억원 증가했다.
콘텐츠웨이브 관련 주주간계약도 남아 있다. 2024년 11월 SK스퀘어는 콘텐츠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추진을 전제로 CJ ENM과 SHA를 체결하고 콘텐츠웨이브 발행 전환사채 1500억원을 인수했다. 이후 추가 인수와 일부 매도가 오가면서 지난해 말 두 회사의 보유 잔액은 SK스퀘어 1750억원, CJ ENM 1500억원으로 정리된 상태다.
핵심은 CJ ENM에 부여된 콜옵션이다.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CJ ENM은 SK스퀘어가 보유한 전환사채 권면액 가운데 1250억원 한도 내에서 SK스퀘어에 매도를 청구할 권리를 갖는다. 장부에 잡힌 파생금융부채는 406억원에 그치지만, 옵션이 행사되면 SK스퀘어가 CJ ENM에 매각해야 할 전환사채 규모는 그 3배가 넘는 125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콜옵션 트리거의 변수인 콘텐츠웨이브-티빙 합병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말까지 요금 인상 금지 등을 붙여 조건부 승인을 내렸지만, 지분율 협상 등 주요 주주간 이해관계 조율로 연내 결합이 무산됐다.
콘텐츠웨이브는 작년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467억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인 만큼 합병이 지연될수록 SK스퀘어도 부담이 장기화할 수 있다. 콜옵션이 잠재 부담으로 남아 있는 데다, 파생금융부채 평가손실도 매년 별도 손익을 흔들기 때문이다. 다만 KT가 합병에 부정적이었던 김영섭 전 대표 체제에서 박윤영 대표 체제로 전환되면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티맵모빌리티 관련 주주간계약도 있다. SK스퀘어는 2021년 4000억원 규모 프리IPO 자금을 유치하면서 FI에 IPO를 약속했다. 이 SHA에 잡힌 별도 파생금융부채는 1225억원이다.
당초 약속한 IPO 시한은 2025년이었지만 시장 여건이 여의치 않았던 탓에 SK스퀘어는 작년 말 FI들과 IPO 기한을 연장해 2027년까지 미루기로 합의했다. 동반매각청구권 행사가 일단 보류된 셈이다. 하지만 중복상장이 어려워진 만큼 FI들의 엑시트가 쉽지 않아졌다.
자금 관리를 맡고 있는 오중석 담당 입장에서도 남아 있는 주주간계약들은 적잖은 부담이다. 여기서 비롯된 파생금융부채가 매년 이항모형으로 재평가되고, 평가액 변동분이 곧바로 당기손익에 반영되는 구조다.
평가손실 흐름은 2023년 3143억원, 2024년 1482억원, 2025년 1006억원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분기별로 살펴보면 결이 다르다. 지난해 9월 말까지 누적 평가손실은 446억원에 불과했지만 4분기에 560억원이 추가로 인식되며 연간 1006억원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