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의 자본적지출(CAPEX)이 2024년에만 3조원에 육박했다. 대한항공의 3년간 CAPEX 합산치는 5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그룹 계열사 중 압도적인 투자 행보다.
당초 한진그룹 내에서 CAPEX로 대한항공에 견줄 계열사가 없었던 상황은 아시아나항공 및 각 계열사의 합류 후 조금 달라졌다. 아시아나항공은 2024년 CAPEX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섰고 부산항공도 같은 해 1000억원이 넘는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CAPEX 으뜸' 대한항공, 아시아나 합류 후 기류 변화
THE CFO는 작년과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한진그룹의 상장 계열사에 대한 CAPEX를 집계했다. 대상 회사는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진에어 △한국공항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총 8개사다. 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는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며 새롭게 확보한 상장 계열사다.
한진그룹 상장계열사의 2024년 연결 합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5조9473원이다. 같은 기간 CAPEX는 4조1530억원이다. 설비투자에 현금창출력의 약 70%를 할애했다. 항공 및 운송업에 역량이 집중돼 있는 한진그룹은 R&D에 해당하는 연구개발비 비중이 크지 않다. OCF의 상당부분을 CAPEX에 투자할 수 있는 비결이다.
그룹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가 설비투자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기업결합 전까진 대한항공이 차지하는 CAPEX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공식 합류하기 전인 2024년 총 5개 상장계열사 기준으로 보면 전체 설비투자의 83%가 대한항공의 차지였다.
2024년 아시아나 상장계열사 3곳(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아시아나IDT)의 CAPEX는 약 6500억원이었다. 대한항공과 격차는 있지만 그룹 안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 올 규모다. 아시아나항공의 CAPEX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간 한진그룹에서 대한항공에 이어 2위를 차지하던 지주사 한진칼의 CAPEX 규모를 2024년을 기점으로 넘어섰다.
에어부산의 CAPEX 증가세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2022년 363억원이던 규모를 2024년 1265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연간 증가세(2023년 850억→2024년 1265억원)로 살펴봐도 약 49% 증가했다.
◇LCC 왕좌 노리는 진에어 첫 대규모 투자, 한진은 CAPEX보단 단기수익에
진에어의 경우 2024년 CAPEX가 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줄었다. 그러나 최근 약 226억원 규모의 항공기 운항장비를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해당 투자는 기재도입 게획에 따른 항공기 운항훈련장비 확보가 목적이다. 총 투자금액을 약 1년 반에 걸쳐 투자할 계획이다.
진에어가 그간 CAPEX 측면에선 지출을 억제해온 점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진에어의 직전 5년(2020년~2024년)간 CAPEX 총합이 55억원에 불과하다. 이번 한공기 운항훈련장비는 LCC 왕좌 자리를 놓고 겨루는 제주항공을 겨냥한 투자로 보인다. 올해 1~5월 제주항공 여객은 629만7887명, 진에어는 623만4149명으로 약 6만명 차이에 불과하다.
해당 기간 CAPEX가 감소세가 가장 가파랐던 곳은 도로물류를 담당하는 한진이다. 한진은 2019년 이후 약 5년 만에 CAPEX가 1000억원 아래로 내려왔다. 코로나19 특수를 맞아 전폭적인 투자로 수익성을 위한 마중물을 마련하던 시기를 지나면서 지금은 수익성 창출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한진은 오너일가인 조현민 사장이 직접 경영의 키를 잡은 직후 2025년 경영 목표를 매출 4조5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으로 내놨었다. 다만 장기화한 경기침체와 글로벌 지정학 위기가 계속되자 내부 목표를 각각 매출 3조5000억원과 영업이익 1750억원으로 축소 수정했다. CAPEX를 줄인 것도 일단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숨고르기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