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테크닉스가 반도체 사업 확장을 목표로 다시 한번 인수합병(M&A)에 나선다. 지난해에만 800억원의 자금을 M&A에 쏟아부으며 현금고가 메말랐지만 외부 자금 유치를 통한 현금 확보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M&A 자금의 2배에 육박하는 1772억원 규모의 현금이 필요하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 오른 후 회사 최대 투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김진석 재경부문장은 전방위적인 외부 조달을 고려 중인 가운데 계열사 차입도 선택지에 올려둔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한솔테크닉스의 별도 현금성자산이 불과 220억원 수준이지만 자회사의 유동성을 활용하면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본사 적자 폭 확대, 보유 현금도 최저 한솔테크닉스는 오는 6월17일 월테크놀러지 인수 완료를 목표로 자금 조달 작업을 시작했다. 1772억원의 출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방식 450억원, 모회사 한솔홀딩스를 대상으로 한 3자 배정방식 450억원 등 9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로 월테크놀러지 인수대금의 50%를 조달하는 셈이다. 이외 나머지 50%는 △자체 보유현금 및 은행권 차입 400억원 △계열사 차입 300억원 △사모사채 200억원 등으로 조달한다.
자체 보유현금을 일부 투입한다고 명시하긴 했으나 그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솔테크닉스 본사의 수익성이 악화하며 보유한 별도 현금성자산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솔그룹 내에서 전자·전장 부품, 태양광 모듈, 반도체 장비 등의 사업을 하는 한솔테크닉스는 연간 1조원이 넘는 연결 매출을 거두고 있다. 연결 기준으론 2022년부터 4년 연속 흑자를 유지 중이다. 그러나 연결 매출의 60% 이상을 국내외 자회사들이 담당하며 한솔테크닉스 별도 기준 수익성은 최근 악화하고 있었다.
2024년 54억원의 적자를 낸 한솔테크닉스 본사는 지난해에도 287억원의 별도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 가운데 한솔그룹 전자부품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의 투자 주체로 나서면서 지난해 에스아이머트리얼즈(반도체 실리콘 부산물 재생·가공, 120억원), 한솔오리온텍(옛 오리온테크놀로지, 전장부품, 676억원) 등을 연이어 인수했다.
이처럼 자체적인 수익창출력은 떨어졌지만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며 회사의 보유 현금고는 최저 수준까지 줄었다. 2022년 흑자전환 이후 945억원까지 증가했던 별도 현금성자산은 2024년 300억원대로 크게 감소했으며 지난해에는 220억원 수준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석 CFO 부임 후 최대 투자, 계열사 유동성 활용 한솔테크닉스의 이번 월테크놀러지 인수는 김진석 CFO 부임 후 최대 투자다. 1999년 한솔테크닉스에 입사한 김 CFO는 경영지원팀, 태국법인 지원팀장, 본사 지원팀장 등을 거쳐 2023년부터 재경부문장을 맡고 있다. 한솔그룹 차원의 최대 투자라 할 수 있는 한솔테크닉스의 한솔아이원스(1296억원) 인수는 김 CFO 부임 전인 2022년 1월 완료됐다.
약 2년간 멈췄던 한솔테크닉스의 M&A 활동이 지난해 재개되며 김 CFO는 다양한 조달 방식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두차례의 M&A 과정에서 별도 차입금이 2024년 말 1119억원에서 2025년 말 1650억원으로 크게 불어나면서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도 3년 만에 1000억원선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단기간에 월테크놀러지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기존 은행권차입 및 사채 외에도 추가로 계열사 차입까지 선택지로 올린 셈이다. 한솔테크닉스의 별도 현금은 200억원대에 불과하나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 현금성자산은 1200억원에 육박해 대금 마련에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한솔테크닉스의 연결 자회사 중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곳은 한솔아이원스다. 한솔그룹의 반도체 밸류체인에 속한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과 수익성이 대폭 증가하며 순현금(마이너스 순차입금) 상태를 유지 중이다. 유동금융자산을 포함한 총 현금성자산은 480억원에 이른다. 이외에 한솔아이원텍이 290억원 수준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국내외 자회사의 보유 현금액은 100억원 미만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