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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채 실험’ 권재범 상무, 건전성 개선 시험대

'재무 유연성 제고' 500억 첫 발행, 이익창출력 높아 이자 감내 가능 수준

변세영 기자  2026-03-31 13:59:49
롯데택배 사업을 하고 있는 물류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조달 계획의 방향성을 수정했다. 기존에는 일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 왔으나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카드를 꺼내 조달에 나선 것이다.

부채비율이 350%에 육박하는 등 높은 레버리지 상태가 장기간 지속돼 온 만큼 다소 높은 금리를 감수하더라도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를 활용해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최근 채무상환 자금 마련을 위해 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발행하는 증권은 만기 30년이지만 동일 조건으로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어 사실상 영구채 성격을 띤다.

표면이자율은 2028년 9월 30일까지 연 6.28%로 설정됐다. 이후 스텝업 조건이 적용되면서 금리는 9.28%로 3%p 상승한다. 여기에 2029년 9월 30일부터는 직전 이자율에 매년 1%p씩 가산되는 추가 스텝업 조건도 포함돼 장기적으로 금리 부담이 크게 확대되는 구조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조달전략을 책임지는 인물은 권재범 파이낸스(Finance) 부문장(상무)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자본 확충은 물론 전반적인 재무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2026 정기인사'를 기점으로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하면서 그룹 내 입지도 한층 강화된 상태다.

권 CFO는 롯데쇼핑 회계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롯데그룹 정책본부 등을 거쳐 2016년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이동했다. 이후 약 10년간 한 곳에서 자금관리 업무를 책임져 왔다. 회사의 재무 안정성과 성장 기반을 동시에 관리해 온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이번 조달 과정에서 권 CFO는 회사채 발행이나 사모채 등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5년 기준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은 A2, 회사채 등급은 A 수준으로 전통적인 채권 발행에도 무리가 없는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구채 발행을 선택한 것은 부채비율 개선 필요성이 그만큼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채 발행 시 부채가 추가로 늘어나는 구조라서다. 실제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부채비율은 2020년 291%에서 2021년 321%, 2023년 353%로 상승한 뒤 2025년 9월 기준 346%를 기록하는 등 수년째 350% 안팎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2020년 56.7%에서 2021년 60%대로 올라선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영구채 효과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2025년 9월 말 기준 롯데글로벌로지스 자본총계는 6257억원이다. 영구채(500억원)를 자본으로 단순 합산 시 6757억원으로 증가한다. 같은 기간 부채총계가 2조1672억원임을 감안할 때 조달 자금으로 채무를 상환하면 부채는 2조1172억원으로 감소한다. 별도의 변수가 없다고 가정하면 부채비율은 기존 340%대에서 310%대로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고금리에 따른 부담도 크지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에비타(EBITDA) 마진은 2022년 약 6배 수준에서 2023년 7.9배, 2024년 9.1배, 2025년 9월 말 기준 9.8배까지 상승했다. 에비타 대비 금융비용 배율 역시 2022년 6.1배, 2023년 5.6배, 2025년 9월 기준 4.8배다. 과거대비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범위 내에 있어 이익 창출력을 감안하면 이자 부담은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콜옵션을 보유한 점도 이자부담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로 꼽힌다. 특히 영구채가 2028년 10월을 기점으로 금리가 3%p 급등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전에 상환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전략적으로 부채비율을 줄이고 재무적 유연성을 높이고자 첫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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