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말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항공 빅딜의 물리적 결합이 마무리됐다. 대한항공은 내년 말 즈음 아시아나항공을 완전히 흡수합병하는 화학적 결합까지 계획하고 있다. 다만 이에 앞서 아시아나항공의 체질을 대한항공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불안한 재무구조는 합병 이후 대한항공의 튼튼한 재무구조까지 훼손하게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한항공 출신의 서상훈 전무가 이 과제의 해결을 위해 올해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 중이다. 재직 초기부터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 모습이다.
◇재무개선 '특명' 안고 아시아나로
서상훈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본부장 전무는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도 받았다.
서 전무는 1994년 대한항공 입사 이후 재무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2012년 재무지원부 관리회계팀장으로 일하다 2013년 재무본부 재무컨트롤(Control)팀장을 거쳐 2015년 다시 재무지원부 관리회계팀장으로 복귀했다. 이 시기 상무보 승진으로 임원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2018년부터는 상무로 재무컨트롤러(Controller) 담당임원을 역임하다 2024년 말 그룹 인사를 통해 전무 승진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으로의 파견이 결정됐다. 올 1월16일자로 전략기획본부장에 올라 재무업무를 총괄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로 추대한 송보영 여객사업본부장을 포함해 안전관리, 인력관리, 정비기획 등 다양한 분야의 임원들을 아시아나항공에 파견했다. 향후 추진될 흡수합병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체질을 대한항공에 맞추기 위함이다.
서 전무도 파견 임원 중 한 명이다. 대한항공의 재무컨트롤러는 회계 관리에서부터 재무전략 수립, 자금 관리 등 재무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역할로 그룹에서는 이 직책을 장기로 역임한 서 전무가 아시아나항공의 CFO를 맡기에 최적의 인물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시아나항공은 2021년 말 2410.6%에 이르렀던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1240.8%까지 낮아졌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 역시 61.8%에서 49.8%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부채와 차입 부담은 여전히 과중한 수준이었으며 이자비용은 3361억원에서 4159억원으로 불어났다. 재무구조의 총체적인 개선이 서 전무의 과제다.
◇차입 부담 완화에 이자비용 절감도
아시아나항공은 2025년 상반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863.4%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1053.7%에서 190.3%p(포인트)를 낮췄다. 아시아나항공 측 설명에 따르면 부채비율이 1000%를 하회한 것은 7년만이다. 서 전무로서는 기분 좋은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85억원에 머물렀으나 환율 효과 덕에 순이익 3234억원을 거둬 결손금을 2788억원 줄인 것이 주효했다. 재무적으로는 부채총계가 지난해 말 12조4468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11조3319억원으로 1조1149억원 줄어든 것 역시 부채비율 하락에 기여했다.
차입금의존도는 반년 사이 0.1%p 낮아지는 데 그쳤다. 부채 감소분이 자본 증가분을 웃돌아 자산총계가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총차입금의 규모는 올 2분기 말 기준 6조2825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4096억원 줄었다. 서 전무는 부채총계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 차입 부담을 완화하는 성과도 거둔 셈이다.
서 전무의 차입 축소는 주로 단기차입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반 년 사이 아시아나항공은 1조3800억원의 단기차입금 중 3800억원을 상환하는 등 단기 분류 차입이 2조1113억원에서 1조6764억원으로 4349억원 줄었다. 이 기간 장기 분류 차입이 늘어나기는 했으나 증가 금액은 253억원에 그쳤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에게 금리의 이점으로 작용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누적 이자비용이 19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0억원 줄었다. 이 중 105억원이 2분기의 감소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서 전무의 차입 관리전략 지속 여부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향후 이자비용의 추가 절감도 가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