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하은용 재무부문 부사장은 그룹 지주사 한진칼에서도 재무총괄로서 CFO를 겸직하고 있다. 그룹의 지주사와 핵심 사업회사의 재무를 동시에 관장하는 만큼 그룹 재무라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재무적으로 안정된 한진칼과 달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로 인해 급격하게 부담이 커진 상태다. 당장은 대한항공의 재무 부담을 완화하고 향후 완전한 흡수합병에 대비하는 것이 하 부사장의 최대 과제다. 대한항공의 여력을 키우는 것은 향후 벌어질 수도 있는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에서 현 오너 일가를 지원하는 일이기도 하다.
◇현업 이해도 갖춘 최고의 자금 전문가 하은용 한진칼 재무총괄 겸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은 1961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도 받았다.
1988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경영전략본부와 자금전략실 등 재무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으며 2012년 상무보 승진으로 임원 반열에 올라 그룹의 물류계열사 한진에서 재무담당 임원으로 일했다.
2013년 다시 대한항공으로 돌아와 항공우주사업본부 사업기획부, 운항기획부 등에서 현업을 경험한 뒤 2016년 재무본부장 겸 자금전략실장으로 다시 재무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부사장 승진과 함께 대한항공의 CFO에 올랐고 지주사 한진칼의 재무총괄까지 겸직하고 있다.
하 부사장은 재무 분야에서 주된 경력을 쌓았고 특히 자금전략실에서 오래 근무해 자금운용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항공은 업무 특성상 국제금융이나 항공기 파이낸싱 등 자금 업무의 중요도가 높으며 이는 하 부사장이 CFO직을 수행하는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사업기획부나 운항기획부에서도 근무한 만큼 현업에 대한 이해도도 갖추고 있다.
2019년부터 6년 넘게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CFO를 겸직하고 있다는 것은 그룹의 총수 조원태 회장이 하 부사장의 재무 역량을 그만큼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 하 부사장은 한진칼에서 사내이사를 지내는 등 지주사의 경영활동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단순한 재무담당자를 넘어 경영전략의 '키맨'이기도 한 셈이다.
◇ 한진칼 경영권 방어와 맞닿은 대한항공 재무여력 제고 과제 하 부사장은 대한항공 CFO를 지내며 과중했던 재무 부담을 성공적으로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말 660.6%에 달했던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328.8%까지 하락했다. 이 기간 차입금의존도 역시 61.7%에서 41.3%까지 낮아졌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의 재무지표는 전년 대비 악화된 수치다. 2023년 말 대한항공은 부채비율이 209.6%, 차입금의존도가 36.0%를 기록했었다. 1년 사이 재무 부담이 커진 것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63.88%의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 1조5000억원을 투입한데다 아시아나항공의 좋지 못한 재무 현황이 대한항공 재무제표에 연결기준으로 반영되면서다. 이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하 부사장의 당면 과제다.
대한항공은 향후 금호건설 보유분 11.12% 등 아시아나항공의 잔여 지분까지 사들인 뒤 2026년 10월경 아시아나항공을 완전히 흡수합병할 계획이 세워져 있다. 하 부사장은 더욱 커질 부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대한항공의 재무 여력을 선제적으로 제고해 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하 부사장이 함께 CFO를 맡고 있는 한진칼의 경우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27.0%, 차입금의존도가 15.4%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다만 한진칼은 호반건설을 앞세운 호반그룹의 지속적인 지분 확대로 인해 경영권 분쟁 발발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진칼은 소액주주가 지분 16.52%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공략하는 것이 승리의 열쇠가 된다. 때문에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진칼이 앞서 밸류업 공시를 통해 충분한 배당여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영업이익률 60% 달성의 목표를 제시한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지난해 한진칼의 별도기준 영업수익(매출) 1356억원 중 82%에 이르는 1108억원이 대한항공으로부터 수취한 상표권 사용료와 배당 등에서 나왔다. 대한항공의 재무 여력을 제고해야 하는 하 부사장의 과제는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