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이사회에 변화가 감지됐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는 경영지원실장이 처음으로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재무라인의 입지가 한층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밖에 CJ대한통운이 기존에 사외이사로 정계나 법조계 인사를 주로 중용했던 것과 달리 이번 이사회에는 '노동 전문가'를 신규 선임한 것도 눈여겨 볼 지점으로 꼽힌다.
◇신영수 대표 한국대표 겸직, CFO 사내이사 입성
11일 대한통운에 따르면 이들은 오는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종훈 경영지원실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출범 이후 CFO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건 이 실장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통상 CJ대한통운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되곤 했다. 사내이사의 경우 법인 전체 대표이사와 건설사업부문 대표, 나머지 한 자리는 한국사업부문 대표 등 사업조직을 대표하는 인물이 맡아왔다. 한국사업부문은 2023년 택배·이커머스부문과 CL부분이 통합된 가장 큰 비즈니스 조직이다. 그러다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윤진 전 한국사업부문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공백이 발생했다. CJ대한통운은 현재까지 한국사업부문에 신임 대표를 선임하지 않고 신영수 법인 대표가 겸직하는 체제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사회 1석을 새로운 인물로 채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CJ대한통운에서 재무라인의 입지가 한층 강화됐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최근 10년간 대한통운 CFO 라인업을 살펴보면 2010년대 중후반 정준교 전 부사장이 경영지원총괄로 CFO를 겸직하다 2020년 1월부터 윤상현 현 CJ ENM 대표이사가 경영지원실장을 지휘봉을 잡아 재무, 자금 운용 등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했다. 이후 2022년 3월 이한메 경영리더, 2023년 7월을 기점으로 이종훈 경영리더가 곳간지기로 올라서며 현재까지 안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이종훈 CFO는 영구채(신종자본증권)와 해외 법인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효율적으로 상환 및 차환하며 커버리지 지표를 적절하게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결기준 CJ대한통운의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부터 꾸준히 3배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성과를 인정받은 만큼 이사회 멤버로 등재되며 영향력도 커진 모습이다.
◇사외이사로 노동전문가 포함, 노란봉투법 시행 택배업계 '전운'
이사회 변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외이사로 '노동 전문가'가 포함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주총에서 신규로 선임될 권기섭 사외이사는 고용노동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거쳐 고용노동부 차관, 대통령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장 등을 역임한 고용분야 전문가다. 기존 CJ대한통운 사외이사는 정계나 법조계 출신 인물로 주로 채워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셈이다.
노란봉투법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 10일을 기점으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노동자 단체들은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집회에 나서고 있다. 실제 택배노동자들도 같은 날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을 비롯한 5개 택배사에 원청교섭을 요구하기도 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택배 본사는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사용자'로 간주되어 노조의 직접 교섭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워졌다. 임금뿐 아니라 노선 재배치 등 경영권 사안까지 파업 대상이 될 수 있고 불법 쟁의에 대한 개별 손해배상 입증 책임까지 강화되면서 본사는 대응 비용이 커질 뿐만 아니라 물류 마비 등 여러 리스크를 마주한 상황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사내이사 이종훈 후보자는 CJ대한통운 경영지원실장으로서 회사의 비전과 목표에 맞춘 전략을 실현하여 성과를 창출한 바, 그 경험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회사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이사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