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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연식 KAI CFO, 내년까지 AA- 등급 사수 과제

수주 확대에 올해까지 운전자본 부담, 영업익 확보·차입 최소화 관건

박기수 기자  2025-05-26 15:00:21

편집자주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하는 기업의 크레딧은 자금 조달의 총괄자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핵심 변수다. 크레딧이 곧 조달 비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THE CFO는 기업 신용등급의 방향성을 좌우할 CFO의 역할과 과제를 짚어본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한국항공우주(KAI)의 신용등급 상향 트리거를 차입금에서 현금흐름으로 일부 변경하면서 KAI 재무 라인도 현금흐름에 주안점을 둔 재무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 호황기에 운전자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잉여현금흐름 창출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한국신용평가는 KAI의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 요인을 △연결 기준 총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 1배 이하 지속에서 △운전자본 부담과 투자 소요에도 현금창출력 강화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경우로 변경했다.


나머지 상향 트리거 발동 조건은 △군수 사업 사업물량 지속 확보와 민수 사업 수주 증가로 외형 성장세 지속 △연결 기준 영업이익 3000억원 지속이다.

한신평은 "정부의 예산 집행 시기나 사업 일정 등에 따라 운전자본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점과 최근 대규모 양산 사업 진행 및 계약 수주 등으로 인해 현금흐름과 차입금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된 상황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신평이 핵심 모니터링 지표(Key Monitoring Indicators, KMI)를 변경한 이유는 수주 산업인 방산업의 재무 상태를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이후 수주 확대로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KAI를 비롯한 방산 기업의 재무 이슈는 원활한 현금흐름에 초점이 맞춰졌다. 차입금과 관련한 지엽적인 지표 대신 전반적인 현금흐름과 현금흐름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도를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주 확대로 늘어난 운전자본 부담

KAI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2년 연결 기준 1조4926억원이었다가 2023년과 작년 각각 -7004억원, -7282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과 작년 영업이익은 EBITDA는 각각 3685억원, 3446억원이었다. 순이익도 각각 2214억원, 1709억원으로 흑자였다.

손익은 좋았지만 현금흐름이 좋지 못했던 이유는 재공품 등 재고자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수주 증대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 제품이 인도되지 않아 대금 입금 등 현금의 '회수 타이밍'이 오지 않은 것이다. 재고자산은 2022년 말 1조5931억원이었다가 2023년 말과 작년 말 각각 1조7365억원, 2조359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잉여현금흐름은 2023년 -9005억원, 작년 -1조242억원을 기록하면서 현금흐름에 큰 구멍이 났다. 이를 메꾼 것이 차입금이다.


KAI의 순차입금은 2022년 말 연결 기준 -1조370억원을 기록하는 등 순현금 상태를 유지하다가 2023년 말 -1233억원, 작년 말 9327억원을 기록했다. 외부 차입 의존도가 '0'이었다가 약 2년 여만에 상황이 급변한 셈이다.

올해 1분기에는 일부 현금흐름이 개선됐지만 연간 현금흐름의 개선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KAI는 올해 수주 가이던스로 작년보다 70% 이상 많은 8조4590억원을 제시하는 등 영업 규모 확대를 예고했다. KF-21과 소형무장헬리콥터(LAH) 양산, 폴란드·말레이시아향 FA-50PL, FA-50M 생산이 올해 본격화한다.

KAI 관계자는 "KF-21 양산 등 대형 사업 영향으로 올해까지 마이너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예상된다"면서 "2026년에는 개선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순탄한 1분기…영업 이익·차입부담 양호

KAI의 현재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S)이다. KMI 변경 후 상향 트리거에 걸리기 위해서는 재무구조가 개선돼야 하지만 현금흐름이 운전자본 부담을 능가하지 않는 이상 재무구조 개선은 사실상 어렵다.

CFO인 남연식 재무본부장(상무) 입장에서는 대형 사업들의 대금 납입 등 현금 회수가 되는 타이밍까지 최대한 실적을 뽑아내고 차입 부담은 줄여야 한다. 내년 이후 현금흐름 개선 시기에 재무개선 원동력을 극대화하기 하기 위해 지금은 추진력을 얻어야 할 때인 셈이다.

우선 하향 트리거인 '연결 영업이익 1000억원 미만 지속'은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KAI의 연결 영업이익은 468억원으로 작년 1분기인 48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작년 KAI의 연간 영업이익은 2407억원이었다.

차입 부담도 1분기 현재까지는 순탄한 편이다. 올해 1월 5000억원의 공모채를 2.9~3.1% 수준의 금리로 발행하면서 현금흐름 숨통을 텄다. 순차입금은 작년 말 9327억원에서 1분기 말 8191억원으로 일부 감소했다.


남연식 재무본부장은 작년 말 KAI의 CFO로 임명됐다. 남 본부장은 경상북도 영주 출생으로 1990년 2월 부산대 졸업 후 KAI에 입사했다. 이후 2010년 경영관리팀장과 2013년 IR팀장을 거쳐 2018년 한국항공서비스 경영지원실장, 2020년 KAI 경영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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