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비상경 전공자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회사의 곳간을 책임지는 CFO라는 직무 특성상 상경계열 전공자가 주류를 차지할 수밖에 없으나 물리학·생명과학 등 공학도도 중용을 받았다. 이공계 CFO 비중은 10%를 웃돌았다. 각 기업의 업권에 맞춰 산업 현장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CFO로 선임한 것으로 분석된다.
THE CFO는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 상위 12위 한진부터 21위 셀트리온의 상장사를 대상으로 CFO 현황을 전수조사했다. 지난해 말 20대그룹 56개 상장사의 CFO 55명이 조사 대상이며 공식적으로 CFO 보직이나 재무임원을 두지 않은 기업의 경우 경영기획총괄이나 관리·공시담당 등을 포함했다. 지난해 말 선임되어 연령대나 학력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적시하지 않은 인물은 관련 통계에서 제외했다.
THE CFO 집계 결과 출신 대학(석·박사 포함)과 졸업 학과를 공개한 20대그룹 CFO는 47명이었다. 자금 마련과 운용, 안정적인 재무지표 관리 등 회사 재원을 담당하는 직무인 만큼 상경계열 출신이 조사대상 CFO의 81% 비중을 차지했다. 경영학, 경제학을 비롯한 정통 학문부터 회계, 통계, 세무 등 실무 역량을 요구하는 분야까지 다양하게 분포됐다.
47명의 CFO가 가장 많이 전공한 학과는 단연 경영학과였다. 경영학과 전공자는 총 19명으로 집계 대상 CFO의 40% 비중을 차지했다. 2위 경제학과와 10%포인트(p)의 격차를 보이며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30% 비중을 차지한 경제학 전공 CFO는 14명이었다.
경영·경제학 출신의 CFO를 제외한 나머지 학과의 수와 비중은 각각 한자릿수대였다. 경영·경제학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비중을 보인 회계학·통계학·법학 전공자는 각각 2명(4%)이었으며 이외 8개 학과(세무·신문방송·공업화학 등) 출신의 CFO는 1명씩이었다.
20대그룹 CFO의 전공 분포에서 비상경 전공 CFO 비중 자체는 낮다고 보기 어렵다. 47명의 CFO 중 비상경 전공자는 9명으로 20%에 육박하는 19% 비중을 나타냈다. 앞서 THE CFO가 집계한 기업집단 1위 삼성부터 11위 신세계까지 10대그룹(NH농협 제외) 상장사 CFO의 비상경 전공자 비중은 18%였다.
10대그룹과 비교했을 때 비상경 전공자 비중 자체는 엇비슷했지만 이공계열만 놓고 따져보면 오히려 20대그룹이 높았다. 10대그룹 조사 대상자 88명 가운데 이공계 전공자는 8명으로 약 9%의 비중을 나타냈다. 반면 20대그룹의 공학도 CFO는 총 6명으로 조사대상 CFO의 13% 비중을 차지해 두자릿수대를 기록했다.
CFO의 역할을 재무에만 한정하지 않고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인물을 경영관리 총괄 임원으로 중용하면서 비상경계, 특히 이공계가 비교적 강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20대그룹 공학도 CFO의 전공은 공업화학, 물리학, 항공교통학, 생명과학, 전자계산, 화학공학 등으로 다양하게 분포됐다.
단일 그룹 기준으로 공학도 CFO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한진그룹이었다. 한진그룹의 8개 상장사 중 3곳의 CFO가 대학시절 공학을 전공했다. 한진의 서민석 재무관리실장(전무)은 한양대 공업화학과 출신이며 아시아나항공의 서상훈 전략기획본부장(전무)은 서울대 재학시절 물리학을 전공했다. 임수성 에어부산 경영본부장(전무)은 한국항공대 항공교통학과를 졸업했다.
이외에도 이종훈 CJ대한통운 경영지원실장(고려대 생명과학과), 이주환 LS네트웍스 경영관리부문장(경기대 전자계산학), 이성호 카카오페이 재무담당(서울대 화학공학과) 등이 공학도 출신 CFO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