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11년 만에 'A'로 상향됐다. 지주사 한진칼 신용등급 역시 'BBB+'에서 'A-'로 한 단계 상승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재무 안정성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최근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확대에 따른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향후 대한항공 재무 상황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당장 대한항공의 기초 체력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우려는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경영권 분쟁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한진그룹의 재무 리스크를 관리해 온 하은용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신평사 "현재 신용등급 경영권 분쟁 영향 없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이달 나란히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 긍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상향했다. 대한항공이 A등급으로 복귀한 것은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대한항공 신용등급 및 전망 상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영향이 컸다. 대한항공은 2024년 12월 아시아나 지분 63.9%를 취득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계 여객기 208대, 화물기 35대(매각예정 12대 포함) 등 234대의 기단을 확보하게 됐다.
대한항공이 규모의 경제를 이룬 만큼 향후 사업 역량 제고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판단이다. 모회사인 한진칼의 신용등급도 'BBB+, 안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한 단계 상승했다.
신용평가업계는 아시아나항공 편입으로 부채 부담이 늘었음에도 향후 대한항공의 재무 지표가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코로나19 이전 별도 기준 814%에 달했던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 328%로 대폭 하락했다.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인수 전후로 증가했다. 2023년 3조5129억원이었던 EBITDA는 1년 만에 3조9062억원으로 11.2% 늘었다. 동시에 신용등급 개선 영향으로 향후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러한 외형 확장에 따라 재무 안정성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올해 1분기 대한항공 연결 기준 매출은 6조491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4조2914억원) 대비 51.3%나 증가했다.
다만 최근 시장에서는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매수하면서 한진그룹과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재무 체력 강화 기대감 속에서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경영권 분쟁이 구체화되지 않아 신용등급 관련 변수 및 모니터링을 진행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이번 신용등급 상승에도 대한항공의 펀더멘탈 변화가 중요했던 만큼 당장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재무 해결사 하 CFO, 리스크 관리 '집중' 신용등급 A를 회복한 대한항공의 재무 전략을 총괄해 온 인물은 하은용 부사장이다. 그는 1961년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1988년 1월 입사해 한진, 대한항공에서 두루 재무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2016년 대한항공 재무본부장을 시작으로 2019년부터 대한항공 재무부분 부사장과 한진칼 재무총괄을 겸직했다. 한진그룹을 둘러싼 여러 재무 이슈를 해결하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조력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20년 초부터 한진칼 사내이사로 참여하며 그의 역할이 확대됐다. 그해 5월 하 부사장은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당시 조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 방어와 함께 재무 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산업은행은 2020년 12월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00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30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인수해 총 8000억원을 지원했다. 대한항공은 이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데 사용했고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 10.7%를 확보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하 부사장이 역량을 발휘해 자금 조달, 아시아나항공 인수, 경영권 분쟁 등 숱한 대내외적 재무 리스크를 해결해 온 만큼 앞으로도 그의 역할이 중요할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 등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향후 추가 항공기 도입에 따른 투자금 소요 등을 고려한 재무 전략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