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종합 물류를 책임지는 CJ대한통운은 시장 점유율로 국내 다른 경쟁 회사를 압도한다. 거대한 외연 안에서도 일정 수준의 영업 효율을 이끌어내며 선두 지위를 더 굳건히 하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CJ대한통운은 물류사업의 특성상 인프라 확보와 유지를 위해 꾸준히 레버리지를 일으켜왔다. 2020년 이후부턴 조금씩 차오른 금융비용 관리도 시작했다. 작년 말부터 금리가 높은 영구채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단기CP 등을 활용한 리파이낸싱에서 답을 찾았다.
◇압도적인 매출 격차 속 업계서 가장 양호한 수익성 CJ대한통운은 올해 1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순손익률 3.3%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1조9775억원, 당기순이익은 659억원이다. 2020년 초 이후 3%를 넘은 영업이익률 대비 순이익률은 1%~2%를 오고갔는데 2023년부턴 영업이익률과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CJ대한통운은 국내 주요 물류사(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로젠) 나머지의 총합을 압도하는 외연을 꾸리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8조3663억원을 기록했다. 2위인 롯데글로벌로지스(3조2610억원)와 2배 이상의 격차를 나타낸다.
볼륨에서만 앞선 건 아니다. 수익성을 둘러싼 각종 지표 역시 업계 으뜸에 걸맞은 수준을 나타낸다. 앞서 순손익률을 기준으로 볼 때 직전 3년 간 한 차례라도 3% 이상을 기록한 곳은 CJ대한통운 뿐이다. 로젠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찾아온 종합물류 특수를 맞았던 3년(2020년~2022년) 연속 3%를 넘겼는데 2023년 이후엔 추이가 급락했다.
영업이익률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4% 이상의 지표를 나타내는 건 CJ대한통운이 유일했다. CJ대한통운의 2024년 영업이익률은 4.54%다. 2023년 4.08%를 기록했던 것과 대비해 46bp(1bp=0.01%) 상승했다. 경쟁기업인 로젠(2.93%)과 롯데글로벌로지스(2.55%), 한진(0.5%)과의 격차를 한층 더 벌렸다.
CJ대한통운은 기존엔 순익률과 영업이익률 간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2021년까지는 순이익률이 1%에 머물렀다. 2022년부터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한 건 차입금 이자비용을 관리하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
◇신종자본증권 중심서 단기CP 활용으로 재무 내실 관리도 시작 CJ대한통운이 영구채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다. 그 해 12월 2000억원 규모를 찍었고 2019년 3월 다시 3500억원어치를 새로 조달했다. 당시 CJ대한통운은 2016년을 전후해 곤지암 허브터미널 구축,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해외 물류기업 인수 등 계속되는 대규모 지출에 대한 재무 해답을 영구채에서 찾았다.
기존 CJ대한통운이 앞서 영구채를 제외하고 감당하던 이자비용은 연간 1600억원 안팎이었다. 2023년과 2024년 CJ대한통운의 영업이익 규모가 3000억원 중후반인 점을 고려하면 적잖은 규모다.
여기에 금융비용에 잡히지 않고 '배당금'으로 계상되는 신종자본증권 금리를 더하면 금리 대응을 위해 영업이익의 절반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 역시 점진적으로 배당(이자) 부담이 큰 신종자본증권을 관리하면서 금융비용 부담을 낮춰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작년부터 일단 먼저 영구채 발행 규모에 대한 점진적인 관리를 시작했다. 2023년 말 5500억원이 넘던 발행잔액은 작년 말 기준 4000억원, 약 4분의 1가량을 줄였다. 일시적이긴 하나 2024년 말 9월엔 영구채 잔액이 1500억원 수준으로 줄면서 잠시나마 이자부담을 경감할 수 있었다.
통상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는 대신 금리 부담이 크다. 연간 4%후반에서 5%초반 대에 해당한다. 약 3000억원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두고 발행 휴지기를 가지기만 해도 많게는 100억원의 금융비용 절감이 가능한 셈이다.
CJ대한통운이 일부 영구채는 리볼빙 대신 공모채나 회사채 등 비교적 금리가 낮은 단기물로 대체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활발한 리파이낸싱과 단기CP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했고 미상환 자금에 대한 이자율을 3%초반~4%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즉시 이자부담을 낮추고 영업이익 규모를 올릴 수 있는 재무 전략 변화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