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2026년 안에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합병해 양대 풀서비스항공사(FSC)의 완전한 통합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4년 말에는 통합의 사전 작업을 위해 대한항공의 임원들을 다수 아시아나항공에 파견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서상훈 전략기획본부장 전무 역시 대한항공에서 넘어온 임원이다. 통합 FSC의 재무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과제를 부여받았으나 CFO 임기 첫 해부터 고환율 등 외부 변수로 인해 과제 해결에 한 차례 제동이 걸렸다.
◇대한항공 출신 재무 전문가, CFO 첫해 성과는 미진 서 전무는 199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30년 넘게 재무 분야의 업무를 수행했다. 2012년 재무지원부 관리회계팀장으로 일하다 2013년 재무본부 재무컨트롤(Control)팀장을 거쳐 2015년 다시 재무지원부 관리회계팀장으로 복귀했다.
2017년 상무보 승진으로 임원에 올라 재무컨트롤러(Controller) 담당임원을 맡았으며 2019년에는 상무로 승진했다. 2024년 말 대한항공의 임원인사를 통해 전무 승진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파견이 결정되기까지 재무컨트롤러 담당을 유지했다. 아시아나항공에서는 2025년 1월16일자로 전략기획본부장에 임명돼 CFO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4년 말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63.88% 보유하고 있었다. 2026년 내로 잔여 지분 36.12%를 모두 사들이고 아시아나항공을 완전히 흡수합병하는 계획을 세우고 아시아나항공 측에서도 이를 준비할 수 있도록 2024년 말 인사를 통해 대한항공 임원들의 아시아나항공 파견을 결정했다.
2025년 1월 송보영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이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이외에도 안전관리·인력관리·재무·정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8명의 대한항공 출신 임원 및 직원들이 아시아나항공에서 요직을 꿰찼다. 서 전무는 합병으로 인한 재무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재무구조 안정화 과제를 안고 아시아나항공의 CFO에 올랐다.
임기 초반에는 재무구조가 순조롭게 개선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024년 말 1240.8%에서 상반기 말 863.4%로 반년 사이 377.4%p(포인트) 낮아졌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1000%를 하회한 것은 7년만이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 역시 6조6921억원에서 6조2825억원으로 4096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2025년 하반기에는 대조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370.2%로 1년 전보다 오히려 129.4%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6조4411억원으로 2510억원 감소했으나 차입금의존도는 49.8%에서 52.9%로 3.1%p 높아졌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재무지표가 오히려 악화한 것이다.
◇부채비율 상승에 가려진 외화부채 축소 노력 아시아나항공의 2025년 차입금의존도 상승은 자산총액이 13조4499억원에서 12조1876억원으로 1조2623억원 감소해 총차입금 감소 효과를 지워버린 영향이 크다. 다만 자산 감소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1조882억원이 부채, 1741억원이 자본의 감소액이다. 차입금의존도 상승은 오히려 부채 총량 감축의 성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를 고려하면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에서 개선이 필요한 지점은 전체적인 부채 구조의 관리다. 1년 사이 부채 총액이 감소했음에도 부채비율이 상승한 것은 이 기간 자본총계가 1조31억원에서 8290억원으로 1741억원 감소한 탓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자본의 구성 요소 중 결손금(마이너스 이익잉여금)이 지난해 연결기준 1조8105억원으로 전년 대비 3478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순손실 2925억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고환율로 인해 외화부채 평가액이 상승하면서 그에 따른 환산손실이 순이익을 갉아먹은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달러/원 환율이 10% 상승하면 법인세비용 차감 전 순이익이 4775억원 감소하는 구조였다. 연간 달러/원 환율 평균이 2024년 1363.4원에서 1422.4원으로 높아진 점이 순손실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외화금융부채 원화환산액은 2024년 5조8254억원에서 지난해 5조2181억원으로 10.4%(6073억원) 줄었다. 이로 인해 달러/원 환율 10%당 민감도 역시 같은 기간 5192억원에서 4775억원으로 417억원 축소됐다.
서 전무는 임기 첫 해 아시아나항공의 외화부채를 줄여 환율 민감도를 축소하는 재무전략을 구사했으며 이를 통해 재무구조가 더 크게 악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방어한 셈이다.
부채 축소에 치중하는 서 전무의 재무전략은 현금 창출능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이자비용은 2024년 4159억원에서 지난해 3391억원으로 줄었다.
다만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 보유금액 역시 1조2681억원에서 1조79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조4282억원에서 6625억원으로 반토막난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