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개인 차원의 소유였다면, 에너지저장장치(ESS)는 국가와 안보 차원에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신재생에너지 저장 방식 역시 기존 납축전지로부터 ESS로 넘어가고 있는데, 올해 4분기부터 리튬·인산·철(LFP)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유승헌 엘앤에프 사장(CFO,
사진)은 더벨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신한금융그룹 출신으로 지주사와 운용사의 CFO를 거친 뒤 배터리 소재기업 CFO로 넘어온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배터리 소재 분야에는 늦게 발을 들였으나 업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엘앤에프의 장기 프로젝트를 마련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업황 부진으로 엘앤에프 역시 반등의 전기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엘앤에프는 미중 갈등 속 소재 안보의 필요성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미국 AI 산업과 방산을 중심으로 신규 수익원 발굴에 나서고 있다.
유 사장은 1965년생으로 경문고와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했다. 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 MBA 학위도 소지하고 있다. 그는 1989년 신한은행에 입행하면서 장장 30여년에 걸친 신한맨으로서의 여정을 시작했다.
신한은행 초기에 뉴욕지점과 기획부 등에서 근무했다. 이후 신한금융지주로 옮기면서 주로 IR 부문을 담당하게 된다. IR팀 차장, 팀장, 부장을 거쳐 본부장까지 오른다. 그러다 2019년 신한금융지주 CFO(부사장보)로 승진하면서 재무회계 분야에 본격적으로 몸담게 된다.
지주사 CFO로 오른 뒤에는 여러 자회사의 이사회직을 겸했다. 신한BNP자산운용(현 신한자산운용), 신한캐피탈,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의 이사회에 모두 몸담으면서 은행뿐 아니라 캐피탈과 증권업계의 경험도 쌓았다.
이후 신한자산운용에서도 부사장 직급으로 CFO를 담당했다. 그 뒤 2023년 엘앤에프 CFO(부사장)로 옮기게 된다. 엘앤에프의 LFP 양극재 전담 자회사인 엘앤에프플러스의 임원직도 맡고 있다.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첫 사내이사로 등기됐으며 이후 사장 직급으로 승진했다. 엘앤에프 사내이사진은 기존 허제홍 대표이사, 최수안 부회장, 허제현 사장 체제였는데 허제현 사장 자리를 유승헌 사장이 대체하게 됐다. 허제현 사장의 직책은 재무COO다. 이로써 사내이사 한 자리의 직책이 재무COO에서 CFO로 바뀌는 셈이 됐다.
엘앤에프는 그동안 중국발 양극재와의 경쟁, 트럼프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연간 영업적자가 이어졌다.
다만 최근 들어 ESS 등을 중심으로 반등의 전기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 격화로 각국의 원재료 안보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엘앤에프에게 수혜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핵심은 LFP 양극재인데 중국을 제외하면 LFP 양극재를 생산하는 유일한 소재 회사가 엘앤에프로 알려졌다. ESS는 주로 가격, 수명 등의 요인으로 대부분 LFP 배터리를 활용한다.
그런데 최근 AI 산업이 각국의 안보와도 결부되기 시작하면서 미국 업체들이 중국산 LFP 양극재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체 공급처로 엘앤에프를 먼저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근 미국 배터리업체 코어셸(Coreshell)과의 LFP 양극재 공급 계약이 대표적이다. 코어셸은 미국 배터리 업체인데 중국 의존도 0%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향후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엘앤에프의 수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 방산업체들의 경우 AI와 데이터센터를 도입하면서 우방국 소재가 활용된 배터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